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관음상멀리 해수관음상이 보인다.
정도길
사람은 남에게 드러내 보이기 위해 겉모습에 치중하고, 나아가 목숨까지 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겉모습이야말로 그 사람의 진실된 모든 것을 담았을까. 결코, 아니다. 뼈아픈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다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아픔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사물과 자연도 마찬가지. 뼈아픈 고통을 이겨내며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난 곳으로 찾아 가는 길.
10년 전, 낙산사는 대형 산불로 당우 대부분이 소실되는 큰 피해를 겪었다. 금수강산 자연은 전쟁의 상흔보다 더 큰 폐허를 남겼고, 천년고찰은 그 터마져 흔적을 지웠다. 불자는 물론이요, 전 국민의 신음소리는 천상에 달했다. 그렇다고 아픔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는 없었다. 국민들의 관심과 불사로 흔적 없이 사라졌던 그 터에 새 생명의 씨를 뿌렸다. 보라! 지금의 낙산사를. 아픔은 치유된다는 진리를, 우리는 낙산사 복원을 통해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아픔의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그 뼈아픔을 드러내어 이웃과 사회가 관심과 사랑으로 같이 한다면,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낙산사 입구에 하늘 높이 솟구쳐 선 큰 소나무. 그 밑동에는, 화염에 새까맣게 탄 뼈아픈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