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틔는 동네책방, '숨'에 가다

전남 광주 북카페 숨, 책방으로 새단장... "지역 문화 살리는데 도움 되고파"

등록 2016.01.06 17:45수정 2016.01.0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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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숨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나를 반긴다. 그 모습은 웅장하고도 아름다웠다. ⓒ 최예린


1월 5일. 복잡한 아파트 사이를 벗어나자 조용한 주택가들이 보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그 멜로디는 나를 동네책방 '숨'으로 안내했다. '딸랑' 문이 열리고 이윽고 들려오는 말.

"어떻게 오셨어요?"


'어서 오세요' 혹은 '안녕하세요'의 인사말은 들어봤어도 '어떻게 오셨어요'라니!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다. 여느 책방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물론 좋은 의미에서). 부부에게 예상치 못한 젊은 손님은 반가우면서도 신기했나보다.

전남 광주 수완지구에 북 카페로 자리 잡은 '숨'이 지난해 12월 11일 책방으로 다시 태어났다. 안석, 이진숙 부부는 그들이 가진 공간을 마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도서관과 북 카페를 함께 운영했다. 북 카페로 들어온 수익금을 도서관에 보태는 식이었다.

그러기를 5년, 동네 책방이 문화를 만들고 자발적인 문화 활동을 이끌어내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찌 보면 무모한 일이지만 북 카페를 하며 만난 지역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용기를 얻었다. 이것은 동네책방의 시작에 불과했다.

함께하기에 더 의미 있는 동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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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이진숙 부부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 최예린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만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게 많아요.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셨어요. 동네 책방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이 공동으로 문화를 바꿔나가는데 참여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계기로서 서점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책방이었기에 시작부터 큰 의미가 있었다. 남다른 애착을 가진 마을사람들도 책방에 여러 도움을 주곤 한다. 그래서인지 동네책방이 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숨'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리라. 그들이 있어 동네 책방이 단지 서점이 아닌 함께 나아가는 것의 의미를 품게 되었다. 책이 매개가 된다는 것, 이로써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부부에게 크나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숨'만의 차별화된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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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코너 한쪽에 마련된 세월호 코너. 누구나 리본을 가져갈 수 있다. ⓒ 최예린


책방을 둘러보던 중 독특한 책 카테고리가 눈에 띄었다. '광주·전라 문화'. 책방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책 목록 중 하나다. 광주, 전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이 목록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역문화를 살리는데 지역출판사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동네 책방으로서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곳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의 색을 찾고,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말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있어서 유명한 것들만 쫓아가는 경향이 있어요. 지역 작가들, 공연자들의 공연은 저가가 아니면 참여하지 않아요.

문화는 소비하면서 생산해내는 역할을 해야 되는데 소비만 할 뿐 만들어내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문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그쳐요. 문화는 참여하면서 만들어 가야되는데 말이에요. 사람들에게 서점에서 책을 소비하는 것도 자발적인 문화 활동이라는 의미를 주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동네책방 숨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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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진열된 책 한 눈에 보이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반가웠습니다. ⓒ 최예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책 리스트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 받고 의미 있고 귀중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인정받는 수준의 서점이 되면 좋겠어요."

동네책방 숨의 목표는 이러하다. 일 순위는 책방이 잘돼야 된다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동네에 의미 있는 책방이 생겼는데 누군들 안 좋아하겠는가! 신기한 건 아직 동네책방이 낯설만도 할 텐데 부부도, 손님도 그런 기색이 없다.

'숨' 단골주민 전명훈씨는 "전에는 차만 마시고 갔다. 지금은 책이 매개가 되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마을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숨에 오면 누구든 친구가 되는 것!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고 어른들의 영혼을 돌보는 우리 동네 큰 책방이 될 것이다. 부부와 대화를 나누어 보니 책방 이름을 '숨'으로 지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아, 살만하다! 몇 년 만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던가! 잊고 있던 진정한 삶의 가치를 다시금 끌어올려 주었다.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 위로 받는 기분. 자본에 치이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이 아닐까 싶다.
#동네책방 #숨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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