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이 목표였는데, 아무도 안 사는 '귀신 도시'

'부동산 거품'의 상징 네이멍구 어얼뚜어스를 가다

등록 2015.11.03 14:56수정 2015.11.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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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에게 네이멍구 어얼뚜어스는 낯선 동네가 아니다. 잊을 만하면 가끔씩 언론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인구 200만 명으로 중급 도시 수준도 되지 않는 이곳을 중국인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1인당 국민소득 34000불이 넘은 중국 최고 부자 도시', '희토류와 천연가스, 석탄의 중심도시', '칭기즈칸의 묘가 있는 도시' 등 갖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구이청(鬼城 귀신도시)으로 불리는 부동산 거품의 도시'일 것이다.

a 캉바스 신도시 중심광장 왼쪽이 박물관, 오른쪽이 민족대극원이다

캉바스 신도시 중심광장 왼쪽이 박물관, 오른쪽이 민족대극원이다 ⓒ 조창완


인구 50만 명 혹은 100만 명을 목표로 세웠지만 아무도 살지 않아 귀신도시로 불리는 것으로 인지한다. 그럼 실상은 무엇이고, 이 도시가 주는 상징과 미래는 무엇일까. 기자는 지난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이 도시의 진실을 살펴봤다. 기자에게 이 도시는 낯선 곳이 아니다. 황사를 취재하던 시기(2000~2008년)에는 매년 이 도시를 스치면서 황사를 취재했다. 방문 초기만 해도 인상적이지 않았던 이곳은 2005년이 지나면서 급속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근 7년 만에 찾은 어얼뚜어스는 정말 사막의 신기루처럼 거대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황량한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에 세워진 만큼 더 황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 도시에서 읽어내야할 코드들은 무한했다. 그 공간 속으로 들아가보자.

a 분지 안에 세워진 어얼뚜어스 캉바스 신구 마오우쑤와 쿠푸치 중간에 세워진 신도시

분지 안에 세워진 어얼뚜어스 캉바스 신구 마오우쑤와 쿠푸치 중간에 세워진 신도시 ⓒ 조창완


몽골어인 어얼뚜어스(鄂尔多斯)의 의미는 '사람이 많은 궁전'이다. 시의 전체 면적은 8만7000㎢로 한국의 2/3의 면적이지만 대부분이 쿠푸치사막과 마오우쑤사막에 속해 있어, 생산성 있는 지역은 아니다. 당연히 낙후할 수밖에 없는 도시다. 하지만 이 도시가 경천동지한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 때문이다. 중국 희토류 생산에 절반, 천연가스의 40%, 석탄의 1/6을 생산하는 도시가 되면서 이 도시는 부가 넘치기 시작했다. 차들은 바뀌었고, 구 도심이던 동셩(東勝)은 서서히 발전할 공간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의욕적이었던 신도시 건설이 발목

그런데 이 도시가 갑자기 중국인과 중앙에 관심을 끈 것은 2000년 캉바스(康巴什)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후부터다. 동셩 남부 20km 지점에 155㎢에 지어진다는 이 계획은 그저 구상인줄 알았지만 2004년 5월 전면공사에 들어갔다. 공적 투자금액은 52억8800만 위안(한화 1조 원 가량)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민간투자 등을 합치면 이 도시에 들어간 액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2008년 도시의 1차 시설이 완공됐다. 그러나 상업인프라가 완공되지 않아 이 도시는 텅 비어있었다. 이것은 미국의 주간지 타임지가 발견해 2010년 4월 5일자에 '유령도시'로 명명하면서 '중국 부동산 거품의 상징'으로 보도했다.

a 캉바스 시내 아파트  한적하지만 자세히 보면 절반 이상은 입주해 있다.

캉바스 시내 아파트 한적하지만 자세히 보면 절반 이상은 입주해 있다. ⓒ 조창완


베이징에서 오르도스행 비행기는 하루 5대 정도로 운항횟수는 많지 않다. 10월 25일 기자 역시 그 비행기에 몸을 싣고 오르도스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캉바스신구로 가는 15km의 길은 황량했다. 하지만 시내에 거의 도달했을 무렵 만난 거대한 강은 나를 의아하게 했다. 사막도시로 기억하던 곳에 한강만한 강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물론 인공 강이지만 이 도시 설계자들의 의지를 읽을 만했다. 나는 안내자인 짜 선생에게 물었다.


- 오기 전에 캉바스가 유령도시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 거주자는 얼마나 되나요?
"유령도시라고 하긴 좀 그래요. 이미 15만명 정도가 살고 있고, 이곳 정부가 목표한 2020년 30만명 인구는 별 문제 없을 것 같아요"
- 그럼 이곳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그건 자신할 수 없어요. 중앙정부에 워낙에 찍혔거든요"

고향이 오르도스시 북부 따라터치인 짜 선생은 시안에서 대학을 나온 후 선전과 홍콩에서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가 온 인재로 영어도 능숙했다. 5년 전 고향에 돌아와 꿈을 펼쳐보고자 했지만 일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지금도 한중 합작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앞날을 낙관할 수는 없는 처지다.


a 캉바스 신도시 중심 광장 캉바스시의 중심인 쌍구광장. 한적하다

캉바스 신도시 중심 광장 캉바스시의 중심인 쌍구광장. 한적하다 ⓒ 조창완


공공시설은 차지만 일자리는 요원

다음날 시간을 내서 시내 중심광장과 어얼뚜어스 박물관 등 중심 인프라 시설을 돌아봤다. 여느 중국 시설이 그러하듯 뒷마무리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베이징, 상하이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도시 인프라는 낯선 여행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방문자는 손을 셀 정도로 많지 않았다. 박물관을 한 시간 정도 돌아볼 때 스친 방문객 수는 30여 명 정도로 그다지 많지 않았다. 천안문 광장에 버금가는 면적을 자랑하는 시정부 앞 쌍구광장(雙駒廣場)은 지날 때 만난 이가 이십여명을 넘지 않을 만큼 한적했다.

쌍구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캉바스 신구의 중심 상업거리인 메이스광창(美食廣場)이 있다. 최대형 건물들이 즐비하지만 중심건물의 일부만이 영업을 하고 있을 뿐 내부 대부분은 비어 있다고 현지에 생활하는 한국인 고칠성 박사가 알려줬다. 현지 커피숍에서 고 박사에게 현지 상황과 앞날을 물어봤다.

- 이번에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의 도시 거주를 쉽게 하는 '거주증 제도'를 시행하면 잘 만들어진 캉바스시 같은 곳은 사람들이 더 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문제는 와서 먹고살 것이 별로 없어요. 그러니 늘어날 가능성도 많지 않지요"
- 이렇게 자원 많은 도시인데, 제조업 기반이 이렇게 약하나요?
"도시가 생활 위주로 설계되고, 제조업 기반은 약한 편이죠. 올해 말에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관광 쪽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지요"

중국에서 25년간 거주한 고칠성 박사의 말대로 캉바스 신구 등 어얼뚜어스 시는 자원을 캐내는 2차 산업은 기반이 있지만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실체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다음날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간 캉바스 하이테크개발구에는 한국에서 매입한 액정패널 제조업체인 징동팡(京東方)의 공장 정도가 활발히 가동할 뿐 공장부지 대부분은 비어 있었고, 이미 입주한 LED 업체나 태양광업체 등은 활기를 잃은 상황이었다. 어얼뚜어스 북부에 있는 바오토우가 거대한 유가공업체인 멍뉴, 이리 등이 있는 반면에 이곳의 장점인 자원을 활용한 산업은 거의 맥을 추고 있지 못했다.

a 샹사완 사막 지역 롄화호텔 도시도 지었지만 여행시설에도 막대한 투자를 했다. 샹사완 사막 중심부에 지어진 사막호텔

샹사완 사막 지역 롄화호텔 도시도 지었지만 여행시설에도 막대한 투자를 했다. 샹사완 사막 중심부에 지어진 사막호텔 ⓒ 조창완


반면에 여행업은 거대한 웅비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미 완공된 고속철도역이 가동될 경우 베이징에서 캉바스 신도시까지는 3시간 남짓이면 올 수 있다. 어얼뚜어스는 칭기즈칸 묘를 비롯해 샹사완 사막, 쿠푸치 사막, 초원 등 천혜의 여행자원을 갖고 있다.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사막 여행지인 샹사완은 사막 위에 세워진 초호화호텔 등을 갖고 있으며, 쿠푸치 사막 횡단 프로그램은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캉바스 신구 역시 '유령도시'란 세계적인 오명 자체가 흥밋거리이기 때문에 관광객을 끌 요소가 충분하다. 40도의 폭염이 있는 베이징과 달리 이곳은 여름에도 30도 이하의 건조한 날씨여서 피서에는 적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을 알기 때문에 시정부는 매년 여름 소수민족 축제를 비롯해 대대적인 나따무 축제를 벌여 관광도시로의 가능성을 키웠다.

a 공사중인 고급 아파트 단지 캉바스 신도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공사중인 고급 아파트 단지 캉바스 신도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조창완


차기지도자 후춘화에게도 영향 줄 듯

기자가 나흘 동안 돌아본 어얼뚜어스시, 특히 캉바스 신구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거품의 도시인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이곳의 앞날이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선 몇 년 사이에 이주한 15만 명을 유령으로 치부할 수 없고, 어얼뚜어스 행정도시로 확고히 자리하는 데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지역이 차세대 중국 리더 중에 하나인 후춘화(胡春華 1963년생. 현 광둥성 서기)의 정치적 성장배경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후춘화는 20009년 1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네이멍구 서기로 재직할 때, 캉바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가 기획자는 아니지만 이 도시가 실패한다면 후춘화에게 정치적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 도시의 동력을 무엇으로 만드는 가이다. 정부는 캉바스 시의 주요한 목적을 금융, 교육, 문화에 두고, 산업으로는 자동차를 중심에 두었다. 특히 2005년 이곳에 입주한 화타이(华泰)가 150억 위안(한화 2조80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연산 50만 대 규모의 자동차 산업을 추진한다고 시작했지만, 최근에 투자의 진척상황은 없다. 이럴 경우 후춘화의 정치적 입지도 쉽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부도 후춘화의 입지에 따라 이 지역의 투자를 움직일 가능성이 많다.

어얼뚜어스시는 지난 15년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따른 자원소비의 급증에 힘입어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때문에 '거품의 도시', '유령의 도시'라는 오명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시내는 물론이고 외곽에는 공사를 멈춘 고급 아파트 단지들도 수없이 눈에 띄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캉바스 신구의 아침은 예상밖에 활기를 띠고 있고, 거리의 차 가운데 1/3은 고급 외제차였다. 생활 환경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못지않았다. 캉바스에 자리한 학교들도 시설에서 부족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곳의 자원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도시의 미래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a 칭기즈칸 릉 캉바스시 남쪽 30킬로미터에 위치한 칭기즈칸 묘로 시체가 아닌 영혼을 모신 묘다

칭기즈칸 릉 캉바스시 남쪽 30킬로미터에 위치한 칭기즈칸 묘로 시체가 아닌 영혼을 모신 묘다 ⓒ 조창완


덧붙이는 글 관련 내용은 국민TV '민동기의 뉴스바'(http://www.podbbang.com/ch/6645)에서 매주 화요일 8:30분부터 방송되는 '달콤한 중국'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어얼뚜어스 #캉바스 #오르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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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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