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펴낸 <밀양송전탑 반대투쟁 백서 2005~2015> 표지.
윤성효
백서는 650쪽에 걸쳐 그동안 벌어진 '역사'를 낱낱이 기록해 놓았고, 사진집은 260쪽에 걸쳐 카메라에 잡힌 주민들의 삶과 싸움을 생생하게 담아놓았다.
"한전과 정부는 주민 몰래 사업을 꾸렸다"밀양송전탑 공사는 2000년부터 시작되었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 사업 계획을 세웠다.
밀양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 약사'를 통해 "한전과 정부는 주민 몰래 사업을 꾸렸다"고 했다. 이들은 "2000~2005년 사이, 정부와 한전이 밀양 주민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밀양시 등 관계기관과도 협의를 마친 상태였으며, 주민들만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러한 주민 배제와 비밀주의가 이 투쟁을 10년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백서에는 '주민 투쟁 시작과 대책위 구성', '정부-한전 등과 협의체 구성', '보상제도 개선위원회와 현장 투쟁', '주민 분신 자결', '행정대집행' 등 과정을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백서에는 밀양 구간의 송전선로 변경 과정에 지역 권력자가 개입한 정황도 언급해 놓았다. 밀양대책위는 "노선별 재점검하여 주로 산지를 통해 계획되었던 노선이 단장면, 부북면 등 상당 부분 하향함으로써 마을에 더 근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2012년 산외면 보라마을 (분신 자결한) 주민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권력자의 토지를 비켜가기 위해 노선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라는 주민들의 증언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노선 변경되면서 철탑 숫자도 늘어났다. 밀양대책위는 "한전이 밀양시에 보낸 '송전선로 지장유무 조회'라는 공문에 보면, 선로 길이와 철탑이 85.9km, 157기라고 되어 있다"며 "공사 시작 이후에는 길이 90.535km, 철탑 162기로 되어 있다. 경과지가 변하지 않는 이상 송전선로의 길이가 변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백서에는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해 놓았다. '갈등조정위원회 구성'과 '제도개선추진위원회와 보상협의회', '후쿠시마 사고', '전문가협의체', '송주법' 등의 과정과 문제점을 낱낱이 기록해 놓았다. 특히 백서에는 전문가협의체에서 나온 위원들의 발언도 일부 속기록에 근거해 공개해 놓았다.
전문가협의체 활동에 대해, 밀양대책위는 "정부와 한전의 사업 강행에는 아무런 합리적 이유도 결여된 사업을 강행하는 자본의 막무가내식 욕망만이 원초적으로 작동하며 그 속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의 원리는 조금도 작동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놓았다.
주민들의 인권침해도 심했다. 백서에는 주민들이 공권력으로부터 받은 인권침해 사례를 낱낱이 기록해 놓았다. 특히 언론 보도에 대해, 밀양대책위는 "주요 언론 대부분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오히려 문제점을 소극적으로 외면하거나, 적극적으로 은폐, 왜곡하고,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피상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보도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