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름 앞의 대못 뽑으려고 ‘역사전쟁’
고정미
그가 불 지르고 싶은 두 글자 '독재'현대판 분서갱유.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독재를 기록한 교과서를 불태울 기세다. 하지만 그도 아버지를 독재자로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다. 국회의원회관 545호실에 앉아있던 그는 당시 정치 입문 4년 차였다. 무려 2시간 동안 인터뷰했지만 '각'이 없거나 추상적인 답변뿐이어서 조바심을 냈는데 막판에 대어가 걸렸다.
이날 그의 마지막 말만큼 인상 깊었던 것은 사무실 벽에 걸린 사진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었다. 간절하게 닮고 싶다는 뜻이다. 박정희 피가 그의 DNA에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그는 아버지의 "강권통치는 인정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존경하는 역대 대통령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14년이 흐른 뒤 그는 아버지가 있던 청와대에 앉아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다. 다시 권력을 잡았지만 인터뷰에서 어렵사리 인정했던 '독재자 박정희'. 그게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치욕스러웠을 것이다. 아버지 이름 앞에 대못처럼 박혀있는 역사적 평가를 우리 교과서에서 뽑아내려고 그는 기어코 전쟁을 벌였다. 역사 교과서 위에 '좌경용공', 붉은 페인트 통을 쏟아 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