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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손님 ⓒ 이안수
#1
이른 새벽, 서재로 내려오니 밤새 서재를 지키고 있던 손님이 계셨습니다.
달빛
내 어릴 적 고향집 대청을 훤히 밝혔던 그 방문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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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 이안수
달빛에 이끌려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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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 이안수
달은 서쪽 하늘 위에 민낯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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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 이안수
그녀가 밝히는 흰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아침잠이 적은 까치가 달빛 허공을 가로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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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 이안수
푸드덕 장끼가 억새밭 위를 날아 자리를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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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 ⓒ 이안수
남하하는 기러기 떼가 달에 닿을 듯 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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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러기 ⓒ 이안수
#2
달빛은 양보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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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 이안수
아폴론의 태양마차가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시간에 달은 먼저 빛을 거두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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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 이안수
동쪽 능선이 붉어지는 때에 맞추어 억새가 몸을 흔들어 새로운 날을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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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 ⓒ 이안수
완전히 밝은 길을 되돌아와 다시 정원에 섰습니다.
가지에서 푸른 여름을 보낸 나뭇잎들은 어느새 붉은 빛으로 떨어져 발코니로 내려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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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 이안수
저는 다시 결심을 다잡았습니다. 이 낙엽들을 바람이 데려갈 때까지 쓸지 않으리. 가을은 곧 몸을 풀 만삭의 보름달빛과 함께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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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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