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산 입구에 있는 안내문.
패트릭 산에 대한 간단한 역사적 사실과 성 패트릭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현지
아일랜드 서북쪽 매요 지방(Co. Mayo)에는 성 패트릭의 이름을 딴 산이 있다. 바로 크로프 패트릭 산(Croagh Patrick)으로 일명 순례자의 산이라고 불린다. 한국의 관악산보다 조금 더 높은 765미터의 높이를 가진 산이지만 1000미터를 넘는 산이 거의 없는 아일랜드에선 꽤나 높은 산에 속한다.
이곳은 441년 패트릭 신부가 아일랜드의 복음 전파를 위해 40일 동안 금식기도를 한 이래 수많은 신자들이 찾아와 그를 기념하는 장소가 되었다. 매년 7월 마지막 일요일에는 전세계의 순례자들이 패트릭 신부를 기념하기 위해 정상을 오른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여행우리의 여행은 여느 때와 비슷하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다. 언제부턴가 남편은 패트릭 산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산을 타면서 복잡했던 마음을 정리하고 정상에 올랐을 때만 알 수 있는 성취감을 알려주고 싶단다.
아직 산을 타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는 당시 4살짜리 아이 핑계를 대며 산 정상까지 오르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의 마음은 생각보다 확고해 보였다. 결국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올라가 보자는 것으로 결론을 짓고 패트릭 산을 등반하기로 했다.
12시가 조금 넘어서 패트릭 산의 비지터 센터(Visitor Centre)에 도착했다. 산을 오르기 좋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난 후 썸머타임이 끝난 11월 초의 주말.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지만 오후 4시만 넘어도 어두워지기 때문에 우리는 서둘러 산을 타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는 올라가는데 2시간, 내려가는데 1시간 30분이면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지만 그건 신체 건강한 성인의 경우이다. 4살짜리 아들과 함께 오르는 길은 과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패트릭 산 방문은 처음이 아니었다. 다른 일 때문에 이곳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다. 그때 산을 조금 오르다가 돌아간 적이 있던 터라 등반을 하기 위해선 튼튼한 나무 막대기가 필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산 입구에서 3유로에 나무 막대기를 대여할 수도 있고 5유로에 살 수도 있지만 이런 곳에 돈을 쓸 수는 없다. 미리 집에서 준비해 온 나무 막대기를 들고 아들과 천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