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용서해야 하는가>(요한 크리스토퍼 아놀드 지음 / 원마루 옮김 / 포이에마 펴냄 / 2015. 9 / 272쪽 / 1만1000 원)
포이에마
여보! 서두에 한 질문, 등에 박힌 총알보다 더 끔찍한 것? 그래요. '복수심'이라오. 가슴속에 남아 점점 커지는 복수심이야말로 육신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좀먹죠. 저자는 단호히 말하고 있소.
"분노와 불신 속에 사는 것보다 용서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책을 읽으며 용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방법론을 알려 하면 번지수를 잘못 짚는다오. 책은 '어떻게'의 문제가 아니라 '용서의 당위성'에 관한 것이오. 용서하기는 힘들다오. 그러나 힘든 것이니 이루고 나면 그만큼 즐거움도 크죠. 용서는 상대를 위해 있는 게 아니고 바로 자신을 위해 있다는 저자의 말에 백배 공감하오.
여보! 넬슨 만델라는 "원한은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적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했소. 왜 용서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만델라의 말에 잘 녹아있다고 생각하오. 자기가 독을 마시고 상대가 죽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이 원한에 있다는 거지요. 심지어 책은 '원한은 암 덩어리'라고 표현하오.
그래서 용서해야 하는 거라오.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마음과 영혼의 상처, 서운한 감정, 가슴에 남은 응어리, 자신을 파괴하는 소외감 등 모두가 자신을 해치는 것들로 가득하오. 이런 것을 단번에 없애 쓰레기통에 쳐 넣을 수 있는 게 바로 '용서'라는 거지요.
"여러분에게 일어난 일이 여러분 인생의 10퍼센트를 차지한다면, 그 일에 여러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나머지 9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왜 용서해야 하는가> 본문 22쪽에서
여보! 이 말은 저자와 함께 '폭력의 고리 끊기(Breaking the Cycle)' 프로그램을 진행한 찰스 윌리엄스의 말이오. 항상 범죄자들을 상담하던 전직 경찰서장인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진즉 죄 자체보다 그 죄에 대한 여타의 반응 때문에 사람들이 실패하는 걸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일 게요.
용서하지 않으면 결국 그 상처는 상대를 다치게 하는 게 아니고 자신을 좀먹게 되오. 책에는 여러 사례들이 나오는데 뉴욕시 경찰로 일하다 총을 맞고 전신이 마비된 스티븐 맥도널드의 이야기도 등장하오. 그는 결국 용서를 택했소. "등에 박힌 총알보다 가슴속에서 자라는 복수심이 더 끔찍하다"고 믿었기에.
용서로 범죄를 막을 수 있어여보! 책에는 한국의 예들도 꽤 등장하오. 이들은 한결같이 죄에 대한 응징과 정의감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바로 용서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소. 용서만이 상실을 이기는 유일한 길이며, 폭력이나 범죄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한 판사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용서'라고 말하는 내용을 책은 소개하고 있소. 점점 잔인해지는 학교폭력을 막아보려고 정부차원의 대책도 마련하지만 그렇게 쉽게 진정되고 있지 않는 게 현실이오.
"부산가정법원 소년부 천종호 부장판사는 화해와 용서가 학교 폭력 문제를 푸는 해답이라고 확신한다. 공적영역인 법정에서도 대화와 화해, 관용과 용서를 적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본다." -<왜 용서해야 하는가> 본문 172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