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교육부가 외신기자들에게 보낸 자료. ⓒ 윤근혁
교육부가 외신기자들에게 건넨 고교<한국사> 검정 교과서의 '주체사상·한국전쟁 자료' 3개 항목 가운데 2개가 이전 교육과정에 따라 나왔던 과거 교과서 내용을 발췌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나선 한국 정부가 "한국 국민들에 이어 외신기자들에게까지 속임수를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외신기자들 "이제 보니 교육부가 보낸 건 속임수 자료"
1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장)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0월 21일 외신기자들에게 '외신기자 브리핑 시 발언의 근거 자료'란 제목의 자료를 일괄 전송했다.
이 자료는 지난 10월 16일 교육부가 연 '국정교과서 개발 관련'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발언한 김동원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담은 것이다. 당시 김 실장은 "일부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6·25 전쟁 책임이 남한에도 있는 것처럼 기술하고 주체사상의 선전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근거가 무엇이냐'는 외신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외신기자들에게 보낸 자료에서 교육부는 김 실장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3개 항목의 근거를 들었다. ▲ 역사학자 김성칠의 '6.25 전쟁 일기'(미래엔) ▲ 김일성 전집을 인용한 주체사상 설명(천재교육) ▲ '주체사상에 대하여'란 김정일 원전을 인용한 주체사상 설명(지학사) 등이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예로 든 3개 항목 가운데 '김성칠의 일기'와 '주체사상에 대하여 원전 인용' 부분은 2013년에 검정 합격을 받아 지난해와 올해 고교생들이 배우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에는 실리지 않은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두 항목은 2010년에 이전 교육과정에 따라 검정 합격한 과거 교과서에 실려 있었던 것이었다.
교육부가 해당 자료에서 "2011년 보급본, 현 고3 사용"이라고 적어놓기는 했지만, 한국 교육상황에 밝지 않은 외신기자들은 "과거 교과서 내용인 줄 몰라 감쪽같이 속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 고3이 사용한다'는 표현 또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 의원실과 전국역사교사모임은 <한국사>의 경우 과거 교과서를 현재의 고3이 사용하는 사례는 전국 고교의 5%도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사> 교과는 수능 필수 과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교가 이미 고1, 고2에 해당 교과 수업을 끝마쳤기 때문이다.
한 외신기자는 "교육부가 현행 교육과정에 따라 나온 <한국사> 교과서에 실리지도 않은 내용을 우리들에게 준 것은 외신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이렇게 속임수를 쓰는 걸 뒤늦게 듣고 보니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신기자도 "교육부가 제시한 자료가 모두 현행 교육과정에 따라 나온 교과서인 줄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과거 교과서의 내용을 트집 잡은 자료를 마치 현재의 교과서 내용인 양 외신에게 보낸 교육부의 행동은 국민에 이어 외신기자들까지 호도하고 나선 것"이라면서 "정부가 더 이상 국제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거짓말과 반칙으로 벌이는 국정화 강행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역사교육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한국사>를 배우지 않는 고3들도 고1·고2 때는 문제가 있는 2011년 판 <한국사> 교과서로 공부한 것은 맞지 않느냐"면서 "외신기자들에게 준 자료에서 '2011년 보급본'이라고 적었기 때문에 거짓 내용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도종환 "국제망신 더 당하지 않으려면..." - 교육부 "거짓 자료 아니다"
a
▲ 통일부 산하기관이 진행하는 고교생 교육 관련 자료. ⓒ 통일부 누리집 갈무리
한편, 통일부가 운영하는 통일교육원 사이트에 실린 '2015 고등학생용 통일교실' 사이버 수업에서도 '주체사상에 대하여'란 김정일 원전이 등장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사진을 보여준 뒤 이 원전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 사이버교육에서는 "역사상 독재체제가 그랬듯이 북한 사회를 폐쇄적 사회, 언론 통제사회, 주민인권을 짓밟는 사회로 만들어 놨다"고 덧붙이고 있다. 기존 8종의 <한국사>교과서도 모두 주체사상에 대해 언급한 뒤 위와 비슷한 취지의 비판 내용을 넣어 놓았다.
실제로 교육부가 원전을 인용했다고 외신기자들에게 보낸 자료에 실린 2014년판 천재교육 교과서도 "이(주체사상)는 김일성의 권력 독점과 우상화에 이용되었다"고 원전 바로 뒤에 곧바로 명시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