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불끈 위안부 할머니 "88세, 활동하기 좋은 나이"

1211차 위안부 정기 수요시위에 1000여 명 참석, 위안부 투쟁 다시 시작

등록 2015.12.30 16:56수정 2015.12.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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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회 및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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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회 및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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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외치는 할머니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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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닦는 여학생. ⓒ 이희훈




1992년 1월 8일 첫 시위 뒤 매주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30일 1211차 시위에서 '다시 시작'을 다짐했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진정한 사과 없는 한일합의는 무효이고, 다시 끈질긴 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정오께 시작된 수요시위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했고 시민 100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할머니들과 함께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했지만, 시위를 끝내면서는 "끝까지 할머니들과 함께 하겠다"며 굳은 다짐을 가슴에 품었다. 

이날 시위 도중 마이크를 잡은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아직 힘이 있습니다. 끝까지, 끝까지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받아내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여태까지 아베(일본 총리)가 하는 일을 보면 정신이 없는 놈이지요? 그냥 입에서 거짓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우리가 이걸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라면서 "우리 정부는 그걸 또 도와주고 있어요.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입니다"라고 성토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부가 피해자들과는 별다른 협의 없이 일본과 협상을 매듭지은 데에 분노했다. 하루 전 합의 내용 설명을 위해 나눔의 집을 방문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연휴 기간 (협상) 진전이 급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알리지 못했다"고 얼버무린 데 대해 이 할머니는 "아무리 공휴일이라도 일본이 이렇게 얘길하고 있다고 전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정부가) 이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타결이 됐다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맘대로 입을 벌리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우리는 조선의 딸로서 힘 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산 죄밖에 없다. 우리를 위안부로 만든 일본은 그 죄를 모르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데 저 일본을 그대로 둬도 되느냐", "(정부는 우리에게) 공휴일이라서 얘길 못했다고 한다.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는 대목에선 이용수 할머니도 울고 집회 참가자 상당수도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이용수 할머니는 "여러분이 힘을 주셔서 저도 끝까지 싸울 수 있습니다"라고 했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하늘에 가신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줘야 합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받아내겠다"고 했고 참석자들도 큰 소리로 "맞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용수 할머니는 "여러분이 힘을 주시면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죄를 받고 법적인 배상을 받아내도록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우리 후손이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그렇게 해야합니다"라며 "내 나이는 88세, 젋습니다.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말했다. 우레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이날 수요시위는 올해 별세한 황선순·이효순·김외한·김달선·김연희·최금선·박유년·최갑순·박OO 등 9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추모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추위도 아랑곳 않고 9명 할머니들에 대한 헌화를 진행했다.


여행 일정 변경해 참석한 가족 "아이들 자라면 슬픈 역사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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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회 및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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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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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사관을 향한 외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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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머니들을 위해 헌화하는 시민들. ⓒ 이희훈


이날 일본어로 "우리의 수요일을 기억하라"고 쓴 팻말을 들고 나온 구리여고 윤민영, 장수진 학생은 "일본이 진정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이 수요집회는 언제까지고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제 고3이 돼서 매주 수요시위에 나오지는 못하지만 저희가 계속 뒤에 있을테니 할머니들이 계속 건강하시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강동찬씨는 경기도 양주에서 이날 일본대사관 앞까지 왔다. 강씨는 "(지난 8월) 수요시위에 나왔다가 분신하신 분이 있어 그 충격으로 못 나오고 있었는데 한일합의를 보고는 다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보도가 나왔을 땐 일본이 뭔가 제대로 사과를 한 줄 알았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불가역적 합의' 같은 말을 넣어서 이제 위안부 문제는 끝난 걸로 만들어 놨어라"며 "졸속 협상이 아니면 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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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회 및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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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을 지켜라'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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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은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가족 여행 중에 수요시위에 참여한 일가족도 있었다. 경북 포항에 사는 8세·6세 어린이 현수·민서와 부모는 독립기념관-국립중앙박물관 등을 돌아보는 여행 중에 일정을 바꿔 일본대사관 앞으로 왔다.

현수 엄마는 "여기 가만히 참석하기만 하는데도 눈물이 난다"며 "아이들이 지금은 이 집회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나중에 자라서 이런 집회에 왔었다는 것만 기억하게 돼도, 우리 역사에 이같은 슬픈 역사가 있었다는 걸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현수 아빠는 "정말 이렇게 졸속으로 합의를 할줄은 전혀 생각을 못했다"며 "서울까지 왔는데 이 수요시위에 오지 않고 그냥 가기엔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온 모자 참석자도 눈에 띄었다. 아들의 흔쾌한 동의로 이 자리에 같이 왔다는 고3 엄마는 "이번 한일합의를 보고는 너무 속상해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우리들이 할머니들을 잊어버리지 않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고3 아들은 "대학엘 가면 '평화나비' 같은 활동을 하는 동아리에라도 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수요시위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만 한정하지 않고 위안부 소녀상 평화비가 있는 전국 각지를 순회하면서 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위안부 #한일합의 #수요시위 #수요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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