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터지는 비리' 농협, 이번엔 바뀔까

내달 농협중앙회장 선거 앞두고 개혁 촉구 목소리 높아

등록 2015.12.24 13:54수정 2015.12.2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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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비리가 터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농협은 달라질 것인가. 오는 2016년 1월 12일 실시되는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농협은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농협중앙회뿐만 아니라 지역농협도 마찬가지다. 전직 농협중앙회 회장들이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다.

하동·함양·합천·창원... 잊을 만하면 터지는 농협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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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새해 1월 치러진다. ⓒ 윤성효


지역농협은 더 심각하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자고 나면 비리 의혹이 터진다고 말이 나돌 정도다. 최근 경남 지역농협과 관련해 터진 비리만 해도 수두룩하다.

경남지역에서는 하동, 함양, 합천, 창원 등 지역농협에서 비리가 터졌다. A농협 한 지점에서 농기계업체를 가상으로 만들어 농기계 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21억, B농협에서는 농산물유통하는 가상 업체를 만들어 물품대금을 정산하는 방법으로 26억과 임직원이 이를 몰래 손실처리하는 과정에서 15억의 비리가 있었다.

C농협은 대출금리 조작해 부당이득 12억, D농협은 농산물 외상거래 53억, E농협은 양곡판매대금 손실 26억, F농협은 양곡판매사업에서 중간상인한테 돌려받지 못한 대금 83억, G농협은 부동산 개발사업대출에 128억을 취급하면서 금융실명제 위반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 부정도 많다.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된 사례도 수두룩하다. 조합원 직접 선거로 치러지는 지역농협 조합장 선거 결과를 보면, 교체율이 높다. 이는 '농협 개혁'을 바라는 농심(農心)이 담긴 것이다.


지난 3월 11일 농협조합장 전국 동시 선거 결과, 1110여 개 농협 중 조합장 교체율은 44.5%에 달했다. 농협뿐만 아니라 수협과 축협 조합장까지 포함하면 교체율은 50.5%로 절반이 넘었다.

한 농민은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게 농협의 비리와 불법이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지난 3월 조합장 동시선거에서 절반에 가까운 조합장 교체율과도 연관되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오는 28~29일 후보 등록... 국민운동본부 '공약권고안' 제시

'좋은 농협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는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공약권고안'을 내놓았다. 국민운동본부는 가톨릭농민회, 귀농운동본부, 농민회총연맹, 농협노조,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운동본부가 내놓은 핵심 공약권고안은 '경제지주회사와 자회사 이사는 도별협의회에서 선출된 조합장 위주로 구성', '회원 조합장 전체 총회 정례화와 주요 사업은 조합원 의견수렴 통해 추진', '무분별한 개방농정 반대와 농업회생을 위한 대정부농정활동 전개', '중앙회장 선거의 조합원 총의가 반영되는 직선제 도입' 등이다.

국민운동본부는 이같은 공약권고안을 후보들한테 제시하고 오는 29일까지 서명을 받고, 이후 협약을 맺기로 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이번 중앙회장 선거가 1100여개 조합과 235만 조합원의 뜻을 민주적으로 반영하여 농협중앙회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3일 농협중앙회장 선거 일정을 공고했다. 선거인 명부는 오는 26일까지 작성되고 내년 1월 3일 확정된다. 후보자 등록은 오는 28~29일이며, 중앙선관위에서 접수한다. 후보자는 3개 시도 이상에 걸쳐 500~100인의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은 오는 30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13일간이다. 선거운동은 후보자 본인만 할 수 있고, 후보자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선거공보와 전화로 할 수 있다.

대의원들은 새해 1월 12일 서울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투표한다. 선거인 과반수의 투표와 과반 득표로 당선자를 가려내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른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988년부터 전체 조합장의 직접 투표로 선출됐지만, 혼탁 선거 방지 취지로 2009년부터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었다. 간선제는 회원 조합보다 숫자가 적은 대의원회가 회장을 선출하다 보니 '줄 세우기 문제'와 함께 '대표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운동본부는 농협중앙회 개혁과 조합원 뜻을 반영하는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을 촉구하며 1만5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반영되지 않았다.

"농협 개혁할 수 있는 수장이 뽑혀야"

농민들은 농협 개혁을 열망하고 있다. 한 농민은 "농협 임직원들의 헤이해진 도덕심에 횡령과 배임 등 사고 규모나 방법이 더 대범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이 빈약하다"며 "사고 후 손실을 원상복구하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은 물론, 금융기관임에도 경제사범에 대해 형사처벌이 솜방망이식이라 사고는 악순환되고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농민은 "농협이 농민 조합원의 재산이라고 하지만, 조합장 선거할 때나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 받고 행사할 뿐, 정작 이런 대형 사고에 농민 조합원들은 책임의식이나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에도 큰 문제가 있다"며 "이는 경남지역의 농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농협의 경영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만큼 사고 금액도 점점 그 단위가 상상을 넘어서고 있는 것과 함께, 선거로 뽑힌 조합장들이 이런 굵직굵직한 사건에 임직원과 함께 직간접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엄청난 선거비용과 대가를 치르고도 조합장에만 당선되면, 인사권과 경영권을 송두리째 거머쥔 제왕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기에 이를 견제하고 감독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 지적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농협중앙회가 정치권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 진짜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농민 이익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입농산물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오히려 정부가 시키는 대로 앞장선다, 이를 개혁할 수 있는 농협 수장이 뽑혀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농협중앙회 #지역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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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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