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되지 않게 도와드립니다"
재미삼아 했다가 투자 받고 창업까지

[빅데이터-사회혁신을 꿰뚫다①] 호갱되지 말자, 호갱노노

등록 2015.11.17 08:24수정 2015.11.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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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빅데이터가 재난 재해와 교통 문제 등 고질적인 난제를 풀고 더 나은 사회로 바꾸어 나갈 고갈되지 않는 자원으로 불린다. <오마이뉴스>는 빅데이터에서 세상을 바꿀 힘, 사회 혁신의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네 편의 기획 시리즈를 통해 효율적인 사회 혁신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방안과 그 가능성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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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노노 공동창업자인 심상민씨와 디자이너 이지영씨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구매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당하셨을 분들이 많았을 것"라며 손가락을 흔들며 "더 이상의 호갱은 노노(nono)"라고 말했다. ⓒ 유성호


시작은 '재미삼아'였다. 10년 경력의 웹 개발자인 심상민(33)씨. 그는 지난 2014년 12월, 한국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 이케아(글로벌 가구·생활용품 기업)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게 상품을 판다는 뉴스를 보고 '정말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나 찾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판매자 위주로 생산된 것들이었다. 그는 실제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심씨는 미국, 일본, 영국, 대만, 싱가포르 등 11개국의 이케아 사이트를 뒤져 가격을 비교하기로 마음먹었다. 각국의 제품 가격에 외환은행이 공시하는 달러화,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의 환율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싸게 파는 이케아 제품'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게 파는 제품' 두 카테고리로 나눠 총 6446개의 품목을 분류했다. 저작권 문제는 제품 이미지 하단에 '본 이미지의 저작권은 IKEA.COM에 있습니다'라고 남겨 깔끔하게 처리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 이케아 제품의 평균 가격은 11개국의 전체 평균 가격과 거의 유사했다. 심씨는 더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심씨의 결론은 "가격이 낮은 제품은 싸게 팔고, 가격이 높은 제품은 비싸게 판다"는 것이었다. 식탁, 서랍장, 테이블 등 고가의 제품은 비싸게 가격이 형성됐고, 커튼, 의자 등 10만 원대 이하 제품 가격은 평균보다 낮았던 것이다.

"개발자는 귀찮은 걸 싫어해요. 일일이 사이트 찾아다니면서 가격 비교하려면 귀찮거든요. 그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하나씩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그렇게 해서 '호갱노노'로 이어진 겁니다."

"호갱되지 마세요"...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 결정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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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노노 공동창업자인 심상민씨와 디자이너 이지영씨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모바일 페이지를 보여주며 부동산 구매자들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유성호


그는 올해 1월 2일, 이케아 가격 비교 사이트를 오픈했다. 이름은 '호갱노노'. '호갱'은 '호구'와 '고객'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어리숙해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호갱이 되지 말자는 뜻을 사이트 이름에 담았다. 인터넷 상에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하고 개발자의 기술을 이용해 공익적 취지의 빅데이터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

심씨는 사이트를 공개하고 클리앙, 오늘의유머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글을 올렸다. "조만간 이케아 들를 예정인데 잘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케아에 호갱 되지 않겠습니다", "너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케아 물건을 사기 전 반드시 방문해야 할 누리집으로 공유됐다.


호갱노노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작은 노력이 거대한 반향을 일으킨 사례로 평가받았다. 또 소비자에게 제품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발적 기획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었다. 이 사이트는 글로벌 기업 제품의 가격에 대한 합리성을 평가하는 판단 근거가 됐다. 인터넷에 접속한 이들 모두에게 전달이 가능했고, 데이터 생산 비용은 개발자의 수고 외에는 제로에 가까웠다.

며칠 뒤에는 인터넷 쇼핑몰인 '이마트몰' 상품들의 가격 변동 추이를 보여주는 '이마트 가격 추적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반값에 속지 말라'는 가격 추적기 또한 한 개발자가 재능기부 차원에서 만든 것이었다(관련기사 : "반값에 속지 마세요"... '이마트 가격추적기' 등장).

2탄은 집 살 때, 호갱되지 말자... 투자 받아 회사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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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노노 홈페이지 ⓒ 호갱노노


재미삼아 공공데이터를 분석한 심씨는 호갱노노 2탄을 기획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돈을 가장 많이 쏟아 붓는 분야가 부동산이다. 심씨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공시된 부동산 시세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정보와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에 착안했다. 이를 통해 호가 위주의 부동산 가격 거품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려 했다.

또 다른 빅데이터 활용 기업은?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 등의 각 지자체가 공개한 데이터를 활용해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메디벤처스'라는 벤처 기업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5만 8천개에 달하는 병원 정보와 진료 기록, 시술 정보 등을 활용했다. 여기에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병원 정보를 재가공해 지난 2012년 10월, '메디라떼'라는 어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이 앱에는 진료과목과 지역에 따라 병원을 검색할 수 있다. 앱에서 의료진 정보와 리뷰 등을 볼 수 있으며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상담할 수도 있다. 또 사용자에 따라 지역별, 혜택별, 거리순 등 실시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사용자가 원하는 최적의 병원을 추천한다. 이 앱이 성공하자 병원 광고가 늘어나 2013년에만 1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4년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스테이영이라는 벤처 기업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각 후보자 공약, 약력, 범죄 정보 등을 공유하는 우리동네후보 앱을 개발했다.

선거 당시 앱 이용자는 약 3만여명으로 오프라인 선거공보지 중심의 후보자 정보 공개에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미국의 법률 및 정책 분석 플랫폼 기업 피스컬노트가 우리동네후보 앱을 인수해 내년 20대 총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앱 개발에 나서게 됐다.
공개된 데이터를 취합해 아파트 가격 비교가 가능한 호갱노노 2탄을 올해 3월, 오픈했다. 1탄의 반응에 이어 호갱노노의 방문자수가 크게 늘었다. 하루 접속자수가 최대 1만 7000명으로 늘었다. 부동산 매물 어플리케이션인 직방과 다방을 언급한 "'직방, 다방... 이 헛방들 긴장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사용법은 이렇다. 사용자는 관심 있는 아파트를 입력해 매매·전세를 구분하고 실제 평수를 정해 최근 실거래가를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에서 내놓은 매물이 실제 최근 얼마에 거래됐는지 알 수 있다. 정부가 수집한 부동산 실거래가를 포털 부동산 정보 가격과 비교함으로써 부동산 구매자들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삼아 시작한 일로 회사 대표가 되다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호갱노노 사무실 겸 심씨의 자택을 찾았다. 거실의 원목 테이블 위에 노트북과 모니터가 눈에 띄었다. 심씨를 비롯해 호갱노노에 공동창업자로 합류한 조목련(32)씨와 개발자 김준기(33), 디자이너 이지영씨가 일하는 자리다. 이들은 지난 8월 회사를 그만두고 호갱노노에 의기투합했다. 이곳에서 공공데이터의 주인이 정부와 기업에서 일반 시민으로 바뀌는 작업을 실험하고 있다.

네 사람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출신으로 모두 경력 10년이 넘는다. 네 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일을 하면서 더 속도가 높아졌단다. 이지영씨는 "개발자가 옆에 있으니까 사용자의 불만이나 불편 사항을 바로 바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일을 하는 속도가 빨라져서 능률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갱노노가 주식회사로 변모하게 된 것은 벤처 투자회사인 프라이머의 투자 덕분이다. 프라이머의 투자를 제안 받고 함께 부동산 편을 만들었던 이들은 이후 회사를 그만뒀다. 지금은 오는 12월 개편을 목표로 부동산 편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실제 매물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호갱노노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 부동산 업체의 광고를 받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심상민씨는 20대 초반부터 웹 개발자로 일했다. 10년 넘게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 등에서 일하면서 전문성을 키웠다. 호갱노노를 개발하면서 재미삼아 시작한 일로 이제는 한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가 됐다. 심씨는 "호갱노노가 또 다른 개발자들에게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면서 "호갱노노 2탄, 3탄이 나와서 더 의미있는 사이트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갱이 되는 분야가 많아요. 부동산을 비롯해 이사, 청소, 중고차 등 부르는 게 다 가격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게 모르게 당하셨을 분들이 많아요. 당하지 않게 작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희 사이트에 들어오는 사용자가 '호갱되지 않게 하자'가 제일 중요한 목표예요. 돈을 버는 것은 나중의 일이죠."

호갱노노는 현재로는 걸음마 단계의 스타트업 기업이다. 호갱노노가 본 궤도에 올라 소비자들이, 사용자가 호갱되지 않는 유용한 정보를 내놓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심씨는 "데이터의 정확성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의 경우 데이터가 정제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다.

아파트 층수가 '-1'로 표기되거나 가격에 0이 하나 빠져 있기도 하단다. 그럴 경우에는 심씨가 일일이 데이터 보정 작업을 하고 있다. 심씨는 "정부나 지자체가 쓸 수 있는 데이터를 공개해줘서 고맙기는 하다"면서도 "그래도 데이터를 좀 더 믿을 수 있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가지 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데이터의 통일화 작업이다.

"현재 경기도는 경기도대로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어서 통일화되지 않아요. 전국의 부동산 데이터가 필요한데, 지자체마다 형식이 다 달라요. 통일화해서 개발자들이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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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노노 공동창업자인 심상민씨와 디자이너 이지영씨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는 12월 개편을 목표로 부동산 편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빅데이터 #호갱노노 #이케아 #공공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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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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