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까칠해진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냐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89] 적당히 건조하면 세균 증식 막는 역할도

등록 2015.11.23 11:03수정 2015.11.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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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없이 까칠해지기 쉬운 계절이다. 차갑고 건조해진 날씨로 인해 피부의 윤기가 떨어지기 쉬운 탓이다. 우리 신체 중에서 기온과 습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는 말 그대로 외피 역할을 하는 피부이다.

피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생명체를 둘러싼 보호막이지만, 그 자체는 '사체'이다. 즉 죽은 세포의 부산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 죽은 조직을 가꾸기 위해 정성을 들인다. 아마도 피부가 아름다움이나 이미지를 좌우하는데 큰 몫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피부는 흔히 진피와 표피로 나뉘는데, 이른바 죽은 피부는 표피를 말한다. 표피의 두께는 대략 1~2mm로 정도로 얇은 편이지만 추위뿐만 아니라, 세균 등을 막아내는 데도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물론 표피의 두께는 인종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인체 부위 별로도 다르다. 예컨대 눈꺼풀 부위 피부는 두께가 0.5mm 정도로 가장 얇은 편이고 발바닥 같은 곳은 2mm가 넘을 수도 있다.

피부는 얼핏 보면 인체의 다른 조직들, 예를 들어 심장이나 폐 등에 비해 크게 단순한 듯하지만, 기능 면에서는 실로 놀라운 구석이 있다. 인체에서 거의 유일하게 목숨이 끊기는 순간까지 재생을 거듭하는 존재인 것이다. 오장육부나 뼈, 근육 같은 것들이 피부처럼 쉽게 재생될 수 있다면 인간은 영생을 추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영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같은 '조직 재생'이라는 점에서 부러움을 사는 생명체가 없는 게 아니다. 알기 쉬운 예로 도마뱀의 꼬리를 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도롱뇽은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재생이 된다.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또 일부 지렁이와 불가사리도 일부 기관 혹은 조직의 재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간의 피부세포는 오로지 피부세포로만 재생되기 때문에 팔다리나 주요 장기의 재생은 기대할 수 없다. 사람과 달리 도마뱀, 도롱뇽, 불가사리 등의 생체조직이 재생되는 건, 이들이 성체 상태에서도 일종의 '만능'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덕분이다. 물론 사람도 수정 초기 배아의 상태에서는 줄기세포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인간은 성체가 되면 줄기세포를 거의 다 잃는다.

표피는 결코 '표피적'이지 않아


피부세포의 수명은 평균 48일이다. 진피에서 만들어진 피부세포가 표피 쪽으로 밀려져 나오는 데 약 보름, 이어 표피 쪽에 머무는 기간이 한 달쯤인 것이다. 목욕탕에서 보통 '때'의 형태로 밀려 나오는 건 이런 과정을 거쳐 죽은 표피들이다.

혈관과 이어져 있지 않은, 즉 죽은 조직인 표피를 가꾸는데 핵심은 이른바 '보습'이다. 죽어 있기는 하지만 촉촉하게 물기를 공급하면 보다 탄력을 갖게 된다. 목욕 후 피부가 왠지 탱탱하고 윤이 나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피부에 물기가 많은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같은 표피라도 공기와 맞닿는 바깥쪽 부분이 더 건조한데, 이렇듯 건조하면 세균의 번식이 쉽지 않다. 피부가 pH 5~5.5 정도로 산성인 것 또한 세균 증식을 막는데 유리하다. 비누나 화장품을 잘못 써 산성 피부를 중성이나 알칼리성으로 바꾸어 놓으면 세균들의 공격에 취약하다.

표피만큼 죽은 상태임에도 역설적으로 생명체에 큰 기여를 하는 조직도 드물다. 흔히 겉핥기나 진정성이 결여된 행위 등을 수사할 때, '표피적'이라는 말을 쓰는데, 인체에서 역할만 따진다면 결코 표피적일 수 없는 게 바로 피부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 입니다.
#피부 #표피 #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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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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