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이 감옥에서 탈출한 다음 퍼붓는 비를 맞으며 자유를 만끽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 스틸 컷
그래서 K는 다른 죄수들이 무슨 죄 때문에 들어왔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당연히 변명이라 여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무엇에 대해 감추려 하면 그 비밀에 대해 궁금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감옥은 더하다. 다른 정보가 모두 차단돼 있을 뿐 아니라 그나마 있는 왜소한 정보가 내부에서 왜곡되고 증폭되기 쉽기 때문이다. K가 희대의 살인마라는 소문이 태어난 배경이다. K는 의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에 귀찮게 구는 사람이 없다. 아니 오히려 선한 얼굴의 살인자, K를 경외하거나 신비스러워 한다.
다음 날 작업 중 쉬는 시간이다. 이곳에서도 머루는 자란다. 아직 열매가 익을 때가 아니라 초록빛이 영롱하다. 어릴 때 시골 할머니 집에 가서 온 산을 돌아다니며 머루며 달래며 따먹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자라는 머루와 일본에서 자라는 머루, 둘 다 뿌리내린 곳만 다를 뿐 머루는 머루다. K는 생각에 빠진다.
'어떻게라도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방법은 없다.'
며칠 지내고 보니 이곳에는 면회라는 게 없다. 같은 방을 쓰는 '1358'이 왜 면회가 안 되냐고 교도관에게 항의하다가 매를 맞고 독방에 사흘 다녀왔다. 이곳에서는 일본 만화 <교도관 나오키>에 나오는 사려 깊고, 착한 교도관은 없다. 오로지 수감자들에게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간수만 있을 뿐이다.
50대에 가까운 나이 '1358'은 주로 중죄인들이 갇혀있다는 도쿄 옆 지바교도소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야쿠자의 언저리에서 동네 깡패 노릇을 하다가 싸움에 휘말려 칼로 사람을 찔러 중상을 입힌 죄를 저질렀다.
몇 차례 전과도 있다. 그는 쉴 새 없이 떠들어서 별명이 '대변인'이다. 별명만큼 말도 많지만 이곳, 이름도 알 수 없는 여기 수용 시설이 문을 열자마자 들어온 '대선배'다. 재소 기간에 비례해 이곳에 대해 아는 것도 많다.
"참 이상한 곳이야. 수개월째 면회도 안 되는 것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감옥에서 허용되는 영치금도 못 들어오잖아. 담배 한 개비도 사기는커녕 개인 돈으로 물건을 살 수도 없고. 그뿐인가. 들어오는 사람은 있는데 형기가 만료돼서 나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감옥은 감옥인데 감옥이 아닌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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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ella Vita! 인생은 아름답다며, 글쓰기로 먹고 살기 위해 애쓰는 여러분의 이웃입니다. 세계일보, 머니투데이, 한경비즈니스, 이코노미조선 등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2019년 '아산문학' 공모전에서 '그는 제바닷타였을까'라는 단편소설로 대상을 받고, 전업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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