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생텍쥐베리의 고향 '리옹'에 서다

[포토에세이] 프랑스 남동부 리옹(1)

등록 2015.12.05 17:07수정 2015.12.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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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 리옹은 '사자'에서 따온 이름으로 프랑스 남동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파리와 마르세유에 이은 제3의 도시다.

리옹 리옹은 '사자'에서 따온 이름으로 프랑스 남동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파리와 마르세유에 이은 제3의 도시다. ⓒ 김민수


프랑스 남동부에 자리하고 있는 리옹을 찾은 것은 11월 12일, 그러니까 파리 테러 하루 전이었다. 이미 대태러경보가 발령되어 리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검문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테러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아침부터 안개가 심했고, 고대로부터 리옹의 정신적 문화생활의 중심지였다는 푸비에르 언덕에 도착했을 때에는 안타깝게도 자욱한 안개로 리옹 전경을 볼 수 없었다. 한 번 온 여행에서 가장 최적의 날씨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는 환경이라도 아쉬움을 남겨둔 여행은 또다시 오고 싶게 하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날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수 있을 때 여행은 즐겁고 행복할 것이다.


푸비에르 노트르담 성당 리옹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푸르비에르(Fourviere) 언덕에는 19세기 말 건축가 피에르 보상(Pierre Bossan)에 의해 지어진 푸르비에르 대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푸비에르 노트르담 성당 리옹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푸르비에르(Fourviere) 언덕에는 19세기 말 건축가 피에르 보상(Pierre Bossan)에 의해 지어진 푸르비에르 대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 김민수


푸비에르 언덕에 서있는 '노트르담 대성당(Basilique Notre-Dame de Fourviere)'은 19세기에 지어진 성당이다. 1872년부터 1896년, 24년간 건축된 이 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으로 건축된 건축물이다.

그러니까 이 성당이 지어진 4년 뒤 초여름, 이곳 리옹에서 <어린 왕자>로 유명한 생텍쥐페리(1900.6.29-1944.7.31)가 태어난다. 이곳 리옹은 생텍쥐페리의 고향인 것이다.

"어떤 것을 잘 보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봐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리옹, 그곳에 대한 사전지식은 생텍쥐페리의 고향이라는 것과 도시이름을 '사자'에서 따온 것이라는 정도밖에 없었다.

푸비에르 대성당 성당은 1872년에 공사가 시작 되어 1896년 끝이 났으며, 8각형 모양의 4개의 탑이 나란히 각 모서리에 자리 잡고 있다.

푸비에르 대성당 성당은 1872년에 공사가 시작 되어 1896년 끝이 났으며, 8각형 모양의 4개의 탑이 나란히 각 모서리에 자리 잡고 있다. ⓒ 김민수


여행을 떠나기 전에 치밀하게 준비하는 편인데 이번 여행은 그렇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에 대해서 소개한 책자들이 파리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고, 나머지 지역은 지엽적인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인터넷 환경이 의외로 좋질 않았다. 심지어는 카페에서조차도 와이파이가 안되고, 연결이 된들 느려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더군다나 프랑스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는데 그들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서 핸드폰을 자주 꺼낼 수도 없었다. 그냥,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방법 밖에는 없을듯 했다.

그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좀더 길었더라면, 한 곳에 오래 머물며 그곳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더 세밀하게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는 좀더 머물렀을 것이고, 어떤 장소에서는 과거의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좀더 깊은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리옹 리옹은 기원전 43년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부하인 무나티우스 플랑쿠스에 의해 로마 제국의 식민도시로서 세워졌다. 오래된 건물에는 카페나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리옹 리옹은 기원전 43년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부하인 무나티우스 플랑쿠스에 의해 로마 제국의 식민도시로서 세워졌다. 오래된 건물에는 카페나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 김민수


유럽의 도시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옛날 건물 1층에 점포들이 입점해 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입구는 좁고, 입구에 들어서면 공동 공간이 있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빈틈이 없다.

그들의 리모델링 방식은 철저하게 옛것을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편리함들을 더한다. 그만큼 보존가치도 높지만, 잘 지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들의 개발속도는 아주 느리고, 변화의 속도도 느리다. 이런 문화요인들은 그들의 정신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들은 21세기를 살아가지만, 21세기 첨단과학시대의 빠름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골목골목마다 책과 음반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다는 것은 이곳 리옹뿐 아니라 파리도 마찬가지였다.

리옹 리옹의 로마원형극장 근처의 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리옹 리옹의 로마원형극장 근처의 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 김민수


푸비에르 언덕에서 리옹 시내로 진입하기 위해서 내려오는 내리막길엔 아주 오래된 담벽이 있었다. 그 담벽 너머로는 로마원형극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요즘에도 일년에 몇 번씩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리옹은 기원 전 1세기 갈리아 지방의 세 나라를 로마의 속주로 삼고 그 수도로 건설한 도시다. 리옹에는 유서깊은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원형극장도 그것 중 하나이다.

리옹 푸비에르 언덕에서 리옹역으로 내려가는 골목길

리옹 푸비에르 언덕에서 리옹역으로 내려가는 골목길 ⓒ 김민수


리옹역을 향해 내려가는 길은 비탈져 있었다. 길도 그리 넓지 않고, 도로변의 축대삼아 쌓은 담들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돌담 사이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식물들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도시엔 어딜 둘러보아도 새 것은 없었다. 그러나, 새 것이 없는 대신 수수한 것들이 중후한 느낌으로 남아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압도감은 그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들에서 오는 것이었다.

리옹 리옹는 생텍쥐페리의 고향기도 하다. 생텍쥐페리도 이 골목길을 걸어 푸비에르 언덕에 오르지 않았을까?

리옹 리옹는 생텍쥐페리의 고향기도 하다. 생텍쥐페리도 이 골목길을 걸어 푸비에르 언덕에 오르지 않았을까? ⓒ 김민수


결코 세련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온통 과거의 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문화는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랬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내게 그들은 '느릿느릿'을 말하고 있었고, 천천히를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느릿느릿'문화는 다양했는데, 여전히 골목길마다 책방이 자리하고 있고, 음반가게에는 CD와 LP판도 판매되고 있었다. mp3 음원을 실시간으로 다운받아 음악을 듣는 우리가 볼 때에는 촌스러워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천천히 사며 서로서로 살아간다.

특별히 LP판은 우리처럼 복고풍 열풍이 불어 재등장한 것이 아니라,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르다. 그들은 옛 것을 사랑하고, 옛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는 물론이고 프랑스의 숙소에서도 머무는 동안 비데 같은 것은 구경할 수 없었고(더 현대식으로 꾸며진 곳에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마치 80년대 어간(於間)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가져다 주는 요인이 될것이다. 우리는 너무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리옹 리용역 근처의 골목길, 오래된 중세건물들 일층에는 여지없이 카페나 식당 등 점포가 형성되어 있다.

리옹 리용역 근처의 골목길, 오래된 중세건물들 일층에는 여지없이 카페나 식당 등 점포가 형성되어 있다. ⓒ 김민수


리옹 론강과 손강 사이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마주보며 형성되어 있다.

리옹 론강과 손강 사이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마주보며 형성되어 있다. ⓒ 김민수


건물들이 획일적인듯 하면서도 획일적이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높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냥 노랫말처럼  "창문을 열어다오!"라고 집 앞에서 노래하면, 다 들릴듯한 높이와 그 어느 수단보다도 창문을 열어 밖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른 주택구조는 비슷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르다.

푸비에르 언덕 론강 너머로 푸비에르 언덕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인다.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푸비에르 언덕 론강 너머로 푸비에르 언덕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인다.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 김민수


안개 사이로 햇살이 잠시 드러나자 푸비에르 언덕의 대성당이 희미하게 보인다. 마치 어린이 명작동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우리에게 유명한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물론 덴마크사람이지만, 덴마크나 이곳이나 유럽의 테두리니 그 이미지들이 많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명작동화를 떠올렸을 것이다.

마법의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하는 왕자님,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는 너무도 다른 문화를 어려서부터 이미지로 배우고, 그것이 뇌리에 남아 끊임없이 그 이미지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어린시절 세계명작동화가 아니라 전래동화를 더 많이 본다면 자기가 살아가는 땅에 대한 애정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명언 중 하나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참으로 쉽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서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지도자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리옹 #푸비에르대성당 #생떽쥐페리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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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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