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만명이 찾는 광산, 그 지하에는...

[유럽 패키지 여행 ④ 중부유럽 4국] 6) 비엘리츠카 소금 광산

등록 2015.12.07 12:02수정 2015.12.0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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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즈볼렌의 사회주의 기념물

즈볼렌의 사회주의 기념물 ⓒ 이상기


크라쿠프로 가는 길은 두나강을 따라 북쪽으로 나 있다. 두나강이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곳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나간다. 슬로바키아 중부 반스카 비스트리차(Banská)를 지나고 북부 타트라 산맥을 넘어야 폴란드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를 떠난 지 1시간쯤 지나자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국경에 이른다. 두 나라의 국경은 두나강 지류인 이폴리(Ipoly)강에 의해 나누어진다. 이폴리를 슬로바키아에서는 이펠(Ipel)이라 부른다.

슬로바키아 첫 도시는 샤히(Šahy)다. 이곳에서 15분쯤 더 간 투파(Tupá)에서 우리는 30분 정도 쉬어간다. 편의점의 물건값이 대단히 싸다. 맥주, 과자, 초콜릿 등이 헝가리보다 30% 정도는 싸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유로로 계산할 수 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즈볼렌(Zvolen)이다. 이곳은 서쪽으로 브라티슬라바, 동쪽으로 코시체(Košice), 북쪽으로 반스카 비스트리차로 갈라지는 교통의 요지다. 그 때문인지 길이 4차선으로 넓어진다.


a  도노발리 교회 내부

도노발리 교회 내부 ⓒ 이상기


길가로 사회주의 시대 기념물도 보인다. 조금은 선동적으로 보이는 구조물 위에 황새 한 쌍이 앉아있기도 하다. 반스카 비스트리차를 지나자 길은 다시 2차선으로 좁아지고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비교적 평지였다면, 여기서부터는 산악지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경치는 점점 더 멋있어진다. 부다페스트를 떠난 지 세 시간 반쯤 지난 12시 반에 타트라 산맥 초입에 있는 관광휴양도시 도노발리(Donovaly)에 도착한다.

도노발리는 해발 960m에 위치한 관광 거점도시다. 여름에는 트레킹,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아와 주변의 리조트에서 쉬면서 자연을 즐긴다. 1992년부터는 매년 겨울 개썰매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도보발리는 서쪽에 파트라(Fatra), 동쪽에 타트라(Tatra) 국립공원이 있다. 나는 도노발리에 있는 전통건축과 교회를 살펴본다. 교회는 가톨릭교회로, 제대구역에 성화, 십자고상, 천사상이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슬로바키아 경찰은 아직도 돈을 요구한다

a  오라바성

오라바성 ⓒ 이상기


점심을 먹고 나서 우리는 다시 크라쿠프를 향해 출발한다. 이곳에서 고개를 넘자 바흐(Váh)강이 나오고, 다시 오라바(Orava)강이 나온다. 이제 타트라 산맥을 넘은 것이다. 오라바강을 따라가다 보니 오라바성(Oravský hrad)이 나온다. 오라바성은 천연의 암반 위에 인위적으로 지어진 성으로, 가장 높은 곳은 강으로부터 110m가 넘는다.

이 성은 1267년 벨라 4세의 소유가 되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 후 역사 속에서 수난을 겪으며 소유주가 바뀌었고, 1953-1968년 성이 재건되어 박물관으로 개방되고 있다. 오라바성은 상층, 중층, 하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층부성은 13세기에 건설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방어용 성채로 지어졌다. 중층부성은 코르비누스(Corvinus)궁으로 불리는 거주 공간이다. 하층부성은 투르조프(Turzov)궁으로 불리며, 교회와 두 개의 보루 그리고 세 개의 성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a  부당한 경찰

부당한 경찰 ⓒ 이상기


여기서부터 E77번 도로는 오라바강을 따라 올라간다. 우리는 이제 슬로바키아의 마지막 마을 트르스테냐(Trstená)를 지난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우리 버스를 세운다. 우리 운전기사가 타코미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우리를 세운 경찰이 기사를 경찰차로 보낸다. 기사가 또 다른 경찰과 창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더니, 버스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경찰이 돈을 요구한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는 밖으로 나가 돈을 전달하고는 바로 차에 탄다. 도대체 얼마나 뇌물을 주었는지 기사에게 물어보자, 그는 20유로를 주었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뇌물을 받는 차들은 슬로바키아 차가 아닌 외국차라고 말한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세 나라에서 세 부류의 경찰을 만났다. 벨기에 브뤼헤, 독일 국경, 슬로바키아 국경에서 교통경찰과 국경경찰을 만났다.

첫째 브뤼헤에서 만난 교통경찰은 보행자 전용도로로 들어간 우리 버스에 벌금을 부과했다. 둘째 독일 국경에서 만난 국경경찰은 국경으로 들어오는 외국차량을 정당하게 검문했다. 셋째 슬로바키아 국경에서 만난 교통경찰은 외국차량을 잡아 부정한 돈을 요구했다. 그런 측면에서 슬로바키아는 아직도 유럽의 후진국임을 알 수 있다. 20유로에 국격을 낮추는 행위를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완벽한 시설의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들어가기

a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 이상기


국경을 넘은 다음 우리는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곳에서부터 넓은 폴란드 평원이 시작된다. 그래선지 들판에 말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제 두 시간이면 우리의 목적지 비엘리츠카(Wieliczka) 소금광산에 도착할 것이다. 중간에 라바(Raba)강을 만나고, 크라쿠프 외곽에서 동쪽으로 난 우회도로를 따라 간다. 그리고 조금 있다 크라쿠프 동남쪽 위성도시 비엘리츠카가 나타난다.

비엘리츠카는 보통명사로 거대한 소금(광산)이라는 뜻이다. 암염 채굴을 위해 13세기부터 마을이 형성되었고, 광산은 국가의 지원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18세기부터 소금광산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경에는 거의 폐허로 남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비엘리츠카는 크라쿠프의 위성도시로 성장했고, 1960년대부터 관광과 치유의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a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 이상기


1976년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은 폴란드 정부에 의해 역사적인 기념물로 지정되었고, 197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은 지하 327m까지 갱도가 있으며, 그 길이가 무려 300㎞나 된다. 그러나 관굉객에게 개방되는 구간은 지하 64m에서 135m까지 3.5㎞ 구간이다. 현재 비엘리츠카 인구는 2만 명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비엘리츠카 광산을 찾는 관광객은 연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광산 입구에 도착한 우리는 표를 끊고, 광산 안내인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우리는 5시 30분이 되어 현지 안내인을 따라 광산 안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나무로 만든 계단을 정신없이 따라 내려간다. 어느 정도 내려간 다음 잠시 안내인의 설명을 듣는다.

"앞으로 구획된 방을 따라 이동한다. 문을 닫은 다음에는 뒤로 돌아갈 수 없다. 몸을 벽에 기대지 마라. 안내와 지시를 잘 따르라."

광산에서 만나는 폴란드의 역사

a  코페르니쿠스상

코페르니쿠스상 ⓒ 이상기


우리는 갱목 사이를 지나 흰색 문 앞에 선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작업장이 나타난다. 소금을 채취하는 도구와 작업을 하는 마네킹이 보인다. 몇 개의 방을 지나 우리는 드디어 1666년 이전까지 소금 채취 작업을 했던 크레치니(Kręciny) 광구로 이동한다. 이곳에는 역사 속 인물들의 모습이 소금으로 조각되어 있다.

가장 먼저 들어간 작업실이 코페르니카(Mikołaja Kopernika) 방이다. 이곳에는 크라쿠프 출신의 유명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 조각상이 있다. 코페르니쿠스도 이곳 소금광산을 방문했을 것으로 추측해서, 그의 탄생 500주년이 된 1973년 이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조각상 아래 그의 이름과 1473-1973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a  소금 광산을 알려주는 킹가 공주

소금 광산을 알려주는 킹가 공주 ⓒ 이상기


다음으로 찾아간 작업실은 야노비체(Janowice) 방이다. 이곳에는 소금 광산을 폴란드에 전해준 킹가(Kinga) 공주의 모습이 부조로 세워져 있다. 13세기 말 헝가리 벨라 4세의 딸인 킹가 공주가 크라쿠프 왕자인 볼레스와바(Bolesława)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그녀는 아버지 벨라 4세로부터 소금광산을 하나 얻어 새로운 조국 폴란드에 선물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의 요청이 받아들여졌고, 이곳 비엘리츠카가 폴란드 소금광산으로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다음 방들에는 소금채굴 작업 광경이 만들어져 있다. 특히 말이 소금을 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음으로 찾아간 작업실은 카지미에르자(Kazimierza) 3세 방이다. 이 방에는 크라쿠프 소금광산법을 처음 만든 카지미에르 3세의 흉상이 있다. 이 흉상은 소금광산법 창시자를 기념하는 뜻에서 1968년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곳에는 18세기까지 사용하던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말과 사람이 돌리는 방아, 소금 운반 마차 등이 있다.

a  카지미에르자 3세

카지미에르자 3세 ⓒ 이상기


이것을 보고 우리는 나무 계단을 통해 지하로 한참을 더 내려간다. 그러자 지하수를 받아 처리하는 작업실에 이른다. 그런데 이 지하수가 소금과 만나 소금물이 되었다. 소금물은 나무통을 타고 커다란 수조에 모아지고, 그 물을 용두레 형식으로 도르래에 연결해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현지 가이드도 그 내용을 정확히 알고 설명하는 것 같지는 않다.

지하 광장에 성당이 있지만 공인은 못 받아

우리는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의 하이라이트 지하성당으로 내려가기 전 요셉 경당을 잠깐 살펴본다. 이곳에는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목조각 두 점이 있다. 전면 제대에 십자고상이 하나 걸려 있고, 그 반대편에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가 서 있다. 십자고상 좌우에는 머리 부분이 훼손된 사제가 예수께 경배하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소금 조각이 아닌 나무 조각을 본다.

a  요한 바오로 2세상

요한 바오로 2세상 ⓒ 이상기


우리는 이제 지하 성당으로 향한다. 성당으로 내려가기 전 위에서 성당 내부를 조망해본다. 하얀 샹들리에 아래로 넓은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길이가 58m, 폭이 18m, 높이가 12m에 이르는, 세상에서 가장 큰 지하성당이다. 성당은 지하 101m에 위치하고 있다. 성당의 이름은 성 킹가 성당인데, 그것은 킹가 공주가 1690년 알렉산더 8세 교황에 의해 성인으로 추대되었기 때문이다.

킹가 성당의 전면에 제대가 있고, 측면에 성경의 이야기를 담은 부조가 있으며, 입구 쪽에 몇 가지 조소상이 있다. 이들은 모두 암염을 조각해 만들었다. 계단을 따라 성당으로 내려가는 벽면에까지 부조를 해 놓았다. 성당에 내려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조소상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크라쿠프 대주교를 거쳐 교황을 지낸 대표적인 폴란드 사제다. 그는 1978년부터 2005년까지 교황으로 있으며,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위해 평생 헌신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조소상 앞에는 관광객들이 바친 화환이 세 개나 놓여 있다.

a  지하 성당 중앙 제대

지하 성당 중앙 제대 ⓒ 이상기


측면의 부조 중에는 요셉이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태운 당나귀를 끌고 가는 '성가족'과 다빈치의 그림을 새긴 '최후의 만찬'이 인상적이다. 이들 작품은 암염에 새겼다는 점에서도 특별하지만, 예술성에 있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 외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표현한 부조도 있고, 로마군에 의해 핍박받는 기독교도들의 모습도 보인다.

성당 전면 제대 가운데는 성 킹가상이 있고, 그 좌우에 성모자상과 성인상이 있다. 가운데 성 킹가상은 조명을 해 더 밝게 보이게 했다. 사실 제대 한 가운데 예수나 마리아가 아닌 다른 인물을 배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선지 이 성당은 가톨릭교회로부터 공인된 성당이 아니다. 또 실제 공인을 한다 해도 신부를 상주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a  '성 가족' 부조

'성 가족' 부조 ⓒ 이상기


지하성당을 보고 난 우리는 마지막으로 쿠네군다(Kunegunda) 방으로 간다. 이곳에는 암염 덩어리, 암염으로 만든 조각품과 기념품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암염은 일반 돌과 달리 빛이 투과되기 때문에 조명을 하면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이곳에는 또 식당까지 있어 음식과 차 그리고 음료를 먹고 마실 수 있다. 이제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은 관광객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관광지로 변신해 있다. 

지하 소금광산으로 내려갈 때 우리는 걸어갔지만, 지상으로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런데 그 엘리베이터가 옛날식이다. 철제 박스처럼 생긴 통 안으로 들어가고 밖에서 문을 닫는 방식이다.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은 15명 정도다. 털컥 문을 닫고, 잠시 끌어올리는 기계소리가 나는 듯 하더니 어둠 속을 천천히 올라간다. 일이 분이나 지났을까, 우리는 지상에 도착한다. 이제 코팔니아 솔리(Kopalnia soli),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을 떠나 크라쿠프 시내로 갈 예정이다.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도노발리 #오라바성 #성 킹가 성당 #코페르니쿠스와 요한 바오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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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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