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안에 밥 먹어요" 초등학생은 바쁘다

직장인보다 짧은 초등생 점심시간, 괜찮은 걸까

등록 2015.12.05 16:30수정 2015.12.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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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월요일 낮 12시 30분, OO초등학교 6학년 교실.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제준(가명)이는 바쁘다.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1시 10분까지 밥도 먹고, 놀기도 해야 한다. 제준이는 대개 12시 45분에 식사를 마친다. 밥을 먹는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 식사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제준이가 사용할 수 있는 점심시간은 25분가량이다. 교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은 제준이는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강동구 OO초등학교의 점심시간 풍경이다. 이 학교의 수업시간 편성은 다음과 같다. 오전 9시까지 등교, 9시 10분부터 9시 50분까지 1교시, 10시부터 10시 40분까지 2교시, 이후 10시 40분부터 11시까지 중간 놀이시간이다. 3교시는 11시부터 11시 40분까지 진행되고, 11시 50분부터 12시 30분까지 4교시다.

점심시간은 12시 30분부터 낮 1시 10분까지다. OO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주어진 점심시간은 40분이다. 이중에 어떤 반 학생들은 1시까지 교실에 돌아와 10분동안 5교시 수업을 들을 준비를 하곤 한다. 반의 규칙이 그렇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 반 학생들의 점심시간은 15~20분이다.

"학부모 여론도 반영하려니 이럴 수밖에"

"점심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급식을 음미하고 싶은데..."(OO초등학교 최아무개 학생)
"당연하죠! 밥을 먹어, 그리고 나가잖아? 그럼 축구할 시간이 없어~"(OO초등학교 황시원 학생)

서울시립광진청소년수련관 시끌기자단 김민제, 황승준 기자가 인터뷰한 OO초등학교 학생들의 말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 상당수가 "점심시간 40분이 짧다"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행 점심시간이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소아무개 학생은 "점심시간이 쓸 데 없이 길면 시간 낭비다, 차라리 공부를 더 하는 게 낫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모자라 급식을 안 먹고 놀거나 휴식을 취한다"라고 답한 학생들도 몇몇 있었다.

초등학교의 수업시간 편성은 학교장의 권한이다. 최종 결정은 학교의 사정에 맞춰서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OO초등학교는 왜 이렇게 시간표 편성을 해놓은 걸까. 이 학교 관계자는 "2015학년부터 서울시교육청 정책사업에 따라 등교 시각이 오전 8시 40분에서 9시로 20분 늦춰졌다, 서울지역 모든 학교가 9시 등교를 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학교가 9시 등교를 택했다"라면서 "또한 올해부터 많은 초등학교가 '중간 놀이시간' 20분을 도입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표 일정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아이들의 하교 시각이 40분 늦춰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방과후교육이나 학원 등에 가야 하니 하교 시각을 늦추지 말아달라'는 여론이 강하다"라면서 "등교를 늦추고 중간 놀이시간도 설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교 시각을 유지하려니 점심시간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 소화도 시키고 놀아야 할 텐데..."


 시끌기자단이 광진구 학부모 70명을 대상으로 초등학생 점심시간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시끌기자단이 광진구 학부모 70명을 대상으로 초등학생 점심시간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 시끌기지단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일반 직장인의 점심시간(휴게시간)은 1시간이다. 하지만 OO초등학교 학생들의 점심시간 40분은 직장인의 점심시간보다 짧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서울시립광진청소년수련관에서 스티커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는 학부모 70명이 참여했는데, 95.7%에 달하는 67명의 학부모가 '초등학교의 점심시간 편성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찬성 입장은 70명 중 3명으로 전체 응답자 중 4.3%였다.

이어 '부모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알맞은 식사 시간(밥을 먹는 시간)은 몇 분 정도가 좋나요?'라고 물어봤다. 설문조사에 응한 학부모들은 25분 이상(70명 중 39명)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10~20분이라고 답한 학부모는 10명이었다.

이번엔 '적절한 점심시간은 얼마 정도일까'라고 물어봤다. '30분'이라고 답한 학부모는 1명, '40분'이라고 답한 학부모는 1명, '50분'이라고 답한 학부모는 30명, '1시간'이라고 답한 학부모는 38명이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점심시간이 어떻게 40분밖에 안 되냐, 아이들이 소화도 시키고 놀아야 할 텐데…"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학부모도 마찬가지로 "밥 먹는 시간이 그거 밖에 안 되냐"라고 되물었다.

시끌기자단은 설문조사 참여 학부모에게 OO초등학교의 점심시간이 부적절하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상당수 학부모가 "점심시간 40분 안에 식사를 하면 아이들이 체할 수도 있다, 소화도 못 시키는데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라고 응답했다.

OO초등학교 학생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 학교 6학년 박주호 학생은 "지금 점심시간으로는 급식을 먹고 나서 축구나 나가서 놀 시간이 부족하다"라면서 "차라리 중간 놀이시간 20분과 점심시간 40분을 합치"길 원했다.

 시끌기자단 황승준·김민제 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는 모습.

시끌기자단 황승준·김민제 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는 모습. ⓒ 시끌기지단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립광진청소년수련관 시끌기자단 3기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민제, 황승준(가나다 순)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초등학생 #점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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