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중인 남산 케이블카.서울 중구 회현동과 예장동 사이에 놓인 남산 케이블카. 선로 길이 605m, 고저차 138m다.
전상봉
남산 곤돌라 건설 계획은 2008년 오세훈 시장이 추진한 남산 르네상스 사업의 하나로 처음 수립되었다. 2011년 8월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면서 남산 곤돌라 건설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죽어 있던 곤돌라 계획이 되살아 난 건 지난해 8월 무역투자진흥회의가 계기가 됐다.
무역투자진흥회의 이후 남산 케이블카를 현행법으로 관리 감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서울시는 곤돌라 건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과 연계가 좋은 길목에 곤돌라를 건설하여 남산 케이블카를 고사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수립된 남산 곤돌라 계획은 '자연경관 회복', '생태성 복원', '접근성 개선', '소통 공간 조성'을 목표로 한다. 교통방송(TBS) 청사(2개 동)와 남산 제2청사(2개 동)를 철거한 예장자락과 남산 정상의 일부가 사업 예정지다. 사업 면적은 서울 중구 예장동 4-1번지 2만2330㎡와 남산 정상부 1164㎡로 총 2만3494㎡다.
아직 확정 발표되지 않았지만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의 핵심은 남산 곤돌라 건설계획이다. 서울시는 교통방송터에 곤돌라 하부 승강장을 설치하고, 상부 승강장은 남산 정상부에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하부와 상부 승강장을 잇는 869m 구간에 선로를 설치하여 6인승 곤돌라 27대를 16초 간격으로 운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하부 승강장(교통방송 터) 지하에는 관광버스 주차장(76면)을 조성하여 서울 도심권의 관광버스 주차난을 해소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남산으로 이어지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남산으로 향하는 연결통로를 신설하고, 보행 편의 시설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존 시설(남산 케이블카)이 노후화되어 관광객 수용 능력이 시간당 최대 570명에 불과하고, 케이블카 하부 승강장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계획하는 남산 곤돌라의 시간당 수송 인원은 최대 1350명으로 남산 케이블카의 2배가 넘는다. 요금 또한 남산 케이블카 8500원보다 낮은 5000원을 산정하고 있다.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은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진행된다. 서울시는 곤돌라가 완공되는 2018년 7월 이후에는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는 차량의 남산 정상부 진입을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450억 원이다. 2015년에 책정된 예산은 43억5천만 원(이중 불용된 34억8백만 원은 명시 이월됨)이고, 2016년 예산안에는 73억 원이 편성됐다.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건설 계획에 대해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남산 케이블카가 운행 중인 상황에서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를 동반한다는 점과 전국 각지에 케이블카 건설을 촉발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비판의 주된 내용이다.
남산 보존 계획 수립과 케이블카 환수가 시급하다서울 남산은 조선 한양의 내사산 중 하나로 궁궐과 마주 보고 있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산이었다. 남산에는 한성부의 방어와 권위를 상징하는 한양도성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남산 정상에는 국사당이 있었고, 장충단 공원에는 한양의 방어를 담당하던 남소영이 자리했다. 을미사변 때 순직한 장졸들을 기리는 최초의 근대식 현충 시설인 장충단이 설치된 곳도 남산자락이다.
을사늑약 이후 일제의 식민통치를 위한 한국통감부와 통감관저가 설치된 곳도 남산(예장동)이다. 일제는 1919년 장충단을 공원으로 바꾸었고, 1932년에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추모하기 위한 박문사를 설치하여 대한제국을 유린하였다. 또한 일제는 남산자락에 조선 신궁과 경성신사를 세워 식민지배의 핵심 거점으로 삼았다. 해방 후 조선 신궁터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졌다.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한국통감부가 있었던 자리에 중앙정보부를 설치하여 장기집권의 발판으로 활용했다.
이처럼 서울 남산은 식민과 독재의 아픔을 간직한 장소다. 서울시는 남산이 간직한 역사를 기억하고 교훈을 찾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보존과 활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015년 남산이 처해 있는 현실은 저가 관광 상품으로 서울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의 단골코스다.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동과 가깝고, 남산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해 익숙하기 때문이다. 남산 정상과 남산 한옥마을에 입장료가 없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저가 관광 상품의 단골코스가 된 남산의 현실은 시급해 개선되어야 한다. 자연 훼손과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산을 특색 있게 보존하고 가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공영 셔틀버스를 제외한 차량의 남산 정상부 진입을 금지해야 한다. 걷고, 느끼고, 체험하는 여행이 대세인 시대에 맞게 서울시도 남산 산책로를 정비하고, 지난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관광 코스를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남산 케이블카의 환수도 서울시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아직 남산 케이블카를 법적으로 환수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곤돌라를 건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남산 곤돌라 건설은 중복투자와 환경 훼손, 전국 각지에 케이블카 건설을 촉발하는 뇌관이라는 점에서 올바르지 않다.
남산 케이블카의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법과 제도의 미비를 통해 지난 53년간 국유지를 사용해 왔으면 이제 남산 케이블카의 운영권을 하루속히 서울시민들에게 반납해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남산 케이블카의 환수를 위한 여론 형성과 서울 남산을 올바르게 보존하고 활용하는 일은 시민들의 몫이다. 근현대사의 아픔이 서려 있는 서울 남산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서울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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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송이가 사랑 약속한 곳, 남산 케이블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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