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광우병 보도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피디수첩에서 더 이상 치열했던 피디저널리즘의 명성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MBC 갈무리
탐사보도는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며 사실 속에 감춰진 진실을 지향하며 탄생했다. 지난 20년 동안 국가 지도층과 공공기관, 재벌 등 권력집단을 감시하고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헤쳐 갈채를 받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워 장기간 조사와 심층 분석으로 가려진 진실을 밝혀내 여론을 형성하고, 세상을 변화시켜왔다. 시사프로그램들은 국민의 분노와 정의감을 촉발했고 이들이 방관자가 아니라 공공이슈의 참여자로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직접 나서게 하여 왔다.
지금의 <추적 60분>과 <PD수첩>은 최소한의 PD 저널리즘 역할조차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다. <PD수첩>이 최근 2개월 동안 다룬 아이템은 '여성혐오', '교사 성추행'과 '악성 소비자' 등이었고, <추적 60분>의 경우 '보육원 퇴소 청소년', '자영업자 실태', '낙동강 오염', '분노범죄' 등이었다. 민감한 정치이슈나 재벌문제 등 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아이템은 다루지 못하고 연성 아이템 중심의 소재주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구조적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진정성과 대안을 모색하는 치열함이 사라졌다.
주제와 소재의 연성화는 내부 제작시스템의 변화에서 왔다. 2012년 파업 복귀 직후, MBC는 제작진을 비제작부서로 발령내고 기존 <PD수첩> 팀에서 일했던 작가들을 동시에 해고했다. 오래된 경력과 함께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들이 떠나면서 숙련된 PD와 작가가 협업을 통해 만드는 제작 시스템이 무너졌다.
당시 MBC는 <PD수첩>, <남극의 눈물> 등을 제작하던 시사 교양국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분리했고, 지난해에는 아예 교양제작국을 해체했다. 그동안 MBC를 상징하던 'W', <시사매거진 2580>, <물만 제로> 등 대표 고발성 프로그램들이 폐지되었다.
KBS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KBS에는 기자가 제작하는 <시사기획 쌈>, 정부, 정치권, 재계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비판하는 <시사투나잇>, 매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포커스> 등 실험성 강한 시사 프로그램이 있었다. 보도본부 직속으로 26명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탐사보도팀은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다. 탐사보도팀은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김앤장을 해부한다', '고위 공직자, 그들의 재산을 검증한다' 등 굵직한 기획으로 국내 보도상을 휩쓸었으며 국내 최초로 전미탐사보도협회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폐지되었고 탐사팀은 대폭 축소되었다.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 위반으로 제재를 받고 현업 제작진이 5년간 재판 절차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