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 중국 광동(광둥)성 동완시의 해전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김종성
바닷길 통합으로 서유럽 급속도 성장15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세계적 차원의 육로나 해로를 이용할 수 없어 후진 지역이었던 서유럽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의 바닷길을 하나로 통합하면서부터였다. 서유럽인들에 의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통해 세계를 일주하는 루트가 개척되고, 아프리카를 돌아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루트가 개척되었다.
서유럽이 세계의 바닷길을 활용하게 되면서부터 세계의 부와 재물은 급속도로 서유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서유럽인들은 아프리카의 노동력과 아메리카의 은(당시의 세계 화폐)을 공짜로 착취한 뒤 이것을 갖고 동아시아, 특히 중국과 무역을 했다. 공짜로 노동력과 화폐를 획득했으니, 서유럽이 경제적으로 급부상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를 기초로 서유럽은 17·18세기에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이룩하고, 이것을 군사력으로 연결시켜 19세기 중반에 아편전쟁에서 승리하고 세계사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이렇게 서유럽은 15세기 이후로 바닷길에 대한 지배력을 통해 부와 권력을 획득하다가 19세기 중반에 세계 패권을 장악했다. 뒤늦게 등장한 미국도 이런 흐름에 편승해 19세기 후반 이후로 세계무대에서 위상을 높였다.
이런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서유럽이 세계를 지배하는 근원적인 힘은 바닷길에 대한 지배에서 나온다. 세계 바닷길이 여타 대륙이나 해적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고 미국과 서유럽의 안정적 관리 하에 있을 때만, 미국과 서유럽은 세계에 대한 지배권을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그 지배권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제까지 미국과 서유럽이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바닷길 곳곳에서 중대한 도전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미국의 심기를 어지럽히면서 바닷길 지배권을 교란하는 것도 그런 도전 중의 하나다.
비단 남중국해에서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해적이 많이 출몰하는 바닷길은 토고 해역(아프리카 서해안 중부), 나이지리아 해역(아프리카 서해안 중부), 홍해, 소말리아 해역(아프리카 동해안), 방글라데시 해역, 말레이시아 해역, 인도네시아 해역 등이다.
이곳들은 16세기부터 서유럽이 관리해온 바닷길의 주요 길목이다. 아편전쟁 이후에는 서유럽이 보다 더 확고하게 지배권을 행사해온 길목이다. 20세기부터는 미국의 영향력까지 함께 미치던 곳이다. 이런 곳에서 해적이 많이 출몰한다는 것은 미국과 서유럽이 이곳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과 서유럽의 바닷길 지배권은 지금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은 빙산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바닷길에 대한 지배를 통해 세계를 지배한 자가 바닷길을 관리하지 못하면 패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의 현상은 서양의 세계 지배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머지않아 종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닷길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하고 세계 지배권을 획득한 서양의 시대는 그렇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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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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