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인천 얘기 담은 공연 만들고 싶다"

[인터뷰] 사회적기업 음악창작소 '더율' 윤두율 대표

등록 2015.12.24 10:24수정 2015.12.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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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이라는 뜻을 지닌 '최초(最初)'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나라의 '최초'가 인천에는 많다. 1883년 인천 제물포가 개항된 이후 서구식 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와서일 텐데, 좀 나열해보겠다.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 최초의 등대 '팔미도 등대', 최초의 극장 '협률사',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세창양행' 사택,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대불호텔', 최초의 교회인 '내리교회', 최초의 서구식 초등학교인 '영화학교', 최초로 자장면을 만든 '공화춘' 등, 모두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그런데 정작 인천에 살고 있는 시민들 중 이런 역사를 알고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지난 13일 오후 4시, 인천시립박물관 1층 석남홀에서 열린 '2015 박물관으로 떠나는 음악여행' 여덟 번째에 사회적기업 음악창작소 '더율'이 공연을 열었다. 현존하는 인천의 문화유산 다섯 가지로 인천의 흔적을 찾아 음악으로 표현한 공연이다. 공연 제목은 '인천의 살아있는 이야기-흔적'이었다.

공연 다음날 '더율' 사무실에서 윤두율(32) 대표를 만났다.

전쟁의 기억과 상처가 남아있는 도시,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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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율 대표 ⓒ 김영숙

"인천은 '한국의 최초'가 많은 곳입니다. 외국의 문물과 문화가 넘쳐나던 역동과 개혁의 도시입니다. 그와 동시에 외세의 각축으로 전쟁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상처를 간직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개항장은 근대 문물의 유입 통로였고, 동시에 새로운 실험의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중략) 기상대, 외국 무역상사, 해군사관학교, 성냥공장, 우정분국, 전화, 등대, 사이다, 자장면의 최초 시작점은 바로 인천입니다."

인천의 역사를 내레이터가 다감한 목소리로 낭독한 후,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의 이야기를 담은 첫 곡 '청천(靑天)'이라는 연주곡이 흐른다. 푸르지만, 푸르지만은 않은 하늘을 표현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후 하늘을 올려다본 느낌을 담은 곡이다.

"제가 자유공원 근처에 살고 있어요. 인천을 책으로 봤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선배들의 얘기도 듣고 한국전쟁의 상처를 알게 되니 예전에 보던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자유공원에 누워서 하늘을 보는데 맑은 하늘인데도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연주곡 제목을 '청천'이라고 지었습니다."

'흔적' 공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 '흔적1' 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 공연은 '흔적2'다. 지역에서 함께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들이 '흔적1' 콘서트를 보고난 후 '인천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단다. 선배들의 권유로 본 인천 관련 서적에는 '최초'라는 의미를 강조했고, 윤 대표도 그 느낌으로 웅장한 곡을 만들었다.

'흔적2'의 곡을 만들기 위해서 책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찾아가 느끼려 애썼다. 그래서 만든 곡이 '청천' 외에도 소래포구를 모티브로 만든 '협궤열차의 추억'과 배다리를 소재로 한 '시간여행자의 꿈', 팔미도 등대의 '등대', 협률사의 '노닐다' 등이다.

사람냄새 나는 인천에서, 제대로 된 공연팀 만들고 싶다

윤 대표는 인천과 직접적인 인연을 갖고 있지는 않다.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주로 음악활동을 했다.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한 윤 대표는 레슨을 했다. 경제적으로는 부유했지만 무대가 그립고 연주에 대한 갈망이 커져갔다. 그 무렵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자바르떼'라는 단체에서 해금 연주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 올라와, 응모해 뽑혔다.

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는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활동과 문화공동체를 실현하는 공공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문화예술인들의 안정적인 활동 기반을 만들려고 하는 단체다. 윤 대표는 이곳에서 수익보다는 자원봉사 차원으로 활동했는데, 재미있었단다.

"이 팀에 들어오기 전에 서울에서 솔로로 공연하기도 했어요. 그때는 관객들이 산만하거나 떠들면 주위 사람들이 조용히 하라는 분위기였는데, 인천은 달랐어요. 뭐랄까, 자유분방하면서도 같이 호흡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인천에 내려왔습니다. 인천이 저를 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니까요."

윤 대표는 서울에 살면서 2007년부터 레슨을 하러 인천에 내려오곤 했다. 인천에 변변한 공연장도 없고 오히려 인천 예술가들은 서울로만 가려는 모습을 봤다. 하지만 윤 대표는 인천에 내려올 때마다 정겨운 사람냄새를 느껴 인천에서 제대로 된 팀을 만들고 싶었다. 2010년 인천으로 이사를 왔다.

더 높게, 더 멀리 우리 가락 알리는 '더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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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2015 박물관으로 떠나는 음악여행’에서 ‘더율’은 인천의 살아있는 이야기 ‘흔적’을 노래했다.<사진제공·더율> ⓒ 김영숙


음악창작소 '더율'이라는 팀 이름 뜻은 이렇다. 영어 'The(더)'는 영어 문법에서 강조할 때 사용하는데, 이와 더불어 '더 높게 더 멀리'라는 의미를 담았고, 가락 '율'자와 결합해 우리 가락을 널리 알리자는 의미를 더했다. 해금과 대금에 베이스와 일렉트릭 기타, 드럼이 함께 하는 퓨전그룹이다.

2010년 팀을 결성하고 2012년 6월에 비영리민간단체로 지정됐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으며 2013년 5월부터 공연과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햇수로 3년이 된 '더율'은 올해를 바쁘게 보냈다. 비결을 물어봤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단체를 만들고 처음에는 월세와 사무실 운영비 낼 돈도 없어 계속 대출을 받기도 해, 힘들었습니다. 작년에 부평풍물축제 때 주변 무대에서 공연했고, 메인 무대에서 공연한 팀을 도운 게 계기가 돼 올해는 부평풍물축제 기획단에서 음악 총괄까지 맡았습니다."

즉답은 아니지만, 실력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읽혔다.

'더율'한테는 독특한 경력이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 공연에 참가한 것이다.

지난해 인천시가 주최하고 <시사인천>과 사)인천사람과문화가 공동주관한 인천평화창작가요제가 열렸다. 평화를 상징하는 노래를 발굴해 전국으로 확산해 남북 교류협력의 중심도시, 국제 평화도시로서 인천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 기획됐다.

총 177개 팀이 응모했고, 본선에서 10개 팀이 경연을 벌였는데, '더율'은 공동체상을 수상했다. 인천평화창작가요제 수상 팀 중 두 팀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 무대에 오를 영예를 안았다.

"전화 연락이 왔는데 다짜고짜 공연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기분이 안 좋기도 했지만 우리는 비영리민간단체라 제가 대표라도 혼자 결정하지 못한다고 했죠.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불편한 마음도 있었지만 저희도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저희 단체를 소개할 때 아시안게임 폐막 공연을 경력에 넣으면 상대방이 한 번씩 더 물어보기도 해, 큰 경험이라고 느낍니다."

인천의 설화를 미니 뮤지컬로 만들고 싶어

'흔적2'의 반응이 나쁘지 않건만, 작품이 다소 어두운 느낌이 있어 윤 대표는 또 다시 곡을 수정할 고민을 한다. 또한 내년에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대회에도 참가할 생각이다.

"너무 인천에서만 활동하는 거 같아 내년에는 전국 대회 몇 개에 나가볼까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연주하면 바로 음의 높낮이에 따라 배경화면의 영상이 달라지는 것들을 실험해 보려고도 하고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중가요를 새롭게 해석해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민중가요 중에 좋은 노래가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이 모든 게 '더율'의 계획에 있지만, 무엇보다 윤 대표가 하고 싶은 건 인천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보통의 뮤지컬이 연극을 주로 하면서 음악을 가미했다면, 음악을 위주로 한 미니 뮤지컬을 만들어 보고 싶단다.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윤두율 #음악창작소 더율 #인천시립박물관 #찾아가는 음악여행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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