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교육포럼, 교육 본질 이해에 좋은 기회"

서울신은초 '혁신신은교육포럼' 운영으로 교육문제 의견 나눠

등록 2015.12.26 12:49수정 2015.12.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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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에서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는 유진영 교사 학운위의 교원위원이기도 한 유교사는 "신은교육포럼이 덴마크의 자유학교와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서로 공부하는 시간이 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 김광철


다음은 서울의 혁신학교인 신은초등학교에서 2014년 10월 17일에 열렸던 '혁신신은교육포럼'의  내용을 정리한 것 중 일부이다. 송정희 교사의 '한국 혁신학교 운동의 방향'에 대한 발제를 듣고, 그에 대한 질의와 답변, 토의, 토론 등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발제문의 일부]
"공교육에서 혁신학교의 시작-진보교육감 중심-역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일본의 역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나카소네와 고이즈미 정부 때 영국 대처의 신자유주의 체제(WTO, 다국적 기업)로 진입하면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공교육의 국가 책임을 축소하였다. 개인에게 넘기는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가속화되었고 부모 재력은 큰 비중으로 부와 권력이 대물림 된 일본 교육은 무한 경쟁과 수월성교육으로 심화되었다. 이는 사회 문제와 교육의 문제가 되었고 사또마나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교육 운동이 시작되었다. 교육의 공공성 확보와 배움 공동체로 방향 전환을 하였고 한 아이도 버리지 않는 철학을 견지하게 되었다. 교사가 주체인 일방적 교육이 아닌, 학생을 주체로 세운 교육을 지향하고 협동학습이나 모둠원이 직접 참여하며 교사는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이에 발맞춰 학교예산과 조직은 교육의 보조로써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

(중략) 서울의 경우 경기도 혁신학교을 벤치마킹하여 외형적인 틀(블록수업, 다모임, 문예체 교육과정 등)과 내부적인 철학을 발전시켜나가는 중이다. 교육의 2가지 목적은 '개인의 잠재능력을 끌어내 발전'시키고,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다. 앞으로의 혁신 교육의 방향은 '지속가능한 미래교육'으로 그에 맞는 교육과정과 내용, 가치를 가져와 구체화해야 한다."

이와 같이 교사나 학부모들 중에 관심있는 분야에 대하여 한두 사람이 발제를 하면 그 내용을 듣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토론 또는 토의가 이루어진다.

- '혁신초와 경쟁중심중학교 사이에서 괴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라는 질의에 대하여 "초등에서는 행복하게 보내야 한다. 경쟁은 최대한 늦출 필요가 있다. 초등에서 내공 키우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난 후 경쟁 사회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지역적 연대가 필요하다. 혁신초와 혁신중, 혁신고로 연계하고 지역과 연결된 혁신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
- 혁신학교 학부모로서 본인이 많이 변했다. 학생과 교사만의 리그가 아닌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우리 학교가 된 듯한 이 상황이 바로 혁신이다.
-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건강하지 않은 경쟁이 문제이다. 서열과 아이들 비교가 우선이되는 것은 사회를 보는 눈과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에 큰 왜곡을 형성한다. 여기의 혁신은성적이 드러나지 않고 상장이 없는 것도 그 하나이다.
- 학습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가고 있는 아이는 강남 아이보다 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당장 눈에 안보일 뿐 혁신학교처럼 깊고 넓은 공부하는 학교는 없다.
- 타인에 의해 받아들여야 할 경우 수동적인 존재가 된다.
- 이전 학교에서는 주어진 틀에서 학부모가 동원되는 구조이다. 신은학교에서는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를 생각하면서 주체적인 학부모가 되는 것 같다. 학교가 지향하는 변화를 같이하고 싶다.

격주로 교육 문제 이야기 나누는 시간

이 학교에서 열리는 포럼 창립 취지문에 보면,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았다. 그렇지만 실제적으로 참여하는 구성원들은 교사 5~7명과 학부모 15~20명인데, 보통은 10~15명 정도가 모여 이루어진다.

교사들은 학교운영위원이거나 보직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 주로 참여하고, 학부모는 각종 학부모동아리 임원들이거나 학교운영위원, 학부모회 임원 등이 주로 모인다. 따로 출석을 체크하거나 모이라고 독려하진 않는다.


포럼에서 나눌 이야기 주제는 한 학기분씩 미리 짜 놓았지만 현안이 생길 때는 그 현안을 주제로 삼기도 한다. 그래서 매번 열리는 포럼을 마치는 시간이 되면 다음번 포럼의 주제와 발제자 등을 정하고, 미리 발제문을 카페나 밴드 등에 올려 공유를 한다고 한다.

포럼의 주제들도 굉장히 다양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한국 혁신학교 운동의 방향과 역할, 그리고 개선할 점은 무엇인가? ▲ 혁신 신은초의 교육의 방향과 철학은 제대로 정립이 되어 운영이 되고 있는가? ▲ 어린이 자치의 현 상황과 성과, 한계, 오류, 개선방향은 무엇인가? ▲ 혁신 신은초의 '혁신 한마당' 행사의 지향점은 무엇이며, 문제점은 없는가? ▲ 신은초 혁신 예산의 배분과 용처, 운영방식의 문제점은 없는가? ▲ 조희연 시대 서울교육의 서울 교육의 방향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 신은초의 학교급식은 잘 운영되고 있으며, 문제점은 없는가? ▲ 신은초의 영어교육의 방향과 문제점은 없는가? ▲ 신은초의 평가 방식과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등

'혁신신은교육포럼'을 이끌고 있으면서 학교운영위원회의 교원위원이기도 한 송정희 교사는 말한다.

"신은교육포럼은 혁신학교로서 신은초의 교육 정책, 예산, 행정, 교육과정 운영 등에 있어서 올바른 방향을 정립하고, 학부모들과의 격의없는 대화를 통하여 그들의 고민하고 있는 점이 무엇이며,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머리를 맞댈 수 있어서 교육의 3주체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매우 바람직하다. 여기에서 나눈 대화와 정보들은 학운위라든가 교사모임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보다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참여가 아쉽고,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도 참여했으면 좋겠지만 그 분들은 공식적인 모임이 아니어서 참여가 꺼려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덴마크 자유학교처럼 운영하는 '혁신신은교육포럼'

다음은 '혁신신은교육포럼'이 있을 때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 학교 이문희 학부모회장을 만나서 나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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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희 서울신은초 학부모회장 가운데 파란 옷을 입고 앉아 있는 사람, "혁신신은교육포럼에서는 교육과 관련하여 어떤 문제나 가감없이 이야기나룰 수 있어 좋다."고 한다. ⓒ 김광철


- 신은교육포럼은 언제부터 시작하였으며 한 번 모이면 얼마 정도 인원이 모이는가?
"2014년 9월부터 시작하였다. 보통은 10~15명 정도 모인다. 보다 많은 학부모들이 모였으면 하지만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있고, 이런 모임에 나오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있어 생각보다는 적은 인원들이 모인다."

- '신은교육포럼'에 대하여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부모로서 다양한 형태의 학교 모임에 참여해 보았지만 포럼만큼 좋은 경험은 없었다. 이곳에서는 교육과 관련하여 어떤 문제나 현안에 대하여서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가감없이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많은 교육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할 말을 다 할 수 있다.

그뿐만아니라 이곳에는 학교운영위원들이나 중견교사, 학부모회 임원 등이 모이기 때문에 혁신학교의 방향을 세워나가는데 더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다른 혁신학교나 일반학교 학부모들에게 하면 다들 부러워한다. 아마 서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학교 중에서는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교사, 학부모가 만나는 학술적 성격의 모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다른 학교 상황은 어떠한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가?
"서울지역의 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를 통하여 다른 학교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지난 11월 달에 있었던 강서교육청 관내 '혁신학교 한마당' 행사 같은 곳에 참석해서 우리학교의 사례를 이야기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지기들은 상상을 못하는 일이라고 한다. 특히 신은포럼에서는 수위 조절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말과 소재도 다양하다는 말에 다들 부러워 한다."

- '혁신신은교육포럼'의 문제점은 없는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가?
"포럼에 모이는 선생님들이 많지 않다. 보다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고, 학교 일에 나서지 않은 일반 학부모들도 많이 나와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격주로 만났는데, 2년 가까이 되니까 내년부터는 월 1회 만나기로 하였다. 개인적으로 더 자주 만났으면 좋겠지만 서로들 바빠서 그런 것 같다.

문제는 현재 포럼을 이끄는 선생님들이 내년이면 이 학교를 떠난다. 그 분들이 떠나면 포럼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앞으로 힉교 일에 앞장서는 팀장 선생님들을 설득해서 더 많은 분들이 오시도록 해서 잘 유지되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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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마지막으로 열고 있는 포럼 다과를 하면서 지금까지 포럼의 운영 방향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의 방향과 모이는 시기 등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김광철


혁신신은교육포럼에서 주로 서기 역할을 맡고 있는 유진영교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은교육포럼이 학부모들한테는 교육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일 것이다. 덴마크의 자유학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성격의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혁신학교들이 벤치마킹을 해서 이런 모임들이 확산된다면 혁신학교의 성공을 위하여 대단히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한다."
#혁신학교 #교육포럼 #신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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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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