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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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노오오오오오력'을 신으로 삼는 신정국가가 있었다. 그곳에서는 '노력하면 된다'라는 신이 모든 일을 관장했다. 그 신은 불가능한 것도 가능케 하는, 말 그대로 영적인 힘을 가졌고, 그 나라 국민은 그 신만을 믿었다. 하지만 '디시인사이드'라는 무법지대에서 그 신정국가를 열심히 매도하던 이들이 하던 이야기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스멀스멀 퍼져나갔다. 그리고 서기 2015년, 신을 믿지 않는 불순한 이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노오오오오오력'이라는 신을 따르는 행위를 거부하며 자신들의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노오오오오오력'이라는 통념을 거부하고, 대신 '죽창'을 찬양했다. 그들이 늘 외치는 구호는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었으며 이는 "노력하면 된다"는 신과 그 추종자들도 '죽창 앞에서는 공평'하다며, 신정국가의 교리를 통째로 무시하는 아주 지독한 행위였다. 게다가 그들은 신과 그 추종자들을 '노력충'이나 '꼰대'라고 부르며 신성모독을 하는 일까지 저질렀다. 그들은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완전한 신성국가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망한민국'이나 '지옥불반도'라는 불경스러운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일컬어 '흙수저'라고 지칭했다.
본 기자는 신성한 존재에 '죽창'을 들고 봉기한 이들과 어렵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는 태초에 금수저가 아니었으므로 우리의 이름은 없다. 때때로 상황에 변할 뿐이다. 이를테면 '알바생', '비정규직', '노예'같은 것들이다. 그러므로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그들과의 일문일답.
1. 당신들은 '일베' 출신인가?우리는 하나의 커뮤니티로 규정지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 국가의 교리와 따르는 신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사람들일 뿐이다. 그렇기에 '일베'에 있을 수도 있지만, '일베'가 아닌 커뮤니티에서 왔을 수도 있다. 어디 한 곳의 출신으로 국한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흙수저'임을 인지하고 있다면 그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2. 당신들이 세력을 넓힐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들은 '꼰대'처럼 '진지충'들이 아니다! 그들은 무슨 말만 하면 "노오오오오력이 부족해"라거나 "우리 때는..."라면서 훈계하기 바쁜 사람들이고.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공감 가도록, 유머 있게 그 현실을 표현할 뿐이다. 우리가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많은 청년들이 헬조선 드립이 웃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냥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될 일이 아니다. '노오오오오력'하기 바쁜 청년들에게는 유머, 드립이 있어야 한다. 꼰대들의 '유모우우우우우'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