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 선임의 고질적 문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법령 어디에도 7이나 4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KBS 이사가 되기 위한 자격 요건이 보이네요. '각 분야의 대표성'. 방송통신위원회가 생각하는 각 분야의 대표성은 왜 하필 늘 7대 4로 나뉠까. 2013년 국회 방송 공정성특위 보고서 131쪽을 보면 현행 KBS 이사 선임을 설명한 부분에 '(관행적으로 여7, 야4)'라는 작은 괄호가 덧붙습니다.
KBS의 '7대4'의 역사는 2000년 1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방송법이 개정된 그해 KBS 이사회는 12인 체제에서 11인 체제로 바뀌는데, 그 이후 여당과 야당 사이에 '관행'의 탈을 쓴 약속 하나가 성사됩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방송사의 정치적 입김을 강화하기 위한 여야의 '신사 협정'입니다. 아래 최진봉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 KBS 이사진의 여7 대 야4 불균형 구도, 왜 지금까지 지속됐을까요. "정치적 합의에 의해 관행이 된 거죠. 신사 협정 비슷하게 여야가 합의를 한 것인데. (권력을 잡은 여권이) 최소 이 정도는 해주자 결정한 데 야당이 일정 부분 합의를 한 거에요. 나중에 여야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 관례로 그렇게 해온 거고 아무런 법적인 구속력은 없어요."
-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에 개입해 생긴 대표적인 문제는?"우리나라의 공영방송 이사진은 정치권에서 여야가 서로 친맥이 있거나 정치적으로 자기 말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요. 그 사람이 얼마나 능력있고 공영방송을 위한 공정성을 갖고 있는 걸 보는 게 아니라... 그러니 (그 자리가) 소위 정치판의 데뷔 정도의 역할밖에 못하는 거죠. 그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이 구조는 계속 갈 수밖에 없어요."
최진봉 교수는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을 정부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 또는 임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공영방송의 사장을 추천하고 임명하는 이사나, 그 이사를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나 모두 정치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것이죠.
독일 공영방송 ZDF의 사장추천위원회는 이사가 아닌 약 70여 명의 종교, 지역사회단체, 법관 등 각계 각층 인사들이 모여 사장을 선발한다고 합니다. 정치 개입을 최소화하고, 방송 수용자인 시민이 모여 직접 사장을 뽑는 것이죠.
여야 7대4의 불균형적 지배 구조를 가진 우리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정말 먼 이야기로 들립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70명이 힘들면 30명이라도 모아 구성해보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정치권이 추천한 정치적 대리인들이 (공영방송의) 의사 진행을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수신료를 내는 국민은 의아합니다. 왜 국민을 위한 방송에서 '네편 내편' 땅따먹기를 할까.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지난 2015년 6월 26일부터 3일간 전국 16개 시도 만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면접조사(95% 신뢰 수준)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를 추천 또는 임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반대(37.2%)한다는 답이 찬성(16.9%)한다는 답보다 16.3%p 더 많았습니다.
국민도 인지하는 7대4의 부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