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세월호 민변이 기록>(생각의길 펴냄 / 민변 지음 / 2014.9. / 208쪽 / 1만2000원)
생각의길
나는 세월호 사건의 기록이 그 대표적 '식존(食存)'의 실존 기록이라 생각한다. 밥이 없으면 죽는다. 세월호 참사의 기록이 없으면 세월호가 앗아간 생명들을 가슴에 묻은 이들은 죽는다. 그들은 운명처럼 기록을 남긴다. 한 오라기 터럭이라도 빼먹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이 그들 곁에 있다. 그들은 죽었으나 살았고, 살았으나 죽었다. 전자는 세월호와 함께 유명을 달리한 이들이고, 후자는 이 세상에서 그들과 운명을 같이 하는 유가족과 동역자들이다.
이런 뜻을 높이 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지난 8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록 활동을 하고 있는 '416 기억저장소'를 NCCK 인권센터가 주는 인권상 수상자에 선정했다. NCCK 인권센터는 인권상 수상에 대해 "우리 사회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아픈 기억을 마주하며 보존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416 기억저장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인이나 단체 등이 가지고 있는 세월호 사건 기록을 모으고, 관련 행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영상·구술·르포 등의 다양한 기록물을 사회적 유산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아카이브의 자생적 형태라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라는 그들의 말이 호모아키비스트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세월호 보도를 접하고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내용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이들이었다. 사건의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모으고 현장의 생생한 기록을 저장하는 자원 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이토록 기록은 생존과 관련되며, 그 생존은 자신을 포함한 인류 모두를 아우른다.
세월호 참사 기록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도 법적인 견지에서 모아 기록했다.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생각의길 펴냄)으로 발간되었다. 세월호 사건을 참사로 만든 이들에 대한 통렬한 지적이 책에 담겨있다. 어물쩍 넘어가는 건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도 강하게 밝힌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여 구조적 원인을 시정하고, 그 원인을 만들어온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 한 세월호 참사는 다른 곳에서 또 다른 형태로 재발될 수밖에 없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4·16의 값비싼 교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 7쪽인간은 기록을 통하여 상처를 치유 받는다.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기록한다고 정보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취사선택하고 정리하고, 진실과 사실을 기록함으로 인류의 발전과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기록은 위대하다. 진실을 기록하는 인간은 더 위대하다.
되지도 못한 글이지만, 글을 쓰는 사람(아키비스트)으로서 진실을 기록해야겠다는 사명감과 만나게 만든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에 감사한다. 인류쯤은 못 가더라도(쌓이면 갈 수도 있으리라) 이 나라, 이 마을, 이 가정만큼이라도 '헬조선'이 안 되도록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프다.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기록하리라 다짐해본다.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 - 호모아키비스트, 기록하는 사람들
안정희 지음,
이야기나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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