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김신혜씨가 18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출석했다.
박상규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15년 8개월째 복역중인 김신혜씨가 다시 재판을 받는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지원장 최창훈)은 18일 오후 김신혜씨의 재심을 결정했다. 법원은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 심리해, 김씨의 유무죄를 판단한다.
이번 결정은 한국 사법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시국 사건 관련 재심은 여러 차례 열렸다. 하지만 형사사건, 그것도 무기수로 복역 중인 사람에 대한 재심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일명 '김신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직무상 범죄가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를 선언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00년 3월 당시 완도경찰서는 압수수색영장 없이 김신혜씨의 서울 집을 수색해 여러 증거물을 압수했다. 게다가 완도경찰서 소속 강아무개 경장은 동료 경찰이 아닌 자신의 군대 동기와 함께 김씨의 집을 수색했다. 그럼에도 강 경장은 동료 경찰이 압수수색에 참여한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
또한 재판부는 김신혜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음에도 경찰이 이를 강제로 재연 시키는 등의 강압 수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법원이 지적한 경찰의 문제 행위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하며, 이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7항에 따라 재심 사유에 해당되기도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신혜씨와 변호인단이 무죄를 주장하며 제출한 증거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와 변호인단은 그동안 수사에 참여한 경찰이 폭력을 행사했으며, 수사보고서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아버지의 성추행 사실은 없었다' '김신혜가 아버지 교통사고 사망 보험금을 수령할 목적이 없었다' '사망한 아버지 몸에서 검출된 독실아민 성분의 함량 등은 객관적 상황과 맞지 않는다' 등의 김신혜씨 주장은 무죄를 입증할 새롭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 사유는 수사 경찰의 직무에 관한 죄 때문이고,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 아니기에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결정대로라면 김신혜는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