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울산 북구청장, 진보정책 지우기 나섰다?

노동계 위탁 사업 공중분해 "좋은 정책도 막무가내로 없애"

등록 2015.11.23 16:27수정 2015.11.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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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소속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이 북구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3일부터 시작된 북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박 구청장의 진보색채 지우기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소속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이 북구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3일부터 시작된 북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박 구청장의 진보색채 지우기가 도마에 올랐다 ⓒ 울산 북구의회


지난 1997년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하면서 중구와 울주군의 일부 지역을 관할하며 탄생한 울산 북구는 초대 구청장이 진보진영에서 배출된 후 여러차례 진보구청장을 거치면서 그동안 진보일번지로 불려왔다.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가 밀집한 이곳에서는 1998년 첫 지자체장 선거에서 조승수(현 정의당 울산시당위원장)의 당선을 시작으로 이상범(2002년 당선)-윤종오(2010년 당선)로 진보진영의 맥을 이어왔다. 또한 재선거를 포함한 6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에서 2번 당선되면서 울산의 5개 구군 중 유일하게 진보진영 선출직 국회의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자리잡은 진보적 정책들이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박천동 구청장이 당선된 후 이 정책들이 하나 둘 없어지거나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에서는 이를 '진보 색채 없애기'로 규정하며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도 폐지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3일 시작된 울산 북구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런 점이 지적됐다. 무소속 강진희 의원은 북구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주민과의 소중한 약속인 공약사업이 주민 모르게 바꿔치기되고, 공약실적은 뻥튀기 되고 있다"며 "이는 새누리당 박천동 구청장이 북구주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 북구에서 진행되던 진보구청장 정책 하나 둘 공중분해

울산 북구의 두드러진 진보 정책 중 하나는 친환경무상급식이다. 지난 2010년 진보성향의 윤종오 전 구청장은 당선된 직후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추진했고 상급단체의 견제 속에서도 친환경급식센터를 만들어 초등학교 5, 6학년 친환경무상급식을 시행했다.

특히 친환경급식센터는 이 지역 농부들이 생산한 지역농산물을 각 학교 급식실 식재료로 공급하면서 지역 주민 만족, 아이들 건강, 농민 소득 증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를 보면서 전국에 모범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 1420원짜리 점심, 이렇게 바뀌었어요)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지자체장이 당선된 후 무상급식이 축소될 위기에 처하는가 하면( 무상급식 모범 '울산 북구'... 예산 축소 위기) 친환경 무상급식의 핵심역할을 하던 친환경급식센터는 현재 직원들이 거의 계약해지되고 직원 1명과 센터장은 올해말 직을 끝낼 전망이라 사실상 해체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올해 무상급식 예산은 야당 의원들의 강력한 저지로 가까스로 막은 상태다. 이에 대해 북구청은 "업무효율을 위해 공무원으로 조직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진보정치 활성화의 산실이 된 이 지역 노동운동의 역사를 기념하고 보존하는 '울산노동역사관 1987'도 민주노총이 위탁기관이라는 이유로 올해부터 예산 삭감이 시도됐지만 야당의원들의 반대로 일단락됐다.


특히 진보구청장이 이 지역 노동자들을(퇴직(예정)자)들을 위해 기초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개소, 금속노조 울산지부에 민간위탁해 지난 2년간 운영을 해 온 퇴직자 프로그램인 '인생이모작이음센터'도 현재 공중분해되고 보수성향 단체에서 다른 방향으로 명칭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23일 시작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새누리당 박천동 구정장이 지난해 당선되면서 내걸은 공약이 바꿔치기 되거나 뻥튀기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소속 강진희 의원은 "박천동 구청장이 내걸은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운영 활성화 공약은 구청장 선거공보물에도 나와있는 것으로, '대부분 사업을 자부담으로 진행하고 있어 안정적인 사업계획 수립과 추진을 위해 사업비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했다"며 "하지만 2015년 공약집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의원은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퇴직자 지원센터를 개소해 위탁운영하고 있는 것을 올해 9월에 직영으로 운영한다고 하길래 구정질문을 통해서 여러 가지 우려를 하면서 제대로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며 "하지만 현재 공중분해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퇴직자지원센터 없어지고 그 자리에 보수 성향단체로 알려진 노사발전재단에서 운영하는 중장년일자리센터가 들어와 있다.

강 의원은 "이 공약은 구청장이 취임사에서도 언급할 만큼 북구지역에서는 중요하게 실행해야 할 사업인데도 사업자체를 퇴보시키고 공중분해시킨 것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류경민 전 울산시의원은 "정당 여부를 떠나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는 좋은 정책은 이어나가는 것이 기본 상식인데 안타깝다"며 "과연 지역주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나"고 반문했다.
#울산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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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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