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집이 서글픈 세입자, 이거 한번 봐봐

[서평] 떠돌이 세입자들을 위한 안내서 <내가 살집은 어디에 있을까?>

등록 2015.12.30 12:25수정 2015.12.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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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집은 어디에 있을까?> 책표지. ⓒ 후마니타스

2011년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최저 주거 기준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최소 주거 면적은 14제곱미터, 약 4.2평. 여기에 분리된 부엌과 화장실, 적절한 방음과 환기, 채광, 난방 시설을 갖춰야' 한다. 1인 가구 조건이라 하나 세간 살이 하나 번듯하게 놓을 수 없는 그런 면적이다.

그런데 2014년 현재 이와 같은 최저 주거 기준에조차 미달하는 공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98만 가구. 그중 고시원이나 쪽방, 비닐하우스 등과 같은 비주택에 거주하는 이른바 '주거 난민'은 13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같은 주거 난민들에게 '전세를 전월세 또는 월세로 돌리는 추세라서, 그리고 전셋값이 올라 전세 아파트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거나, '어느 지역의 아파트 값이 올랐다', '미분양 아파트가 어느 정도나 된다'와 같은 주택 관련 소식들은 '비애'와 절망만 더할 뿐이다.

"정말 서러웠던 게 뭔지 아세요? 나름대로 죽어라 번 돈인데, 집 구할 때 보니 취급도 안 해주는 그런 돈인 거예요. 부동산 가서 500에 25짜리 방 있냐고 하면 '아가씨, 그런 방이 어딨냐, 나가라' 그러는 거죠. 조르고 졸라 가보면 말도 안 되는 방이고요. 화장실과 샤워실 모두 밖에 있는 집도 있었어요. 아, 500을 모았는데도 갈 곳이 없구나 했죠."(규원)

"처음엔 200에 30짜리 방을 구했어요. 그 돈으로는 지상층을 보기 어려웠죠. 반지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보다 더 이상한 데도 많더라고요. 나중에 살던 집은 곰팡이가 벽을 덮어서 그걸 닦느라고 벽지를 뜯었다가 스티로폼에 벽재를 바른 가벽을 발견했어요. 원룸을 불법 개조한 집이었던 거죠. 왜 그렇게 방음이 나빴는지 그제야 이해가 됐어요." (신치)
- <내가 살집은 어디에 있을까?>에서.

이들 사례에서처럼 국토해양부 고시 조건인 '분리된 부엌과 화장실, 적절한 방음과 환기, 채광, 난방 시설을 갖춰야'에 미달되거나, 흉내만 낸 경우도 많다. 게다가 적은 돈으로 갈 곳이 많지 않은 사정 때문에 집주인의 횡포도 참고 견뎌야 하는 세입자들도 많다고 한다.

한국여성민우회는 1987년에 탄생한 시민단체로 그동안 '호주제폐지 운동, 성폭력특별법 제정 활동, 출산휴가 90일 사회보험화 운동, 미인대회 지상파 방송 중계 폐지, '애 키우기 힘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전국 캠페인 등 성평등 사회를 위해 다양한 활동(출판사의 저자 프로필 중에서)을 해왔다.


<내가 살집은 어디에 있을까?>(후마니타스)는 한국여성민우회가 이처럼 최저주거조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집들을 전전하며 떠도는 세입자들을 위해 기획한 안내서이다.

2014년 세입자 주거권 확보를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제작된 "새록세록: 비싼 월세가 답답하고 고장 난 집이 서글픈 세입자들의 기록으로 만든 안내서"를 기반으로 기획했다. 이에 2011년 한국여성민우회에서 만들어진 반지하 세입자들의 모임 '반만 올라가면 일층'의 이야기와 2014년에 이루어진 여성 세입자들의 심층 인터뷰를 더했다.

'2015년 6월, 주거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비록 전세가 폭등과 급격한 전월세 전환의 난국 속에서 서민주거복지특위가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내놓은 졸속 법안이기는 하지만 이로써 우리는 법적으로 '주거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법률 체계도 엉망이고, 개별법과의 관계도 정립돼 있지 않다.

또 다수의 조문이 선언에 불과하거나 추상적이고,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이 불명확하며, 세입자 보호대책 역시 빠져있다. 표준 임대료 제도, 전월세 상환제, 계약 갱신청구권도입 같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공공 임대주택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떠돌이 세입자들의 목소리는 없다.

이 책에는 이런 부동산 정책의 변화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2년이 지나도 집주인 맘대로 집세를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줄 기관, 소송을 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을 위한 분쟁조정위원회, 세입자의 보증금을 좀 더 안전하게 보호해줄 제도, 그리고 공공 임대 주택에 대한 요구가 그것이다. 이 책을 계기로 이런 제도적 변화에 대한 사회적 고민도 더 깊어졌으면 한다.' - <내가 살집은 어디에 있을까?>에서.

우리의 주택(또는 부동산) 정책들은 그동안 대부분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는 중산층에 초점을 맞춰왔다. 위 사례자들처럼 아파트에 살지 않거나, 살 형편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택이나 옥탑방, 반지하, 다세대 주택 등의 협소한 방 한 칸의 현실이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적은 돈으로 원하는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집을 구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집을 구할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살면서 발생한 하자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하자 보수 책임을 회피하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액수의 전셋값이나 월세를 올리거나, 세입자가 집을 비운 사이 수시로 드나드는 등과 같은 횡포를 부리는 주인에게 어떻게 대처할까?

책은 죽어라 벌고,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아등바등 모았건만 부동산에서는 취급도 안 해주는 적은 돈을 들고 오늘도 옥탑방이냐? 반지하냐? 고민하며 떠도는 세입자들에게 셋방살이의 A부터 Z까지를 조언한다.

최대한 속지 않고 집을 구하는 노하우부터, 집주인과 발생한 이런 저런 분쟁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가 등, 어떤 집에서도 인간답게 살아남는 방법들을 말이다.

▲임대차 계약시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할 것들은? ▲월세조차 감당하기 힘든 만 35세 이하의 사회 초년생이나 취업 준비생은 '주거안정월세대출'도 이용해 볼 만 한다? 그렇다면 자격과 상환 방법은? ▲관공서 업무가 끝닌 시간에도 전입신고를 할 수 있다? ▲집주인은 집세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 재계약시에도 마찬가지다 ▲떠돌이 세입자들을 위한 '국민임대주택'과 '공공원룸주택', '전세임대주택', '장기안심주택' 신청자격과 상환은 각각 이렇다 등,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살려면 들여다봐야 하고, 따져 봐야하며, 알아야 하나 막상 어렵게 느껴지는 임대차 관련 다양한 정보들도 쉽게 설명했기 때문에 실용성이 높다.

떠돌이 세입자들이 모여 살거나 일정 자금을 출자해 마련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부천의 두더지하우스, 인천 검안의 우리 동네 사람들, 셰어 하우스 우주, 부산의 공동체 하우스 일오집, 대구의 내가 그린 우리 집' 등도 흥미롭다. 적은 것이 아쉬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은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에 의하면 한해 서울에서만 이삿짐을 싸는 사람들은 160만. 그중 대부분은 세입자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집주인과의 갈등이나, 집세인상, 집 자체의 하자 때문에 이삿짐을 싼다고 한다.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나길 바라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가진 돈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떠돌이 세입자들의 사례와 필요성 위주로 쓴 책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사단법인 한국여성민우회) | 후마니타스 | 2015-11-09 |13,000원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 떠돌이 세입자를 위한 안내서

사단법인 한국여성민우회 지음,
후마니타스, 2015


#세입자 #부동산(주택)정책 #한국여성민우회 #주거기본법 #주거안정월세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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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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