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세미나에서 황당 주장 "국사편찬위가 반역"

교학사 대표 집필자 권희영 교수 "학생들, 민중혁명 땔감될 것"

등록 2015.10.26 13:35수정 2015.10.26 13:53
61
원고료로 응원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극우를 배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은 배제하겠다고 했다. 또 (좌우) 양쪽에서 논쟁을 많이 했던 분들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건 국정화의 이름으로 좌편향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국가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반역하겠다는 것이다. 가만 놔둬선 안 된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였던 교학사 역사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권희영 한국중앙연구원 교수가 국사편찬위원회를 맹공격했다. 권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총대를 멘 국사편찬위가 좌편향 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권희영 "국사편찬위가 반역", 김정배 사퇴 요구

a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2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왜 필요한가' 조찬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왼쪽 부터 이주영 의원, 권 교수, 윤상현, 안홍준 의원. ⓒ 연합뉴스


권 교수는 26일 새누리당 내 최대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 포럼이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국사편찬위가 권희영 교수는 집필진에서 배제한다고 했는데 헌법 가치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면 집필진에서 배제돼야 하느냐"라고 따졌다. 그는 "정치인이든 학자든 나치를 추종하거나 군국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 극우가 어디있느냐"라며 "극우가 없는데 어떻게 극우를 배제하겠다는 건가"라는 주장도 폈다.

권 교수는 "일본이 의병을 토벌했다", "일제 때 쌀은 수탈당한 게 아니라 수출했다" 등의 주장을 편 대표적인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다.

권 교수는 이날 김정배 국사편찬위 위원장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김 위원장이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갔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국회에서 강력히 요구해 사퇴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 간사를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 주관했고, 40여 명의 친박 의원들이 모여 세를 과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색깔론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권 교수는 "현행 검정교과서는 공산주의를 은밀하게 옹호하고 있다"거나 국내 역사학 관련 단체들을 향해 "통합진보당의 이념과 일치한다"라고 거침없는 공격을 퍼부었다.

"검인정제도 두면 학생들, 민중혁명 땔감될 것"


그는 "지금의 검인정제도를 그대로 두면 우리 청년 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민중혁명의 땔감밖에 될 수 없다"라며 "자기 나라 역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교육받고 북한·공산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교육받으면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혁명의 도구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검인정 교과서가 완벽하게 친공산주의·친북한 서술을 가지고 교과서 (시장을) 완전 장악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겠다"라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안보질서가 많이 약해졌고 경계심이 허술한 틈을 타 민중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역사교과서 시장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숙주로 삼아 (이 체제를) 파괴하고 질식시키려는 계략을 꾸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국내 역사 단체에도 '붉은 칠'을 했다. 그는 국내 최대 역사 연구 단체인 한국역사연구회에 대해 "학문을 빙자한 인민민주주의 정치운동 단체"라며 "창립취지문에 보면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과 조국의 자주적 통일'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북한에서 많이 쓰는 용어"라고 비난했다.

또 민족문제연구소를 겨냥해서는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무기로 삼아 폭군처럼 휘두르는 조직이다. 완전히 반국가적, 반헌법적 단체"라고 말했고, 역사문제연구소에 대해서도 "이 연구소는 남로당의 활동을 정당한 것으로 바꿨고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 박헌영 전집"이라고 비난했다.

권 교수는 이들 연구소는 물론 전국역사교육모임까지 '한국사 카르텔'이라고 묶고 "통합진보당에는 자주적 민주주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세우겠다는 강령이 있는데 이 카르텔이 가지고 있는 이념은 통합진보당의 이념과 정확히 일치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역사 비전공자들이 대거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한국사 카르텔에는 자정능력이 없다, 90%는 민중사관에 오염됐고 나머지는 눈치만 보고 있다"라며 "민중사관을 가진 사람이 집필진에 들어오면 자유민주주의는 또다시 민중사관의 숙주 노릇을 하게 된다, 누가 집필하느냐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는 사회과학을 전공한 학자들, 예를 들어 정치와 경제학에서도 정치사 경제사를 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역사교과서를 집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학자들만으로 교과서 집필진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권 교수는 끝으로 "올바른 교과서, 정직한 교과서는 국정화로만 가능하다"라며 "거짓된 선전·선동에 맞서 대한민국의 가치와 생존을 위해 우리는 싸워나가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이 싸움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존경한다" 박수 친 친박 의원들 "황우여 갈아 치워야"

권 교수의 발제가 끝나자 참석한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은 모두 "용기 있는 소신이다", "존경한다"라며 박수를 쳤다.

김진태 의원은 "(권 교수 발제의) 마지막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좌파들은 모든 게 허위다, 그냥 다 거짓말"이라며 "(교과서 국정화는) 허위와 진실과의 투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급기야 김태흠 의원은 교과서 국정화 추진 전략이 치밀하지 못했다며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처음에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대전제로 내걸고 그 방법으로 검인정 강화는 (좌파 역사학계의) 카르텔 때문에 어려우니 국정화로 가야한다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한다"라며 "교육부가 첫 대응을 잘못했으니 장관을 경질해 갈아 치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몰이를 위해 마련된 세미나에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물론 황우여 부총리 사퇴 요구가 나오자 이날 행사를 주관한 윤상현 의원은 다소 곤혹스러워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윤 의원은 세미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 요구와 관련해 "제가 말씀 드릴 사항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권희영
댓글6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2. 2 섭지코지 한가운데 들어선 건물... 주민들이 잃어버린 풍경
  3. 3 우리 부부의 여행은 가방을 비우면서 시작됩니다
  4. 4 월급 37만원, 이게 감사한 일이 되는 대한민국
  5. 5 "검사 탄핵소추 위법, 법률검토 하겠다" 검찰총장, 수사 가능성 시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