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외계인"들의 참혹한 시간

[시사회] 세월호 참사 후 1년간 과정 그려낸 <나쁜 나라>, 오는 29일 개봉

등록 2015.10.17 11:18수정 2015.10.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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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월호 다큐<나쁜나라> 시사회 참석한 유가족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아트하우스모모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나쁜나라> 언론 및 VIP시사회에 김진열 감독(사진 맨 왼쪽)과 세월호 고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씨와 고 최성호 학생의 아버지 최경덕씨,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참석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월호 다큐<나쁜나라> 시사회 참석한 유가족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아트하우스모모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나쁜나라> 언론 및 VIP시사회에 김진열 감독(사진 맨 왼쪽)과 세월호 고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씨와 고 최성호 학생의 아버지 최경덕씨,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참석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예전에는 태극기가 자랑스러웠는데 이제는 쳐다보기도 싫어요. 우리를 돈 받아 내려는 유족이 아니라 자식 잃은 어미로, 있는 그대로 봐주면 안 되나요?"

삭발한 세월호 유가족 어머니가 마이크를 잡고 오열하며 말했다. 16일 현재 1100여 명이 소셜펀딩을 통해 후원한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Cruel State)> 속 한 장면이다. 지난 4월 초, 유가족 50여 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시행령안 철회·세월호 인양 등을 요구하며 한 삭발식 모습이기도 하다(관련 기사: "삭발, 여자는 힘들지..근데 난 엄마잖아").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다큐멘터리는 작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후 시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참사 뒤 76일 만에 울며 등교하는 생존학생들과 껴안으며 "웃어도 돼", "밥 잘 먹고 씩씩해야 해"라고 부탁하는 유가족들 모습이 담겨있다. 또 진상규명을 위한 도보 행진,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삭발식, 500만 명 넘는 서명을 거리에서 받는 모습도 담겼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의 '유가족 동의 없는' 타결, "대통령님 살려주세요"라고 거듭 외치는 유가족의 호소를 외면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도 등장했다. 반면 작년 8월 16일, 왼쪽 가슴에 노란 추모 배지를 단 교황 프란치스코가 당시 광화문 광장 카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34일째 단식 중이던 김영오(고 김유민양 아버지)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모습이 담겨 이와 대비됐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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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다큐멘터리 속 '나쁜 나라'는 빙산의 일각"

a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아트하우스모모에서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나쁜나라> 언론 및 VIP시사회를 보러 온 시민들이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아트하우스모모에서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나쁜나라> 언론 및 VIP시사회를 보러 온 시민들이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영상 속 세월호 유족 어머니들은 자신을 "우린 4·16 이후 세월호에 갇힌 외계인"이라고 표현한다. 왜곡된 시선이 억울하다는 의미였다. 한 아버지는 "이번 참사가 아이들만 죽인 게 아니라 부모들도 죽였다"고 체념한 듯 토로했다. 16일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다큐멘터리 속 '나쁜 나라'는 빙산의 일각", "제가 본 건 훨씬 더 악랄한 나라"라고 말했다.


내달 7일이면 세월호 특별법 통과 1년이 되지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는 이제 시작 단계다. 시사회에 참석한 이태호 416연대 상임위원은 "아직 청문회도 한 번 열리지 않았다"며 "향후 인양 과정에서의 가족 참여와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 희생 학생들 교실 존치 등 현안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416연대 등은 특별법 제정 1주년을 맞아 7일 중간보고 대회를 할 예정이다.

책임연출자 김진열 감독(공동연출 정일건·이수정)은 "지난해 5월 진도에서 처음 유가족을 만났다"며 "체육관 안 등 사적인 모습은 최대한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다큐멘터리는 내내 거리를 두고 '보여주기'에 집중한다. 제작진은 앞서 "유가족들 모두 주인공으로 만들고, '내 옆의 가족'으로 느낄 수 있게 하려고 특정 주인공을 한정 짓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시사회를 마무리하며 최경덕(고 최성호군 아버지)씨는 "검찰이 기소했던 건 해경 123정장뿐"이라며 "아이들 죽음에 영향 준 사람들이 꼭 그만큼만 벌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영미(고 이재욱군 어머니)씨는 "정부는 계속 세월호를 지우려 한다"며 "특조위 조사가 끝나고 세월호가 인양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가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 속 내레이션은 배우 문소리가, 편집은 태준식 감독 등이 맡았다. 앞서 <나쁜 나라>를 관람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은 "세월호와 함께하는 것이 나쁜 나라에서 그나마 좋은 시민으로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나쁜 나라> 개봉일은 오는 10월 29일이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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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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