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수용 중단을 촉구하는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의 기자회견 CNN중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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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시리아 난민 수용을 놓고 충돌했다.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범 중 2명이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해 프랑스에 입국한 것이 드러나자 미국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오바마 행정부의 시리아 난민 수용 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CNN, NBC 등에 따르면 공화당을 이끄는 라이언 의장은 17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동정보다 안전을 우선해야 할 때"라며 "테러범이 난민에 섞여 들어오는 것을 확실하게 방지할 때까지 난민 수용을 중단(pause)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라이언 의장은 "미국은 항상 난민을 환영해 왔지만, 테러범들이 우리의 호의를 악용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라며 "지금은 난민 수용 프로그램을 멈추는 것이 신중하고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 주시자들이 장악한 각 주 정부들도 잇따라 난민 수용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현재까지 앨라배마, 애리조나, 미시건 등 미국의 절반이 넘는 28개 주가 난민 수용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벤 카슨 등 주요 공화당 대선 주자들도 오바마 행정부의 난민 수용 정책 중단을 촉구했고, 테드 크루즈와 젭 부시는 기독교 난민을 선별해 수용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난민 수용은 연방정부 권한... 오바마 강행 방침 하지만 미국 헌법상 이민자를 포함한 난민을 수용하거나 추방할 권한은 주 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에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난민 수용을 강행하면 주 정부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난민이 들어올 문을 닫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어긋난다"라며 "우리는 난민들에게 마음을 닫아서는 안 된다"라고 난민 수용 정책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국무부, 국방부, 국토안보부의 난민 수용 관련 예산 집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난민 수용을 둘러싼 미국 정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동과 아프리카 내전이 악화되면서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나자 지난 9월 시리아를 포함한 난민 수용 규모를 내년까지 1만 명으로 늘리고 예산을 배정했다.
난민 수용을 이행하겠다는 주 정부도 있다. 콜로라도의 존 히켄루퍼 주지사(민주당)는 "우리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가장 취약한 상황에 처한 난민들이 삶을 재건할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라며 "엄격한 난민 검증에 협조하며 수용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파리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가 다음 공격 목표로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지목하면서 미국은 대대적인 항공 훈련과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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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28개 주, 오바마 난민 수용 정책에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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