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은 여전히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막는 돔 공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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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외교부의 '우크라이나 개황' 자료를 보면 체르노빌 사고를 전후해 기형아 출산과 출생 전 사망은 두 배로 늘었다. 유아 사망률은 1.5~2.5배, 어린이 암 환자는 6.5~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 지역 주민 60%가 갑상선계 질병을 경험했다.
토양과 지하수 오염 영향 등으로 지금도 사고지역 주변에서는 돌연변이가 발견되는데, 사람 손바닥만 한 지렁이, 2m가 넘는 대형메기, 기형 개구리와 해바라기 등이 발견됐다.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짧으면 며칠, 길게는 10만 년 이상이어서 피해 지역은 대대손손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은 소리·색깔·맛·냄새·감촉 등 오감으로 느낄 수 없어서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체르노빌 사고의 피해가 엄청났던 것도 당시 당국이나 주민들이 방사성 물질의 가공할 부작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신속한 차단과 대응에 실패한 탓이라는 지적이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 <체르노빌의 전투>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체르노빌 사고에도 불구하고 '5월 축제'를 위해 대거 거리행진에 나섰다가 더욱 큰 후유증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환경운동연합 원전특별위원회 서토덕 공동위원장은 "옛날 연탄가스 중독을 떠올리면 된다"며 "일산화탄소도 핵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데 (자다가 중독돼) 아침에 죽은 채 발견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성 물질의 하나인) 세슘의 반감기는 30년, 인간에게 해가 없어 지려면 100년"이라며 "피폭의 위험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체르노빌 사고가 운전원의 실수로 일어났던 것처럼, 기술적으로 아무리 완벽한 원전이라고 해도 인적 요소에 의한 사고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특히 우리나라 원전은 불량부품 납품 등의 비리와 잦은 고장으로 이미 오명이 높다.
지난 2012년 2월 '제2의 후쿠시마 원전'이 될 뻔했던 부산의 고리원전 1호기 사고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고리원전 1호기는 원자로를 정지하고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 실수로 전원선을 차단하면서 12분 동안 전력이 끊겼다. 이 때문에 자칫 했으면 냉각수 순환이 멈춰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발생할 뻔했다.
이런 사고가 있었으면 즉시 본사와 정부에 보고하고 재발방지 조처를 해야 했지만, 고리 1호기 발전소장과 직원 20여 명은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했다. 관련 기록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 직원들의 술자리 대화를 우연히 들은 시의원을 통해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국민은 허술한 원전 안전관리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노후 원전의 경우 원전이라는 기계 자체가 취약해져 사고 위험성이 높은 데다, 종사자의 실수나 태만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도 항상 있으므로 즉각적으로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망설일 것 없이 모범적인 선진국 루트를 따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원전은 사양산업이며, 유럽은 이미 원전산업에서 손을 떼고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 정부의 원전 정책은 사양 산업을 위해 국민의 목숨을 담보 잡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사양 산업 원전 접고 폐로 산업 키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