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먹을 수 있는 밥은 없다. 돈만 치르면 사다 먹을 수 있는 밥이란 없다. 모든 밥은 바로 '흙'에서 '바람'을 먹고 태어난다.
최종규
<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을 함께 빚은 일본 농사꾼 가와구치 요시카즈님은 처음부터 자연농을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따라서 농약을 신나게 치는 농사법을 물려받았다고 해요. 다만, 농약을 신나게 치는 농사법을 물려받기는 했어도, 농약을 칠 때하고 농약을 치고 난 뒤에 무척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때에는 왜 힘든지 몰랐다지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복합오염>이라고 하는 소설을 신문에서 읽었고, 이 소설에 나오는 '농약 피해 이야기'가 소름이 돋도록 무서워서 신문에 실리는 소설을 더 읽지 못했다고 하는데, 신문에 실린 소설을 읽고 나서 곧바로 '농약 한 방울도 안 쓰기'를 하자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 혼인한 뒤에도 한동안 농약을 썼지만, 농약을 쓰고 난 뒤에는 언제나 앓았다고 해요. <복합오염>이라는 소설을 읽기 앞서가지는 왜 앓는지 몰랐지만, <복합오염>이라는 소설을 읽은 뒤에는 왜 앓는지 알았기에, 스스로 몸을 지키고, 가와구치 요시카즈 님 혼자만이 아니라 곁님과 아이들을 생각해서 '모두 튼튼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길'을 열려고 농약을 버렸다고 합니다.
"유년기에서 소년기까지는 다른 풀에 깔리지 않도록 손을 빌려줍니다. 모든 작물은 개개의 성질이 있으므로 그 성질에 따라 바람직한 환경으로 저절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 본문 73쪽 중에서"이 자연계는 논 언저리에 있는 양분만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나 물이나 공기 등으로부터 은혜를 받아 살아가고 자라기 때문입니다." - <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 본문 76쪽 중에서농약에 대한 문제의식 약한 한국 사회한국 사회에서는 농약이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알려주는 학교나 기관이 아직 없습니다. 시골에서 '농약 마시고 음독자살을 한다'는 신문글은 곧잘 나오지만, 농약이 어떠한 화학약품인가를 제대로 밝히거나 알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시골 사람이 왜 농약을 마시면서 '스스로 죽으려' 하는가를 제대로 깨달으리라 봅니다. 자, 생각해 보셔요. 농약을 마시면 죽습니다. 그렇지요? 빚 때문에 죽고 싶어서 농약을 마시는 시골 사람이 있습니다만, 농약을 마시니 죽어요.
마시면 죽는 농약을 뿌리면 어떻게 될까요? 농약을 뿌리는 시골 사람은 농약을 뿌리면서 농약 바람을 함께 마십니다. 농약이 얼굴이며 손발이며 몸이며 옷에 잔뜩 묻습니다. 온몸을 비닐 옷으로 꽁꽁 싸매도 '숨을 쉬어야' 하므로, 방독면을 입에 두르지 않고서야 농약을 마시기 마련입니다. 농약을 마시니 농약이 바로 몸속으로 스며들어요. 살갗으로뿐 아니라 코와 입을 거쳐서 온몸 구석구석 농약이 배어듭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방독면을 하든 비닐 옷을 꽁꽁 두르든, '마시면 죽는 농약'을 논밭에 칩니다. 이 대목을 생각해야 합니다. 마시면 죽는 농약인데 논밭에 친단 말이에요. 그러니, 시골 사람은 농약을 치면서 늘 앓을 수밖에 없습니다. 농약을 치면 칠수록 관절이며 호흡기이며 온갖 곳이 다 아프기 마련입니다. '늙어서 아프다'기보다, '힘든 일을 해서 아프다'기보다, 바로 농약을 치기 때문에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