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다 보고 들여다 보고 올려다 보고

[유럽 패키지 여행 ④ 중부유럽 4국] 12) 체스키 크룸로프 1

등록 2015.12.25 19:45수정 2015.12.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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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자로 돌아가는 강을 따라 형성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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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 크룸로프 지형도 ⓒ 이상기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훨씬 좋아졌다. 호텔에서 내다보는 하늘이 맑고 파랗다. 우리는 9시에 프라하를 떠나 블타바강을 따라 남쪽 상류지역으로 올라간다. 그곳에 체코의 마지막 여행지 체스키 크룸로프가 있기 때문이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보헤미아 삼림지대에 있어 해발이 492m 정도 된다. 우리는 12시가 되어 체스키 크룸로프 시내에 도착한다. 버스는 구시가지 북쪽 스포츠 센터 주차장에 정차한다,


이곳에서부터 우리는 걸어서 구시가지로 들어갈 것이다. 먼저 슈발쉰스카(Chvalšinská) 대로를 건너 흐라드니(Hradní) 거리로 들어선다. 이 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으로 망토 다리와 성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부터 체스키 크룸로프 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블타바강이 S자로 두 번 굽이치는 곳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S자 안쪽 세 개 지역에 도시가 발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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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 크룸로프 구시가 ⓒ 이상기


가운데 지역에 구시가지가 발달해 있다. 이곳에는 시장 광장을 중심으로 시청, 비트 교회, 시립박물관, 갤러리와 박물관 등이 있다. 그리고 상류지역에 유대인 교당, 성 마틴 성당, 사진박물관, 에곤 쉴레 아틀리에가 있다. 하류지역에는 성채, 수도원, 신시가지가 있다. 이 중 관광의 핵심은 성과 수도원 그리고 구시가지다. 우리는 망토다리를 건너 성을 본 다음, 신가지로 해서 구시가지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망토 다리와 성을 지나며 블타바강이 굽이치면서 만들어낸 구시가 풍경을 조망하려고 한다. 성의 내부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볼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성을 나와서는 신시가지를 잠깐 보고, 검은색 나무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가려고 한다. 이곳에서는 광장, 교회, 박물관을 보면서 성을 올려다 볼 수가 있다. 그러므로 체스키 크룸로프 관광은 위에서 내려다보고, 아래서 올려다보는 특별한 체험이 될 것 같다. 

망토 다리 가는 길에 바라 본 체스키 크룸로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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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 크룸로프성 조감도 ⓒ 이상기


체스키 크룸로프 성은 크게 일곱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서쪽에 정원이 있다. 그리고 정원 동쪽에 극장이 있다. 극장은 망토 다리를 통해 두 개의 작은 마당이 있는 위쪽 성과 연결된다. 위쪽 성 동쪽으로 큰 마당이 있는 아래쪽 성이 있다. 이 성의 동남쪽으로 탑이 있는 작은 성이 있다. 이 성의 동쪽으로 곰 사육장이 있다. 아래쪽 성의 동북쪽으로 커다란 정원 겸 운동장이 있고, 그 바깥으로 외곽성이 감싸고 있다.


우리는 서쪽 정원은 생략한다. 그리고 서쪽 문을 통해 극장 앞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성채, 블타바강 그리고 구시가지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성채는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이 결합된 복합 건축이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층으로 이루어진 탑이다. 탑의 높이가 54.5m나 되고, 블타바강으로부터 따지면 86m나 된다. 르네상스 양식의 이 탑은 4층이 종탑이고, 5층이 전망대이며, 6층이 시계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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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토 다리 ⓒ 이상기


이 성채 아래로 흐르는 블타바강은 자연 해자를 이뤄 성을 마치 요새처럼 보이게 한다. 블타바강에는 카약을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블타바강 건너 구시가지에는 주황색 지붕을 가진 이삼층 건물들이 빽빽하다. 구시가지에서는 성 비트 교회가 우뚝하다. 구시가지는 상인, 수공업자 같은 시민들이 사는 생활공간이었다. 우리는 극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망토 다리를 건넌다.

망토 다리는 아치형으로 만든 3층의 교각 위에 놓여 있다. 교각 위 1층은 회랑형 다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위 2-4층은 극장과 성을 연결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망토다리 양쪽으로는 성인상이 행인들을 지켜주고 있다. 이 다리는 1777년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다리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남쪽으로 가면 블타바강에 놓인 이발사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갈 수 있다.

성채를 지나가며 내부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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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키 크룸로프성 외관 ⓒ 이상기


망토 다리를 건너면 바로 위쪽 성과 연결된다. 성의 서쪽에 아치형 문이 있고, 이것을 통과하면 성의 첫 번째 마당에 이르게 된다. 마당이라기보다는 네 벽으로 둘러싸인 중정(中庭) 형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다. 벽돌로 쌓은 네 벽에는 그림과 조각이 있다. 내용이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들 예술작품과 건축양식으로 볼 때 16세기 후반 르네상스 시대 지어졌다.

여기서 다시 통로를 지나 동쪽으로 이동하면 두 번째 중정에 이르게 된다. 이곳 역시 그림과 조각이 있다. 내용과 형식이 첫 번째 중정과 유사하다. 이들 중정에서 성의 지하 또는 위층 공간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그러자 쇠창살로 난간을 만든 테라스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또 한 번 블타바강과 구시가지, 아래쪽 성의 측면, 작은 성의 탑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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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내부: 중정 ⓒ 이상기


이곳을 지나 다시 통로를 통해 동쪽으로 가면, 위쪽 성을 빠져나와 아래쪽 성 마당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는 성 안으로 들어가질 않고, 마당에서 성곽을 둘러본다. 마당 한 가운데 분수가 있고, 분수 뒤로 작은 성과 탑이 가까이 보인다. 분수에 대해서는 1602년 처음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 1500년대 후반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6년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분수는 위쪽 수반 위로 굵은 물줄기가 솟아오르고, 기둥에 장식된 네 인물의 입에서 작은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작은 성은 이곳 체스키 크룸로프성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은 처음 고딕식으로 만들어졌고, 1570/80년대 르네상스 양식으로 개조되었다. 이 건물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성벽에 그려진 벽화다. 그림은 인물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옐리넥(Jelínek: ?-1618)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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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성과 탑 ⓒ 이상기


아래쪽 성을 나오면 오른쪽으로 곰사육장이 있다. 이곳에서 곰을 기르게 된 이유는, 성주인 로젠베르크(Rosenberg) 가문의 문장에 곰이 있기 때문이다. 1707년 곰사육장이 만들어졌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사육장 너머로 작은 성과 탑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이 성이 체스키 크룸로프 성채 중에서 가장 높고 튼튼해, 최후의 보루로 사용되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는 정원 겸 운동장을 한 번 죽 둘러본다. 그리고 바깥을 감싸고 있는 외곽 성도 한 번 바라본다. 외곽성은 지금까지 보아 온 위쪽 성, 아래쪽 성, 작은 성에 비해 건축학적인 면에서나 예술적인 면에서 격이 조금은 떨어진다. 그것은 행정관서와 생활 또는 생산 공간으로 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는 마당과 정원이 넓어 나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성의 동문인 빨간문을 나와 검은색 목조다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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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가지 거리 ⓒ 이상기


이제 나는 성의 동문을 통해 체스키 크룸로프 성채를 나온다. 그런데 이 성문이 문간채 형식으로 되어 있다. 1층은 아치형 통로고, 2층은 작은 창문이 있는 건축이다. 아치형 문에는 빨간 격자문을 만들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나무로 만든 격자문에는 슈바르첸베르크(Schwarzenberg)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이 성문이 현재의 모습을 하게 된 건 1748년이고, 빨간 격자문을 가지게 된 건 19세기 초다. 그리고 격자문의 빨간색 때문에 일반적으로 빨간 성문으로 불린다.

성을 나온 우리는 라트란(Latrán) 거리를 따라 펼쳐진 신시가지를 살펴본다. 빨간 성문 맞은편에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문 위로 문장이 두 개 그려져 있다. 이들은 로젠베르크 가문과 슈바르첸베르크 가문의 것으로 보인다.

수도원의 남쪽 블타바강변에는 맥주제조공장 에겐베르크(Eggenberg)가 있다. 그것은 과거 수도원이 맥주공장을 운영해 수입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곳 라트란 거리에는 3층으로 된 바로크, 로코식 건물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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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타바강 위의 성채 ⓒ 이상기


이들 건물은 대부분 상가로,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 공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이 입구를 꽃으로 치장한 로제타(Roseta)라는 가게다. 체스키 크룸로프는 상가도 이처럼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이 길을 따라 블타바강쪽으로 가면 자연스럽게 검은 색 목조다리를 만난다. 이 다리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연결한다. 이 다리에도 유명한 네모묵 성인이 종려나무와 십자고상을 들고 서 있다.

다리에서는 블타바강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강이라기보다는 하천에 가깝다. 카약을 타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이 보인다. 물은 낚시꾼의 무릎 정도까지 밖에 올라오지 않는다. 여기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구경하고 나온 성의 남쪽벽을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다.

여기서 보니 성채가 대단히 웅장하고 높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블타바강이 성의 자연 해자가 되고, 강 위로 절벽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채와 신시가지를 다시 한 번 올려다보고 구시가지로 넘어간다.
#체스키 크룸로프 #망토 다리 #성(채) #신시가지 #블타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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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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