문재인 재신임 카드의 득과 실

[이슈분석] 당내 분란 일시 해소됐지만... '친노 프레임' 강화

등록 2015.09.22 18:01수정 2015.09.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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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가 육군제28사단에서 진행된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경기도 연천 태풍전망대에서 포격도발 현황 보고를 받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재신임 카드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표면적으로 그렇다. 당내 중진의원들이 문 대표의 정치적 재신임을 강하게 주장했고, 일부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다수 의원들이 문 대표의 손을 들었다. 공천혁신안과 같은 제도개혁 중심의 혁신안도 당헌 개정까지 마치며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었다. 지난 4.29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흔들렸던 리더십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밝은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다. 당장 박주선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후 본격적인 공천 작업이 시작되면 당내 갈등은 재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비록 리더십을 세웠다지만, 그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그 기간도 결과적으로 4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미 한 차례 리더십 부족을 노출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재신임 정국에서 문 대표가 얻고 잃은 것은 무엇인지 따져봤다.

[득] 리더십 회복과 지지율

재신임을 묻는다는 건 리더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치행위다. 재신임을 받는다면 권력이 강화되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모든 걸 잃는다. 문 대표의 이번 재신임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표는 부정했지만 비주류 의원들의 비판대로 재신임은 결국 '문재인이냐, 아니냐'를 선택하는 문제였다. 문 대표의 지지층이 결집한 것도 같은 이유다. 재신임 정국에서 문 대표의 성과는 이런 지지층 결집을 통한 리더십의 회복이었다.

또 이번 재신임은 '당의 기강' 차원에서 제기된 특수성이 있다. 보통의 재신임은 '지지율'이 하락해 직책을 수행할 동력을 잃을 경우 등장한다. 문 대표의 지지율은 4.29 재보선 패배 이후 하락했지만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위치는 놓치지 않고 있었다. 당 지지율 역시 새누리당에 비해 뒤쳐졌지만 문 대표 이전 시기와 비교해 특별히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곧 문 대표의 재신임은 '지지 확인' 보다는 '기강 확립'에 방점이 찍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문 대표가 지난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필패한다, 80석밖에 못 얻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우리 당내 인사들이 하는 것은 해당 행위"라고 경고했다. 앞서 재신임 철회를 요청하는 중진들과 회동에서는 "당 대표 흔들기가 계속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며 일부 비주류 인사들을 겨냥했다. 당의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비주류를 향해서는 강력한 '기강 확립'의 메시지를 내보였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문 대표가 당무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정치적 재신임을 받아내면서 이 같은 기강 확립의 효과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재신임에 반발해 온 비주류 의원들이 불참하기는 했지만, 회의에 참석해 반발하거나 집단 퇴장하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의 불만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가 회의 결과를 수용했다는 점도 더 이상 비주류 쪽에서 특별한 명분 없이는 문 대표를 흔들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게 한다.


이와 함께 문 대표는 일정한 지지율 상승효과를 얻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약 4%포인트 가량 지지율이 올랐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내줬던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도 탈환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상승하지 않았다. 당 지지율은 장기간 20% 후반에 고착돼 있다.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문 대표 개인의 지지율보다는 당의 지지율이 올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 승부수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당의 통합을 위해서는 기강이 먼저 확립돼야 한다, 통합과 기강 확립은 결코 대립되는 게 아니"라며 "문 대표의 재신임이 확고해진 지금부터가 당 통합 작업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렇게 문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통합되고 공천 혁신안에 따라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공천이 이뤄지면 당의 지지율도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며 "앞으로 최고위원뿐 아니라 당의 비주류 쪽과의 소통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 안철수와 '친노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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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진행된 대한적십자사·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국정감사에서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재신임은 리더의 지위를 건 강력한 승부수인 만큼 모든 이슈를 집중시킨다. 문 대표가 재신임 의사를 밝히고 가장 먼저 제기된 비판은 '왜 국정감사 때 이러냐'라는 점이었다. 야당에게 중요한 일정인 국정감사 이슈가 죽어 버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몇몇 신문 지면에 실릴 예정이었던 국감 관련 기사가 문 대표의 재신임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또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노동 관련 법 개정에도 야당이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대표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문제는 부수적일 수 있다. 당장의 일정보다는 내년 총선을 위해 당의 기강을 세우고 4.29 재보궐 선거 이후 계속된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그것에 불을 지핀 주인공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였다. 그동안 여러 비주류 의원들이 당 대표 사퇴를 직접 요구해도 꿈쩍하지 않았던 문 대표는 안 전 공동대표가 혁신안을 비판하고 나오자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

이 과정에서 정국이 문 대표와 안 전 공동대표의 대립구도로 가면서 다른 비주류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문 대표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안 전 공동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비주류 안에서 유일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해 7.30 재보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사실상 정치적 휴식기를 가진 안 전 공동대표는 문 대표의 재신임 정국을 계기로 사실상 차기 대선을 위한 행보를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도 올랐다. 리얼미터의 같은 조사에서 안 전 공동대표의 지지율은 2.2%포인트 상승했다. 오랫동안 지지율이 정체됐던 안 전 공동대표에게는 의미 있는 변화다. 결과적으로는 문 대표가 자신의 경쟁 상대를 불러낸 모습이다. 안 전 공동대표는 앞으로도 문 대표와 대립각을 유지하며 자신의 입지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자체 혁신안 발표에 나선다.

이 같은 구도로 문 대표와 안 전 공동대표의 '혁신 경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 전망은 불투명하다. 문 대표 측에서는 '혁신 경쟁' 관계를 원하지만 안 전 공동대표 측이 응할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됐든 두 사람은 협력하기 어려운, 서로에게 가장 어려운 경쟁상대다. 게다가 안 전 공동대표는 혁신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낡은 진보'와 '패권주의'라는 말로 소위 '친노'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 판결을 놓고 계속적으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문 대표가 한 전 총리 유죄를 감싼 것을 놓고 안 전 공동대표는 '온정주의'라고 비판했고, 이에 문 대표는 "섣불리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당치 않다"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쟁은 당의 부정부패 척결 논의보다는 '친노 패권'이라는 계파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문 대표의 발목을 잡았던 '친노 프레임'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문재인 #재신임 #안철수 #친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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