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앞 세종로공원에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466개 시민단체 참여) 주최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권우성
역사학계와 대학생, 청소년 단체 등이 나서 불을 붙인 국정화 반대 움직임이 사회 각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66개 시민사회단체와 역사단체들이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노조 조합원들과 일반 시민, 청소년 등 1000여 명이 모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외쳤다.
"장준하, 전태일... 국정 교과서에서는 이름 다시 사라질 것"이날 발언대에 오른 시민사회 인사들은 이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과 박근혜 대통령을 서로 밀접한 관계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미화하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도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삐뚤어진 효심이 이런 결과를 불렀다"면서 "군사 쿠데타를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역사 쿠데타'를 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역사교육과 관련이 있는 이들은 한층 더 격앙된 모습이었다. 원로사학자인 이이화씨는 "한국사 국정 교과서야말로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이라면서 "분노를 참을 수 없고 눈물이 쏟아진다"고 토로했다.
"(국정화 교과서의) 앞날이 뻔히 보입니다. 가장 첫째는 5.16 쿠데타를 '사회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라고 얘기하겠죠. 유신은 '우리 경제 발전에 중요한 토대를 만들었다'라고 표현할 겁니다. 친일파를 근대화의 주력, 산업화의 주력으로 갖다놓고 독립운동 세력들은 곁다리로 만들어 놓을 겁니다." - 원로 사학자 이이화씨 이씨는 "이 시대에 이걸(역사 교과서 국정화) 막아내지 못하면 우리 후대들이 '조상들은 용기도 없고 정신도 못 차리고 해서 슬그머니 주저앉았다'고 할 것"이라면서 "끝까지 투쟁해서 막아내자"고 말했다.
현직 역사교사인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정부가 지난 16일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연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정부를 질타했다. 진재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은 이 기자회견에서 한국 중·고교생의 지적 수준이 역사 교과서에 실린 비판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미성숙하다고 폄하해 논란을 빚었다.
조 회장은 "다른 건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을 모독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면서 "당신들이 하는 짓이 성숙한 짓이라면 아이들에게 미성숙한 채로 남아 있으라고 권해주고 싶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검정 교과서를 쓰면서 비로소 역사책에 박정희와 함께 장준하, 전태일이 등장했는데 국정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면 그들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