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황산가스 누출됐는데, 예산군만 몰랐다

폐전지 폭발 화재로 주민들 유독가스 피해... 예산군 "보고 안해서 몰랐다"

등록 2015.11.16 18:10수정 2015.11.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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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ㅂ업체에서 발생한 폐리튬전지 화재로 주변 과수원에 있던 사과나무 이파리가 말라죽고 수확을 앞둔 사과가 열상을 입었다.

ㅂ업체에서 발생한 폐리튬전지 화재로 주변 과수원에 있던 사과나무 이파리가 말라죽고 수확을 앞둔 사과가 열상을 입었다. ⓒ 김동근


충남 예산군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재난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채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폐리튬전지가 폭발하며 유독가스인 아황산가스가 누출돼 주민들이 병원치료까지 받았는데도 예산군은 한 달이 지나도록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같은 재난사고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6일 오후 8시 24분께 예산군 신암면 두곡리 신암농공단지에 입주한 ㅂ업체가 야외에 설치한 폐전지보관장에 있던 폐리튬전지 더미에서 방전불꽃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대형화재가 일어났다. 불은 거대한 화염과 연기를 분출하며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켜 날카로운 쇳조각 파편들이 주변의 아파트 등 민가를 덮쳤고 이에 놀란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화재로 폐전지보관장 100㎡ 전부와 주변에 주차된 승용차 13대 등이 불에 타 예산소방서 추산 5400여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과수원으로 날아든 날카로운 쇳조각들. ㅂ업체에서 발생한 화재와 폭발의 규모와 충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수원으로 날아든 날카로운 쇳조각들. ㅂ업체에서 발생한 화재와 폭발의 규모와 충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김동근


이뿐만이 아니다. 폐리튬전지의 전해액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아황산가스(SO2, 이산화황)도 누출됐다. 폐리튬전지 8000여 개가 불에 탄 점으로 미뤄 다량의 아황산가스가 누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황산가스는 대기오염은 물론 노출량에 따라 두통과 현기증, 안구염, 복통, 폐렴, 호흡기질환 등을 유발하고 천식이나 기관지염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유독가스다.

화재·폭발이 발생한 뒤 상당수가 호흡기 계통의 이상을 호소하고 있고 수십 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인근 삼신아파트 주민들은 ㅂ업체에서 누출된 아황산가스를 그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신아파트주민자치협의회는 지난 11일 예산NGO센터에서 김만겸·임영혜 예산군의원,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관계자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행정과 업체를 싸잡아 비판했다.

 삼신아파트주민자치협의회 임원들이 예산NGO센터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폐리튬전지 폭발현장 영상을 보여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삼신아파트주민자치협의회 임원들이 예산NGO센터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폐리튬전지 폭발현장 영상을 보여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무한정보 김동근


주민들은 "ㅂ업체는 아황산가스가 누출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대피하라는 말도 없었다. 특히 아황산가스가 누출된 사실은 인정하지만 얼마만큼 누출됐는지에 대해선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또 "폐전지보관장을 옮길 수 없어 화재가 난 장소에 새 시설을 한다고 한다. 주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불안해하며 살아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을 향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들은 "삼신아파트는 두곡리에서 가장 많은 299세대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런 큰일이 있었는데도 군에서는 한 명도 나와 보지 않았다. 지난 10월 23일에는 군에 전화를 했더니 '천재(天災)라 조사를 안했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삼신아파트주민자치협의회는 이날 예산군의회, 예산시민사회와 함께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려 ▲ 폐전지보관장 이전 ▲ 주민대상 전수조사 ▲ 전체 누출량 공개를 촉구하기로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ㅂ업체를 관리감독하는 예산군 경제과는 아황산가스가 누출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과 관계자는 "ㅂ업체로부터 이산화황 누출에 대한 얘기가 없었다. 큰 피해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황산가스 누출로 인한 피해가 있다면 조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염물질을 지도단속하는 예산군 환경과는 한 달이 지나서야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사를 한다며 뒷북을 치고 있다. 환경과 관계자는 "ㅂ업체에서 화재가 났을 때 현장에 나갔지만 이산화황 누출에 대한 민원이 들어온 것은 없었다"며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이달에 ㅂ업체에 대한 대기오염물질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ㅂ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산화황이 누출된 것은 인정한다. 단, 기술적으로 얼마가 유출됐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주민들께 건강검진을 해 드리겠다고 했다"며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확산방지를 하느라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화재를 계기로 인원을 충원해 이달에 안전관리업무를 전담하는 팀을 신설할 계획"이라며 "캐나다 전문업체의 자문을 받아 폐기물보관장도 방폭콘크리트구조물로 다시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유독가스 #아황산가스 #이산화황 #리튬전지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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