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스토어에서 구경을 하자면 하루종일도 할 수 있을 만큼 품목이 다양하다
이애경
우린 흩어져서 각자 쇼핑을 하고, 근처 카페에서 일정 시간이 되면 만나기로 했다. 오랜 쇼핑 시간으로 지친 K언니와 나는 카페에 앉아 나머지 언니들을 기다렸다. 모두 한자리에 모이자 어떤 것을 샀는지 이야기를 나왔다.
남편이 트레일 관련 일을 해서 발이 피로할 때가 많다고 발 순환에 좋은 패치를 사온 언니부터, 가족들과 나눠 먹을 생초콜릿을 한 보따리 사온 언니, 평소에 딸아이가 좋아하던 캐릭터 인형을 사온 언니까지….
내가 쓸 것,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고르기에 여념이 없는 나와는 다르게 언니들은 가족들에게 줄 것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
"왜 자기들 것은 안 사?" K언니가 한마디 했다. 언니들은 별로 갖고 싶은 것이 없다고 했다. 같이 나누어 먹을 것을 샀으니 괜찮다고. '자기를 위한 선물, 한 가지씩이라도 사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멀리 여행까지 왔는데 가족들 생각만 하는 언니들을 보자니 안쓰럽기도 했다.
언니들은 여행 내내 혼자만 여행 와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음번엔 가족들과 같이 오고 싶다고. 이번 오키나와 여행이 언니들에게는 처음으로 오직 자기만을 위한 여행이라는 것, 그래서 더 특별하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이 수고한 '엄마', '아내' 그리고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데, 당당하게 선물을 받지 못하는 언니들을 보자니 속상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여기 오키나와에서 우린 즐겁게 밤을 보내고 있다. 가족을 두고 혼자만 가는 것은 미안하다고 여행에 같이 못 간 언니들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염려들을 놓고 우린 떠났다. 그런 점들을 생각하면 여기 오키나와에 있는 이 언니들, 참 많은 용기를 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며 나는 언니들에게 말하고 싶다.
"언니들, 떠나온 것에 가족들에게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리고 우리 당당하게 이 선물을 누려요. 그것이 지금의 여행이든, 현재의 삶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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