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9일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6개사가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환영한다"
2012년 개정 한 유통산업발전업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을 실시하자, 유통재벌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여러 지자체는 밤 10시 ~ 익일 오전 10시 범위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매월 토요일 또는 일요일을 월 2회 정기 의무휴업일로 지정해 대형마트를 규제했다.
1심은 중소상인 보호를 주장한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에서 서울고법은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영업규제 처분을 받은 대형마트가 유통법에서 정한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요지였다.
2014년 12월 12일 서울고등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장석조)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강제한 서울시 성동구와 동대문구의 조례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제가 과도한 규제에 해당한다고 했다.
지자체 행정처분 당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를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 집단'으로 규정했다. 이에 서울고법은 "처분을 받은 매장들은 사실상 점원의 도움으로 구매가 이뤄진다. 해당 처분은 법령상 처분대상이 아닌 점포에 이뤄져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이마트가 대형마트가 아니면 뭐냐?'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서울고법이 대한민국에는 대형마트가 없다'고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2심 판결 사유를 보면, '처분 대상이 된 점포들이 법령에서 규정한 대형마트가 아니고,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제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없고, 맞벌이 부부 등 소비자 선택권에도 반한다는 것"이라며, "참으로 황당하고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번에 대법원이 서울고법 판결을 뒤집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대법원 판결로 중소상인과 지역경제를 보호하려는 유통산업발전법과 지자체의 조례가 우리 헌법 제 119조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게 입증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법 판결이 대형마트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해당 소송이 진행 중일 때 2013년 4월 유통법 개정안이 시행됐고, 지난해 1월에는 영업시간제한을 2시간 더 연장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즉, 지난해 서울고법 판결 후 유통재벌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성동구와 동대문구가 2013년 4월 이전에 시행된 옛 유통법에 따라 조례를 개정했고, 법원이 그 조례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동대문구는 2013년 4월 시행된 유통법에 따라 조례를 다시 개정해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고법 판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성동구를 비롯한 타 지자체들도 개정 된 유통법에 따라 조례를 개정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제'를 운영했기 때문에 큰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유통재벌을 규제하기 위한 국회법 제·개정과 조례 제·개정이 위법한 게 아니라고 판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대선 이후 잠잠해진 경제민주화 운동에 다시 힘이 실릴 전망이다.
대법원 판결이 있던 19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참여연대, 민변민생위, 민주노총, 경제민주화민생연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청년유니온 등) 등은 국회에서 '중소상인 살리기 4대 민생입법'을 촉구했다.
이들이 제정과 개정을 초구한 중소상인 보호 4대법안은 ▲ 재벌복합쇼핑몰 규제법 (국토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개정 ▲ 불공정 피해 방지를 위한 대리점 보호법(대리점거래 보호에 관한 법)제정 ▲ 중소상인 적합업종보호 특별법 제정 ▲ 가맹점 乙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개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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