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위안소에서 '아이고' 소리 들렸다"

일본 야나기모토 비행장 설명안내판 재설치 요구 활동

등록 2015.10.20 13:49수정 2015.10.2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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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위안소에서 '아이고 아이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야나기모토군비행장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설명 안내판' 재설치를 요구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고 온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대표 송도자)은 옛 야나기모토군비행장 인근에 현재 거주하는 80대 할머니로부터 이 같은 증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1944~1945년 야나기모토군비행장 기지 건설 당시, 조선인 남성 3000여 명이 강제동원되어 혹사당했고, 이곳에 있었던 위안소에서는 진주․통영 출신 여성 20여 명이 위안부로 끌려와 있었다.

a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는 지난 9일 일본 나라현 텐리시청을 방문해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설명안내판' 재설치를 요구하는 서명자료와 의견서 등을 전달했다.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는 지난 9일 일본 나라현 텐리시청을 방문해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설명안내판' 재설치를 요구하는 서명자료와 의견서 등을 전달했다. ⓒ 송도자


a  1995년 일본 나라현 텐리시 시립공원에 설치되었던 '야나기모토군비행장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설명안내판'은 2014년에 철거되었고, 현재는 지지대가 천막으로 감싼 채 방치되어 있다.

1995년 일본 나라현 텐리시 시립공원에 설치되었던 '야나기모토군비행장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설명안내판'은 2014년에 철거되었고, 현재는 지지대가 천막으로 감싼 채 방치되어 있다. ⓒ 송도자


일본 나라현 텐리시(天理市)와 교육위원회는 1995년 텐리시립공원에 "많은 조선인 노동자가 동원이나 강제연행에 의해 끌려와 혹독한 노동 상황에서 일했다"거나 "위안소가 설치되어 그곳에 조선인 여성이 강제 연행된 사실도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 설명안내판을 설치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텐리시장은 이 설명안내판을 철거해버렸다. 이에 통영거제시민모임이 설명안내판 재설치를 요구하기 위해 지난 9~11일 사이 일본을 방문했고, 이 단체는 20일 '보고서'를 통해 결과를 밝혔다.

송도자 대표와 전갑생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이 일본을 다녀왔다. 이들은 통영과 진주 등지에서 1만여 명으로부터 받은 서명자료를 텐리시에 전달하고, '텐리시 야나기모토 비행장 설명안내판 철거를 생각하는 모임' 주최로 텐리시 가카야키 플라자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송 대표와 전 연구원은 야나기모토 비행장과 관련한 조사도 벌였다. 이들은 조선인 집단거주지인 니오도(현 시쿠라이시) 지역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1975년, 강제동원 피해사실을 증언했던 진주 출신 강제노역 피해자 강정시씨가 비행장 기지 내 군위안소에 있었던 조선인 여성들이 종전 후 버려지자 당시 이곳으로 데려와 지냈다고 한 지역이다.


야나기모토 비행장 터에 대한 조사도 벌였다. 이들은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거주지였던 '함바' 건물은 현재 폐허가 되어 방치되어 있었고, 기지 내에 있었던 군위안소는 현재 도로로 포장이 되어버린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현재 인근에 거주하는 80대 할머니로부터 위안소와 관련한 증언을 들었다"며 "그 할머니는 밤마다 위안소에서 '아이고 아이고' 하는 소리다 들렸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그 할머니는 위안소 건너편으로는 '함바'와 조선어교습소가 있었고, 그 할머니도 이곳에서 어릴 적에 한글을 배웠으며, 당시 위안소 앞에서 조선여성들이 널뛰기를 하는 모습과 조선인 노동자를 학대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 인근 일본시민의 증언이 있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행장 활주로는 당시 길이 800m, 폭 50m였는데, 현재는 모두 도로와 논으로 바뀌어 있었고, 논두렁에는 활주로를 증명하는 콘크리트 잔해가 많이 남아 있었다는 것.

설명안내판에 대해, 이들은 "텐리시는 나라로 풀어 철거해 현재 시청에 보관하고 있으며, 지지대 구조물은 천막으로 싸서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다"며 "1995년 설명안내판은 비행장 기지 옆에 있는 텐리역에 세우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우익의 대응을 우려해 시립공원에 설치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통영거제시민모임은 통영시장과 거제시장의 의견서, 통영시의회 제안서, 1만 명의 서명부를 텐리시 시장공실 비서실장한테 전달했고, 텐리시와 결연을 맺은 서산시는 의견서를 지난 9월 국제우편 발송했으며, 거제시의회도 지난 9월말 의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a  1944년 건설된 일본 '야나기모토군비행장'에 있었던 위안소 자리는 현재 도로가 되었다.

1944년 건설된 일본 '야나기모토군비행장'에 있었던 위안소 자리는 현재 도로가 되었다. ⓒ 송도자


a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텐리시 야나기모토 군비행장을 조성하면서 조선인을 강제동원했고,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함바' 건물은 현재 폐허가 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텐리시 야나기모토 군비행장을 조성하면서 조선인을 강제동원했고,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함바' 건물은 현재 폐허가 되어 있다. ⓒ 송도자


#일본군 위안부 #텐리시 #야나기모토 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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