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열흘이나 남았다,
어떤 일이 터질지 나는 두렵다

2015년 당신이 분노한 것들, 2013자에 다 담았다... 숨 크게 쉬고 읽을 것!

등록 2015.12.22 10:30수정 2015.12.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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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pixabay


올해는 참 별일이 많았네요, 라고 말하려다 한참을 고민했다. 올해 특별히 별일이 많았던 건가 싶었다. 아닌데, 작년에도 별일 참 많았는데. 리조트 붕괴에, 세월호 사건에, 잠실 싱크홀에, 통합진보당 해산판결에. 몇 개를 손꼽아보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올해 일어난 일들을 손꼽기가 차라리 더 쉬웠다.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내년에는 이것보다 별일이 더 없을까.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 소망을 조금 담아서,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올해는 참 별일이 많았네요, 유독."

담뱃값 인상으로 시작된 새해는 고달팠다. 사실상의 서민증세라는 비판 여론에도, 정부는 이를 금연정책이라고 불렀다. 며칠 후엔 샤를리 엡도 총격 사건이 있었고, 무슬림들은 한국에서도 혐오의 대상이 됐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에 누리꾼들은 분노를 표했고, 사흘 후에 벌어진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는 벌벌 떨었다. 비선 실세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음종환 행정관이 사표를 냈다. 사흘 후엔 10대 한국인 남성이 터키 국경에서 ISIS에 가담하는 일이 벌어졌다.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은 이를 두고 페미니즘이 IS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칼럼을 써 공분을 샀다. 며칠 후엔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전 국무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완구를 새 국무총리에 지명했다. 불과 2달 만에 사퇴하게 될 줄도 모른 채로. 2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이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됐다. 영종대교에서 100여 개의 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상 최대, 보상액만 40억 원에 달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사임했고, 이완구 국무총리의 (곧 닫힐) 시대가 열렸다. 5년 만에 불어온 최대의 황사가 시민들의 입에 마스크를 씌웠고, 때마침 월성 원전 1호기의 수명이 연장되었다. 그 날, 헌재는 간통죄가 위헌임을 확인했으며, 일부는 판결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마음껏 바람을 피워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며 환호했다. 3월에는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흉기로 피습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고, 신실한 한국인들은 이에 부채춤으로 쾌유를 빌었다. 리퍼트 주한대사가 피습당한 날,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겠다던 아이핀 역시 피습당해 75만 건을 부정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얼마 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웹툰 사이트인 레진 코믹스를 차단했다가 취소했다. 만화 좀 보겠다는데. 레진엔터테인먼트는 2014 대한민국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까지 수상한 적 있는 곳이다. 4월, 비리로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의 품에서 발견된 메모는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한 친박 핵심인사의 무덤이 되었다. 이윽고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었고, 시민들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외쳤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아니다. 벌금과 연행이 돌아왔다는 점에서 공허하지만은 않았을지 모르겠다. 5월이 되었다. 경찰은 맥도날드에게 큰 위협을 선사한 알바노조 위원장을 연행했고, 맥도날드를 대신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얼마 후 서울 내곡동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다시 며칠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고, 6월의 첫날엔 메르스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얼마 후엔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퀴어문화축제를 축하했고, 그에 분노한 한국인들은 저주의 부채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달 말엔 서울시의 교통요금이 인상되었다. 7월이 되자 그리스는 국가부도를 선언했고, 넥슨은 메이플스토리2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음, 재밌긴 재밌는데 어렵더라. 다시 얼마 후 상주에서 농약사이다 사건이 발생했고, 일본에서는 자민당이 집단적 자위권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일본은 이로써 전쟁이 가능한 군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국정원 해킹프로그램도입 논란에 국정원의 한 직원은 목숨을 끊었다. 얼마 후, 1명을 제외한 메르스 환자가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고, 메르스 종결을 선언했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석 달 만의 일이었다. 9월의 첫날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통합법인이 출범했다. 양천구의 한 중학생은 자신이 다니던 학교를 부탄가스로 만든 폭탄으로 테러했고, 직접 영상을 촬영해 SNS에 올린다. 영상에는 그의 웃음소리 역시 녹음되었다. 세 살의 어린 시리아 이민자가 해역에서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으며, 유럽 정상들은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아산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납치 및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도려져 있었고, 시신은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 사람들은 반성 없는 가해자에게 분노를 표했다. 폭스바겐은 디젤엔진 배출가스양을 조작해 파산 위기에 몰렸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성지순례를 온 이들이 뒤엉켜 717명이 사망하는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10월이 되자 정부와 여당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할 것을 결정했다. 야당의 반발과 시민의 분노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얼마 후에는 스타크래프트2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났고 e스포츠 팬들은 다시 분노에 들끓었다. 며칠 사이에 베이루트와 파리에서 ISIS에 의한 테러가 발생했고, 무슬림 혐오 정서는 걷잡을 수 없게 커졌다. 이 테러를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은 조속한 테러방지법의 입법을 주문했다. 이번에도 역시 국민들의 반발과 우려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다음날 있던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국가는 시민의 목소리에 최루액과 살수차 직사로 응답했다. 폐기된 것은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민주주의였다. 물대포를 맞은 농민 백남기씨는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경찰은 그것이 폭력집회를 벌인 시민의 탓이라고 이야기했다. 얼마 후 제14대 대통령 김영삼이 사망했다. 조선대에서는 여자친구를 상습적으로 감금, 폭행한 미래의 의사 선생님이 있었고, 학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 뒤에야 제적 처분을 내렸다. 12월이 됐고, 서해대교에서는 케이블 화재사고가 발생했고, 소방관 한 명이 순직했다. 이틀 후에는 '평화'로운 민중총궐기가 열렸고, 알바노조 이혜정 비상대책위원장이 1차 민중총궐기를 이유로 체포되었다. 오직 집회만이 평화로웠고, 세상은 그렇지 못했다. 동국대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 거부하는 이사회와 총장에 대한 분노로 수십일 째 단식을 이어가던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이 병원에 실려 갔다. 10일, 오랜 기간 조계사에 은신하고 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일반도로교통방해 혐의를 받아 경찰에 자진 출두했고 경찰이 그에게 소요죄를 적용했다. 최근 법원에서 소요죄를 인정한 건 광주 민주화 운동과 1986년 5.3 인천 민주화 운동 정도였다. 경찰이 민중총궐기를, 민주화 운동으로 보고 있었다는 방증인지도 모른다. 13일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새정치는 사라졌다. 똑같은 구태와 똑같은 혐오만 남았다. 얼마 후 열린 세월호 청문회에서 책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참으로 일관적인 망각이었다. 어떤 이는 "학생들이 철이 없어서"라는 말을 남겼다. 참으로 일관적인, 무책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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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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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피습 당한 당시의 사진 ⓒ 사진가 김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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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1주기인 지난 4월 16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해외순방 출발에 앞서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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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오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선별진료실이 설치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앞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119대원과 의료진이 구급차에서 환자를 내리고 있다. ⓒ 권우성


지난 5월 예비군 총기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동송파예비군훈련장 내 사격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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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에 실신한 농민, 생명 위독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경찰 차벽앞에서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강한 수압으로 발사한 경찰 물대포를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시민들이 구조하려하자 경찰은 부상자와 구조하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한동안 물대포를 조준발사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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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위원장 체포영장 집행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한 혐의로 수배중이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자진출두를 위해 24일간 피신중이던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나오자 경찰이 체포영장을 보여주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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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씨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목포해양경찰청으로부터 건네받은 아들의 수습 당시 찍은 사진을 공개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는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올해는 유독 참 별일이 많았네요, 라고 다시 소리 내어 읽어본다. 올해는 정말 별일이 많았다. 이 수많은 일들 가운데서 당신은 얼마나 분노했느냐고 묻는다면, 난 단 하나도, 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다. 하나의 일에도 분노하지 못했다. 모든 부조리와 비상식에 분노하기에 내 분노의 총량은 턱도 없었다. 이 사회가 얼마나 추악한지 냉소하면서 그 추락을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년에는 얼마나 더 큰 일들이 벌어질까.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분노할 만한 일에 분노하더라도 그 분노에 지치지 않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그래. 올해는 유독 참 별일이 많았다.

아직 12월이 열흘이나 남았다. 나는 한 해의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더 큰 일이 일어날지 무섭고, 또 두렵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덧붙이는 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90100&artid=201512042026475 최태섭님이 경향신문에 쓰신 칼럼 형식을 참고했습니다.
#2015년 #박근혜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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