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사람들, 가을철 왜 토란을 먹지?

교토의 가을철 먹거리

등록 2015.12.02 12:22수정 2015.12.02 12:2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교토역 앞 셋포라이 식당에서 먹은 먹거리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전식과 생선회입니다. 전식은 찐 고구마와 시금치, 미즈나, 오징어 따위입니다. 오른 쪽 사진은 유바 두부와 참치회에 곁들여 나온 참마, 양하 따위입니다. ⓒ 박현국


27일 저녁 교토역 앞에 있는 셋포라이(接方來) 식당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교토에서 나는 제철 푸성귀를 가지고 요리하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교토는 오래전 생긴 도시이지만 시내 곳곳이나 시 바깥에 지금도 밭이 남아있고 여러 가지 푸성귀를 가꾸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래 이곳에서 나던 것도 있지만 멀리 열대지방에서 들어온 것도 있습니다.


교토에서는 철에 따라서 여러 가지 푸성귀가 납니다. 봄에서 뜨거운 여름을 지나 이제 거두어들이는 여러 가지 제철 푸성귀가 많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토란이 아닌가 합니다. 토란은 열대 푸성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나지만 이곳 교토에서 나는 토란은 크기도 크고, 종류도 여러 가지입니다. 토란은 일본 말로 사토이모(里芋,さといも)라고 합니다.

a

맑은 장국과 고기구이입니다. 장국은 부드러운 어묵 위에 미즈나와 당근이 놓여있습니다. 고기를 구울 때 익힌 푸성귀를 같이 구워서 먹습니다. ⓒ 박현국


일본 사람들은 땅 속에서 나는 것들을 보통 이모(芋) 종류라고 합니다. 감자는 자가이모, 고구마는 사츠마이모, 뚱딴지는 기쿠이모, 참마는 나가이모, 타로는 타로이모, 구약나물은 곤약쿠이모 따위입니다.

이들 덩이뿌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토란입니다. 그래서 보통 이모라고 하면 토란이나 고구마를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을에 거두어들인 토란은 그대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울 동안 줄곧 먹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가을에서 겨울 동안 먹는 대표적인 푸성귀가 토란이 아닌가 합니다.

a

파푸아뉴기니에서 발굴된 유물, 토란을 찧은 새 모양 절굿공이와 삶은 토란입니다. 토란 아래에 있는 것은 가지입니다. 파푸아누기니 절굿공이는 영국 브리티쉬 박물관에 있는 것으로 지금 고베시립미술관 특별전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일본 사람은 토란을 삶아서 독을 없애고 먹습니다. 날 토란은 독성이 있어서 그대로 먹지 않습니다. 이 독성은 옥살산칼슘(Calcium oxalate, 수산석회)으로 토란의 줄기와 뿌리에 있습니다. 토란 줄기나 뿌리를 손질 할 때 사람에 따라서 옥살산칼슘 자극으로 가려움 따위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요즘 푸성귀로 먹는 토란은 품종 개량으로 독성이 약하거나 거의 없다고 합니다.

삶은 토란을 썰어서 구워서 먹기도 하고, 그대로 소스에 찍어서 먹기도 합니다. 나이 드신 일본 사람들에 의하면 먹을 것이 없고 가난한 때 토란을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토란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배가 불러서 배고픔을 견디는 먹거리였다고 합니다.


a

갯장어와 튀김입니다. 갯장어는 그냥 먹으면 비린내가 많이 납니다. 바닥에 깔린 양하와 같이 먹어야 양하 향과 갯장어의 부드러운 맛을 같이 즐길 수 있습니다. 연뿌리나 고구마 따위 가을 푸성귀로 만든 튀김입니다. ⓒ 박현국


영국 브리티시뮤지엄에 있는 유물 가운데 파푸아뉴기니 아이코라 강가에서 발견된 새 모양 절굿공이가 유명합니다. 아마도 약 1만 년 전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토란을 절구통에 넣고 찧어서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 먹거나 신에게 올릴 제물을 만들 때 이 돌 절굿공이를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토란은 적도 부근 뜨거운 열대지방이 원산지입니다. 토란은 천남성과 식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열대지방 원산지에서는 오래전부터 토란을 주식으로 먹었다고 합니다. 토란을 익혀서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절구통에 넣고 찧어서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서 먹기도 합니다.

a

버섯 밥과 장아찌입니다. 버섯 밥은 양념장 넣어서 밥을 지은 다음 버섯을 올려놓고 다시 뜸을 들였습니다. 붉은색 장아찌는 가지 장아찌를 담글 때 자주 빛 차즈기 잎을 넣어서 색을 냈습니다. ⓒ 박현국


열대 식물인 토란이 언제 일본에 전해졌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발굴된 고대 유적의 흔적으로 보아서 벼농사에 앞서서 전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토란은 따뜻한 일본 남쪽 규슈 지방에 처음 전해져서 일본 전국에 퍼졌습니다. 특히 따뜻한 간사이 지역 교토는 일찍이 토란이 전해져서 여러 가지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교토의 가을철 먹거리는 토란을 중심으로 가지, 버섯, 양하 따위 열대나 아열대에서 나는 것들입니다. 토란을 비롯한 뿌리 종류나 향이 강한 양하 따위를 많습니다. 교토 사람들은 푸성귀의 맛과 색깔과 향을 잘 살려서 먹습니다.

참고 누리집> 셋포라이(接方來) 식당, http://www.suishin.co.jp/seporai, 2015.11.28.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토란 #참치회 #튀김 #버섯 밥 #교토 먹거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