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 청년 문제? 정치인 중 안철수 제일 싫다"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에 기고한 노치원씨 인터뷰

등록 2015.12.31 10:25수정 2015.12.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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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편집증을 앓고 있다. 헬조선, 죽창, 금수저, 갑작스레 등장한 과격하고 젊은 인터넷 신조어들이 한몫했다. 청년층이 힘들다는 확실한 증거로 신조어들을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몇몇 보수 인사들은 못사는 북녘을 보라며 이곳은 헬(Hell)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단순 불만 표출에 불과하다고 젊은이들의 탈정치성을 비판하는 지식인들도 있다. 각양각색이다. 자기만의 인과관계를 설정해 특정한 현상을 바라보는 증상, 우리는 이를 편집증이라 부른다." (노치원, <중앙문화> 69호  "헬조선이 그렇게 궁금하세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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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교지 <중앙문화>는(편집장 안태진) 대학·청년 이슈 만큼은 웬만한 시사전문지보다 내용이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다. 노씨는 이번 69호에 "청년세대론에 대한 비판"이라는 부제의 글을 실었다. ⓒ 하지율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 객원편집위원 노치원(신문방송 4)씨는 12월 <중앙문화> 69호에 "'헬조선'이 그렇게 궁금하세요?"라는 글을 썼다. 언론에 '헬조선' 코드가 소개된 뒤, 한국 사회의 담론 주도권을 쥔 기성세대가 청년의 '탈 정치성'을 시사하는('20대 개새끼론'의 완곡한 반복) 오피니언을 꾸준히 기고한 데 대한 대꾸였다. 노씨는 오히려 기성세대가 탈 정치적일 수 있다고 다르게 풀이한다.

정치란 상호의사소통이 기본인데, "386세대(1960년대 출생·1980년대 대학생활·1990년대 30대)의 시간에 달력"이 멈춘 채 "청년과 상관없이 홀로 헬조선을 중얼"거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노씨는 청년과 기성세대가 연대해야 할 현실적 문제로 '계급 불평등'과 '노동유연화'에 주목한다. 노씨의 허락을 얻어, 그의 글을 다듬어 소개하고 미니 인터뷰를 덧붙인다(관련 기사 : "'헬조선'이 그렇게 궁금하세요?").

[노씨의 견해 요약] "어른들도 결국 헬조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데 헬조선이 웬 말이냐"(보수 - 경제적 '노력')
"헬조선 타령만 하지말고 정치적으로 각성하라"(진보 - 정치적 '노력')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은, 386세대의 문법에 '어긋나는' 이들이다. 386세대의 문법이란, '여전히 개인의 주체적 노력으로 경제적·정치적 성취가 가능하다'는 욕망이다(노력→성취).

386세대는 1980년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경험했겠지만, 1997년 이후 상황이 많이 변한 걸 이제는 직시하자. 신자유주의의 부상으로, 민영화·노동유연화·금융 탈규제가 이어졌다. 그 결과, 이제 한국의 지상 과제는 '생존'이다. 1987년도 청년의 모습이 어쨌든, 과거의 환상을 먹고사니즘에 시달리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대입해서는 안 된다.

"참을 수 없는 정치의 가벼움."

각종 언론과 거대 양당이 헬조선 담론을 근거로, '고작' 청년 고용을 문제삼는다. 청년 실업은 물론 심각하지만, '청년 실업-헬조선' 프레임은 학벌사회 외부 청년들을 '청년'에서 배제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벌사회 외부 청년들의(전문대졸 혹은 고졸) 실업률은 내부 청년들(4년제 대졸)보다 낮다. 외부 청년들은 저질 일자리와 고용불안정 같은 '노동유연화'가 더 큰 문제다(관련 기사: 편의점의 '대학생' 알바, 뭐가 잘못됐을까).

노동유연화는 학벌사회 내부 청년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공유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이다. 어른들도 자신의 처지를 점검해보면 다르지 않을 거다. 그런데 왜 여기서 출발하지 않고, 부분적인 청년 실업에 집착할까. 바로 부모 세대의 욕망, '학벌사회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노력 →성취) 환상 때문이다. 또 동어반복이다.

자식들이 이 욕망을 착실히 대리 수행하려면, '계급'이라는 본질은 애써 감춰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환상이 청년을 배반했으니, '노력'은 이제 '노오오오오오(n)력'이 되고 수저계급론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러자 진보는 청년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며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보수는 영악하게 노동자 계층을 분열시킨다. '임금피크제'를 보자.

이건 '정규직 기득권이 청년 세대에게 양보를 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여기서 분배 문제는 '1% vs. 99%'가 아닌, '어른 vs. 청년(그것도 학벌사회 내부'의 청년만)' 프레임으로 교묘히 뒤틀린다. 헬조선 담론은 청년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멸감이 인터넷 문화로 표출된 거다.

기성세대의 청년 오리엔탈리즘, '젊은 세대는 무언가 우리와 다를 것이다'라는 기대와 절박함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청년들의 언어를 정치적으로 번역하는 과정이 너무 나태하고, 가볍고, 식상하지 않나.

청년 문화와 정치적 상황을 결부하려면, 후자부터 철저히 고민하자. 'G20 세대', '88만원 세대', 'N포 세대', '20대 개새끼론' 등. 식상한 청년세대론을 답습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헬조선을 말하지 못 하게 된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어른들도 헬조선 용어가 그리 신기하지 않을 거다. 청년과 어른의 '헬조선'은 다르지 않다.

[노치원씨 미니 인터뷰] "안철수는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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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 전경. ⓒ 하지율


- 세대론보다는 계급론에 무게가 실렸다. 헬조선 담론의 흐름을 좀 바꾸고 싶었나?
"담론의 흐름까지 바꾸고 싶었느냐고? '그렇다'고 하긴 힘들다. 제 글은 헬조선 자체를 분석한 글은 아니며, 분석 작업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헬조선을 다루는 다수의 글이 기존 청년세대론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청년들의 언어를 정치적으로 번역하는 과정마다 식상한 세대론이 등장한다면, 정치적으로도 무력하고 청년 집단을 해석하는 데도 무용하다는 비판이 핵심이다."

- 어른들이 자신과 닮은 자식들에게 자꾸 과거를 핀트에 안 맞게 대입하려는 건, 어른들도 생존불안을 더 많이 느끼는 상황이라는 징후가 아닐까(사회심리학의 '공포관리이론'(TMT) 적용: '나는 죽어도 내 '좋았던 시절'은 영원해야 한다').
"동의한다. 또한 다함께 느끼는 생존불안이야말로 연대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건 부모·자식의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청년 내부에서도 자신의 성공을 잣대로 자기계발적 노오오오력을 강요하는 청년이 있지 않나. 이 역시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 '안철수'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도 꾸준히 386 정치인들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제 글이 '386 정치인' 자체를 비판하는 글은 아니다. 다만 기존의 청년세대론을 구성하는데 386세대의 역사적 경험이 반영됐다. 이렇게 구성된 청년상이야말로 탈 정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는 제일 싫어하는 정치인이다. 그야말로 가장 탈 정치적인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개발독재와 운동권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중립만 강조할 뿐이다.

기계적 중립 속에서 그가 제시한 방향이나 보여준 실적이 도대체 뭔가.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개발독재와 운동권 세력이 기계적 중립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제 글은 탈 정치적인 것들에 대한 비판이지, 특정 세력에 대한 비판도 기계적 중립에 대한 옹호도 아니다."

- 마지막으로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 글이 '이게 다 386 탓이다!'로 읽히지 않았으면 한다. 일부 보수 미디어에서 '386 개새끼론'을 조장한다. '20대 개새끼론'만큼 '386 개새끼론' 역시 정치적으로 무력하고 공허하다. 어른들에게 청년세대론의 책임을 물으려는 게 아니다. 제 주장은 단순하다. 어른들도 청년들도 모두가 힘들다는 현실. 여기서 연대가 탄생하고 정치가 가능하다고 본다.

랑시에르라는 철학자는 '탈 정체화의 정치'를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노동자의 지적해방은 노동자들에게 고급 지식을 교육함으로써 이뤄지는 게 아니라, 노동자의 지적 능력이 지식인의 지적 능력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를 헬조선 담론에 적용하면 내 글의 결론이 된다. 어른들의 헬조선이나 청년들의 헬조선이나 다르지 않다. 헬조선이 청년만의 신기한 현상이 아니라고, 어른들께 말하고 싶다."
#헬조선 #노동유연화 #87년 체제 #중앙문화 #386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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