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8시간 수업하는 교사, 행복해요

[행복나눔학교를 찾아서1-②] 아산 송남초등학교

등록 2015.11.06 21:39수정 2015.11.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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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형 혁신학교 이름은 '행복나눔학교'입니다. 올해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된 21개 학교에서 4년간 교실 혁신이 꾸준히 추진됩니다. 행복나눔학교가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질 까요?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행복나눔학교를 돌며 시행 1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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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봉 송남초 교사(교무부장) ⓒ 심규상

"교사 개인이 삶이 아닌 공동의 실천을 위해 자원했어요."

송남초(충남 아산시 송남면) 임태봉 교사(교무부장)에게  경기도에서 충청남도에 있는 학교로 옮긴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어 "교사 혼자 잘 가르치기는 쉽지만 모든 교사가 함께 실천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 교사는 충남에 온 지 6년이 지나서야 '공동 실천'의 뜻을 나눌 수 있는 송남초에 왔다. 3년 전의 일이었다. 그는 송남초에서 교장을 비롯해 교직원들과의 관계에 대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니 신뢰가 쌓였고 감동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송남초에는 '행정업무지원팀'이 있다.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줄여 수업 집중도를 높이려는 방안이다. 오유석 교감이 팀장이고 임 교사를 포함 전담교사 2명, 교무행정실무원 모두 4명으로 구성했다. 전담교사의 경우 원래 교과 수업을 주당 18~20시간씩을 해야 하지만 업무지원팀 교사는 8시간만 한다.

그는 "충남형 혁신학교(아래 행복나눔학교)를 하면 수업 부담이 많다"며 "다른 전담교사들이 행정업무를 전담해 달라며, 업무지원팀 교사들의 수업까지 떠안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교사들이 더 헌신적이고 더 자발적으로 수업에 임했다"며 "교감 선생님도 진행과정을 지켜보며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행복나눔학교' 성공요인은 '민주적인 교사문화'

임 교사는 행복나눔학교의 유지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민주적인 교사문화"를 꼽았다. 그는 또 "학교 구성원들이 내 아이 중심이 아닌 모두를 위한 학교라는 가치공유가 필요하다"며 덧붙였다. 그는 행복나눔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자 "교사 전체가 학생을 키운다"며 "교사학습 공동체"라고 말했다. 행복나눔학교는 전체와 개인의 조화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임 교사는 "학교와 아이들의 성장은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4개의 기둥으로 받침된다"며 '지역사회 역할'을 강조했다.

아래는 임 교사와 가진 주요 인터뷰 요지다.

송남초등학교는?
1924년 송남공립 보통학교로 개교해 지금까지 5754명이 졸업(89회)했다. 현재 12개 학급 228명이 재학중이다. '자율과 창의가 꽃피는 배움과 나눔의 공동체'를 목표로 교장과 교감을 포함 17명의 교사가 몸 담고 있다.

아산 도심과 떨어져 있는 농촌이지만 일찍부터 생태체험학교, 자연친화 학교, 즐겁게 공부하고 신나게 가르치는 학교 등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윤희정 교장은 "주제가 있는 체험학습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향토애와 창의성,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 행복한 학교 만들기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2009년부터 자발적으로 교사들이 모여 '학교 만들기'를 시작했다."

- 이 학교에는 언제 왔나?
"원래 고향이 경북 대구다. 교사 생활은 16년째다. 경기도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9년 전 홍성을 시작으로 예산, 아산 등 충남에 있는 학교를 거쳤다. 송남초에는 3년 전에 왔다. 교사 개인의 삶이 아닌 공동의 실천을 위해 자원해서 왔다. 교사 개인이 혼자 잘 가르치기는 쉽지만 모든 교사가 함께 실천하긴 어렵다."

"열정적으로 모나지 않게...교장 선생님도 교사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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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초 농구 동아리 모습. 김태곤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뛰며 농구를 지도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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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초 학생들이 인형 옷 만들기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 심규상


- '학교 만들기'는 교장의 도움이 필요하다. 교장은 우호적이었나?

"초기에는 교장 선생님이 권위를 내세워 지시하고 따르기를 바랐다고 한다. 교장모임에 가면 '왜 그 학교만 교사들에게 끌려다니느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들었다. 결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학교운영을 모나지 않게 잘 해나가자 결국 교장 선생님도 경영스타일을 바꿨다. 나중에는 교사들의 결정을 존중해줬다.

학부모들도 교장 선생님을 잘 설득하고 보좌했다. 아버지 모임에서는 1박 2일 천렵 행사 때마다 교장 선생님과 동행했다. 교장 선생님의 활동도 지지해주고 다른 학교로 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까지 할 정도였다. 전근을 가실 때는 '지역 학교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감사패를 드릴 정도였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니 신뢰가 쌓이고 감동으로 이어졌다."

- 학교 잡무처리 등 행정업무로 학교수업에 지장을 주지는 않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 끝에 올해부터 '행정업무지원팀'을 만들었다. 교감이 팀장이고 전담교사 2명, 교무행정실무원 등 모두 4명이다. 전담교사의 경우 원래 교과 수업을 주당 18시간에서 20시간씩 해야 한다. 그런데 8시간만 수업한다. 다른 전담교사들이 자신들이 수업을 더 하겠다며 행정업무를 전담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 내 교육기획 업무는 담임교사들이 직접 한다. 독서교육을 예로 들면 학교 학생들의 독서교육은 학교담임이 담당한다. 하지만 다른 학교와 함께하는 독서대회나 글짓기 대회는 업무지원팀이 담당한다. 특히 교감 선생님의 경우 다른 학교와는 달리 업무지원팀장을 맡아 주셨다. 당연히 다른 학교 교감 선생님들 보다 일이 많다."

- 행정업무지원팀에 대한 평가는?
"교감 선생님께서 '줄어드는 행정업무 시간이 학교 내 교육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겠느냐'며 우려했다. 시행하고 보니 교사들이 더 헌신적이고 더 자발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결과물도 좋게 나왔다. 교감 선생님도 진행과정을 지켜보며 '스스로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담임교사들도 '아이들의 교육에만 전담할 수 있어 좋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책임감도 더 느끼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우리 모두의 아이'라고 생각하는 마음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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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초 1학년 교실의 '가을' 시간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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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초의 수학시간 ⓒ 심규상


- 행복나눔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

"민주적인 교사문화다. 이는 교사회의를 통해 표현된다. 지시를 잘 전달하는 게 아니라 회의하고 공유하고 공동으로 실천하는 문화를 말한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교사회의를 결성해 서로 노력했다. 지금은 누구나 내 생각,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다른 하나는 학부모들이 내 아이 중심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 갖기다. 아이가 1학년이면 학부모도 1학년이라는 말이 있다. 교사-학부모연석회의와 학년 다 모임(담임교사-학부모), 학년교사-학부모 다 모임을 통해 지속해서 아이 모두를 생각하는 가치관을 공유해왔다. 내 아이 중심이 아닌 모두를 위한 학교라는 가치공유가 필요하다."

- 문제가 생기면 어떤 기준으로 해결하나.
"원칙에 대한 공유다. 예를 들어 '교사들에게 업무를 더 줘야 하는데….' 라는 얘기가 나오면 원칙을 되짚어 본다. 교사들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의 성장 발달을 돕기 위해서라는 원칙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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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초 5학년 학생들.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 심규상


- 여러 특색 있는 교과 과정을 운영 중이다. 학부모들과 교과 과정에 대해 어떻게 이해를 구했나?

"처음 교육 영상모임을 학부모와 함께하며 영화를 보면서 공론의 장을 만들었다. 교사와 학부모가 1년에 4번씩 합동연수도 다녀왔다. 다양한 교육 전문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게 하고 '진학'을 위한 교육이 아닌 '진로'를 위한 교육이라는 관점을 갖게 됐다."

- 송남초만의 자랑거리를 꼽자면?
"이 학교를 졸업하면 이 정도의 역량을 갖게 하자는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주제체험학습과 계절 스포츠, 산 탐사가 그것이다. 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수영, 스케이트, 스키를 즐길 줄 알고 인근 6개 주변 산을 잘 알 수 있다.

문화예술집중학교도 소개하고 싶다. 10월 1~2주 동안 교과서를 재구성해 연극, 목공예 등 문화예술 표현학습을 하고 있다. 독서지도의 경우 3월에 아이들이 원하는 작가를 선정하면 교사가 해당 작가의 책을 사 읽고 11월경 작가를 초청해 아이들과 2시간 이상 토론하고 함께 대화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선택하는 자율성을 중시하고 소규모 집중학습을 하고 있다."

- 행복나눔학교 지정에 따른 도 교육청의 지원액은?
"우리 학교의 경우 3000만 원 남짓이다. 시설보다는 모두 프로그램에 투자한다. 우리 학교는 '행복나눔학교'로 지정하기 이전부터 혁신교육을 해왔다. 그래서 큰 지원이 없어도 행복나눔학교가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행복나눔학교'는 지원금이 없어도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자기표현 주저하지 않고, 남의 말 가로막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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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초 음식 동아리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여러 학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 심규상

- 교실 혁신이 아이들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나? 어떻게 체감하나?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즐거워한다.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무대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남의 말을 가로막지 않는다. 주체적이면서 남을 배려할 줄 안다는 얘기다. 문화예술 감수성도 높다. 자신의 특기를 알고 살리려 노력한다. 뮤지컬 보러 혼자 천안을 오가는 학생도 있다."

- 혁신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교사학습 공동체다. 교사 전체가 학생을 키운다. 한 아이를 전체 교사가 키운다."

- 행복나눔학교는 네모다. 네모 안에 넣고 싶은 말은?
"행복나눔학교는 '전체와 개인의 조화'다."

- 학교의 향후 지향점은?
"학교와 아이들의 성장은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라는 4개의 기둥으로 받침된다고 생각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는 민주적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한다. 지역사회는 마을학교 역할을 한다. 학교의 역량이 마을로 흘러야 마을과 학교가 함께 성장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을 들자면 수평적 리더십과 따뜻한 리더십, 재미있는 학교, 함께하는 문화, 기다림, 성찰, 닥치고 실천이 아닐까?"

○ 편집ㅣ박순옥 기자

#송남초 #행복나눔학교 #충남도교육청 #행정업무지원팀 #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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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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