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양식 안 했는데 수십억 폐업보상금?

"대천수협 조합장, 임원도 보상금 수령"

등록 2015.12.29 22:29수정 2016.01.05 09:34
9
원고료로 응원
a

7,8호기가 건립되기 이전 보령화력 (2005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어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장 폐업보상금을 받았다. 이를 관리 감독할 대천서부수협 임원도 포함돼 있다. 사기다"

백현규씨(50). 그는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앞에서 약 30여 년 동안 김 양식을 해온 어민이다. 수년 전 사망한 그의 아버지도 평생 김 양식을 했다.

하지만 그는 보령화력 7, 8호기(2008년 5월 준공)로 인해 김 양식을 접었다. 화력발전소의 온배수로 김 엽체가 황백색으로 변색하는 병에 쉽게 걸려 김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피해가 심해 한 해 몇억 원의 빚을 진 때도 있었다. 와중에 대천서부수협 측은 발전소 측인 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주)(아래 보령화력)와 폐업보상 협상이 진전을 보이자 지난 2014년 겨울을 끝으로 더 이상 김 양식을 못 하게 막았다.

2008년 설립된 피해보상대책위원회는 올 상반기 발전소 측과 보상을 타결지었다. 어장 위치는 대천해수욕장 부근 '신흑동 지선' 부근 240ha다. 어장 폐업(제 162호 해조류양식)에 따른 보상금은 91억7846만 9000원. 보상 범위는 보령화력 7, 8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지난 2008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8년 3개월간이다.

보상대상과 금액은 보령화력 측의 의뢰로 올 1월 전남대 산학협력단 여수산학협력본부(아래 전남대)가 용역 조사한 연도별 김 생산량 제출자료를 근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1년까지 최근 3년 치를 기준으로 4320책(1책=2.2x40m)으로 산출됐다. 용역조사팀은 "현장답사와 청취, 설문조사와 여러 증빙 자료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대천서부수산업협동조합(아래 대천서부수협)은 용역 결과를 근거로 지난 6월 보령화력 측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아 지난 9월 피해 어민들에게 배분했다.

"폐업 보상금 받은 49명 중 45명이 가짜 어민"


a

폐업보상금 근거가 된 피해용역조사보고서(위)와 어업면허를 갖고 있는 어민들의 3년 간 김 생산량(아래) ⓒ 심규상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모두 49명이다. 하지만 백씨는 "보상 기간 동안 나를 포함, 5명만이 실제 어업을 했고 나머지는 44명은 김 양식을 하지 않은 가짜 김 양식 어민"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김 생산량도 4320책이 아닌 실제 어업을 한 5명이 생산한 2355책이다.

생산량 또한 실제보다 1965책(45.4%)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즉 보상금 91억여 원을 놓고 49명이 어업권 계약서에 기재된 김 양식 책수(1책=2.2x40m)만큼 보상금을 배분했다. 전남대 측의 용역조사 결과 또한 부정확하고 허술한 자료와 조사를 근거로 했다는 것이다. 백씨는 이런 이유로 유일하게 폐업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우선 대천서부수협의 의도적인 엉터리 행위를 꼬집었다.

그는 "대천서부수협이 매년 어업권 행사계약서(아래 어업권 계약서)를 쓸 때 실제 어업 행위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을 구분해야 하는데도 어업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허위로 어업행사 연장계약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어업 행위를 하지 않은 대다수가 부당하게 폐업보상금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대천서부수협 측이 김 양식을 하지 않은 사람임을 알면서도 어업권 계약을 체결했다는 얘기다.

'어업권 계약서'는 어업 행위를 하고 있다는 증명서다. 관련 규정에는 '어업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과는 어업권행사계약을 해지'하도록 하고 있다. 어업권 계약서 4조에는 '타인에게 전대할 수 없다'고 돼 있고, 8조에는 '생산량은 대천서부수협이 지정하는 장소에 위탁 판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천 서부수협, 가짜 어업권 계약서 발급했다"

a

대천서부수협은 어업권행사계약서를 체결하면서 어업행위를 하지 않는 어민과 계약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 심규상


백씨는 "보상을 받은 사람 중에는 어업권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주고 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상을 받기 위해 어업권을 서로 사고팔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대천서부수협 A 조합장을 비롯해 임원 다수가 돈을 주고 산 어업권으로 폐업보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폐업보상금 지급의 기준이 된 대천서부수협이 작성한 입어자(김 양식) 명단에는 A 조합장의 이름이 들어 있다. 임원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올라 있다.

백씨는 "대천서부수협 A조합장을 비롯해 임원도 폐업보상금을 수령했다"며 "하지만 이들은 김 양식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김 양식 어장을 찍은 항공사진을 분석하면 실제 김 양식을 했는지 아닌지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 양식을 한 사람들만 자재를 갖고 있어 자재감정 보고서와 김 공장과의 거래명세, 김 생산과 관련된 입출금 내역을 조사하면 김 양식을 한 진짜 어민과 가짜 어민을 가려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령화력에 대해서도 "이 같은 내용을 잘 알면서도 서류상의 김 양식 어민들에게 폐업보상금 지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씨는 폐업보상금을 부정으로 수급하거나 부정으로 받도록 도운 혐의로 대천서부수협 조합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보령경찰서에 사실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백씨는 관할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 대천수협을 상대로 보상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김 양식을 한 어민들과 서류상 가짜 김양 식 어민과는 보상액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게 소송의 요지다.

대천서부수협 관계자, 'A조합장 보상금 받았나?' "대답하기 곤란하다"

a

쌓여 있는 자재는 백현규씨가 김 양식을 해왔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백씨는 자재감정 보고서와 김 공장과의 거래명세, 김 생산과 관련된 입출금 내역, 항공사진 중 한 가지만으로도 김 양식을 한 진짜 어민과 가짜 어민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심규상


<오마이뉴스>는 대천서부수협 A 조합장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일 동안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대천서부수협에서 보상 업무를 담당한 관계자는 "조합장께서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주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민들이 '어업권 계약'을 하자고 하면 어업 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고 계약했다"며 "실제 어업 행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 조합장이 실제 김 양식을 했는지와 보상금 수령 여부에 대해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꺼렸다.

폐업보상금을 받은 한 조합원은 "어업을 하지 않은 많은 사람이 보상금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김 양식 어업권 계약서는 일종의 아파트 딱지와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양식은 최소 200~300책 규모가 돼야 사업성이 있다"며 "때문에 오래전부터 수십 책씩 소규모로 김 양식을 하던 어민들로부터 어업권을 권리금 형태로 사들인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만큼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위 아파트 입주권으로 불리는 '딱지'처럼 웃돈을 붙여 관행적으로 거래를 해왔다는 것이다.

a

백현규씨가 김 양식을 위해 사용한 배. 백씨는 자재감정 보고서와 김 공장과의 거래명세, 김 생산과 관련된 입출금 내역, 항공사진 중 한 가지만으로도 김 양식을 한 진짜 어민과 가짜 어민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심규상

"아파트 딱지'처럼 웃돈 붙여 관행적으로 거래"

보령화력 관계자는 "피해영향조사 용역 결과에 따라 지난 6월 어업면허권자인 대천서부수협 계좌에 전체 보상금액을 입금했다"며 "분배는 대천서부수협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령화력발전본부는 분배 과정에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령경찰서는 보상금을 받은 어민과 대천서부수협 관계자, 보령화력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보령경찰서 관계자는 "위법성 여부에 대해 조사 중으로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조사할 내용이 많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한 백씨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쌀 직불금을 받아 챙긴 가짜 농사꾼과 무엇이 다르냐"며 "가짜 김 양식 어민들이 '관행'을 내세워 거액을 챙기고도 아무런 죄의식도 없고 오히려 진짜 어민들을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한테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다"며 "규정대로 실제 김 양식을 한 어민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회수해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령화력 #중부발전 #가짜 어민 #대천서부수협 #폐업보상금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