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나뒹구는 세계문화유산, 최선입니까

[주장] 수원화성 관리,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등록 2016.01.07 11:29수정 2016.01.07 11:2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수원화성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는 이렇다. 수원화성이 그 이전 시대에 조성된 우리나라 성곽과 구별되는 새로운 양식의 성곽이며, 기존 성곽의 문제점을 개선했고,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포루·공심돈 등 새로운 방어 시설을 도입하고 이를 우리의 군사적 환경과 지형에 맞게 설치했기 때문이다.


수원화성은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중국·일본·유럽의 성곽을 면밀히 연구하고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하고 독특한 성곽의 양식을 결정했고, 수원화성 축조에 사용된 새로운 장비와 재료의 발달은 동서양 과학기술의 교류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기도 하다.

여러 위험요소에 노출된 수원화성

a

수원화성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 한정규


수원화성은 전통적인 성곽 축조 기법을 전승하면서 군사·행정·상업적 기능을 담당하는 신도시의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18세기 조선 사회의 상업적 번영과 급속한 사회 변화, 기술 발달을 보여주는 새로운 양식의 성곽이다. 유네스코는 수원화성이 이러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으로 판단하고 인정해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것이라 기록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유산 관리자뿐 아니라 관련 공동체·지역 주민들은 세계유산 보호를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세계유산 보존 상태와 보호 활동에 관하여 정기적으로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또한 수원화성 전 영역과 팔달문·화서문 등은 문화재보호법에 의거 국가 지정 문화재로 보존 관리되고 있으며, 화성사업소가 현장에서 유산을 관리하며 유산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함께 3~4년 주기로 전문가의 정밀 모니터링이 실시되고 있다.


수원화성 보존에 있어 가장 큰 위협 요소 중 하나는 목조건축물에 대한 화재 위험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CCTV와 무인 경비 장치를 설치하고 상황실을 운영해 24시간 감시체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a

답사로 옆에 부서진 상이 널브러져 있다 ⓒ 한정규


수원화성을 답사하다 보면 이처럼 잘 관리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지난해 화서문 바깥쪽 화서문이란 현판 위의 지붕 기왓장 한 개가 없어져서 비가 오면 새지나 않을지 걱정이 됐고, 목조건축물은 비에 취약하기 때문에 신속히 보수를 해야 할 것 같아 관계기관에 비가 오기 전에 신속히 보수하라고 통보를 했는데, 계속 확인해 봤지만 3개월가량을 방치해놨다.


화서문 2층 누각의 협문과 문지방을 보수했는데 나무를 교체한지 얼마 안 되어 쩍 갈라졌다. 몇 개월 전에 보수공사 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보수를 하자마자 하자가 생긴 것이다. 보수공사를 시행하는 사람들도 문화재에 애정을 가져야겠지만, 제대로 보수가 이루어졌는지 관리 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얼마 전 국민적 관심 속에서 복원된 숭례문 현판이 복원된 지 얼마 안 돼 갈라졌던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문화재 관리의 난맥상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했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수원화성을 성 안쪽으로 답사하면서 성가퀴의 원총안과 근총안 속을 들여다보면 빈 병, 빈 깡통, 휴지, 떨어진 돌과 벽돌 조각 등 쓰레기로 막혀있는 곳이 많다. 각루, 포루, 문루 등에도 문이 닫혀있는 곳 안쪽을 살펴보면 어김없이 쓰레기가 보인다. 성 밖 잔디밭에도 쓰레기가 널려 있고, 개똥 천지다. 기본적으로 관광객들이나 답사객들의 문화재를 관람하는 수준 이하의 양식이 문제지만, 문화재 관리기관에서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야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다.

흉물스러워진 시설물, 이게 최선입니까

a

주막에 버려진 쓰레기 ⓒ 한정규


수원화성 서쪽 대문인 화서문 바로 안쪽 길가에는 주점이 하나 있다. 단출한 초가지붕에 마루도 있고, 평상과 원두막도 있어 꽤나 운치가 있었고, 답사객들이 잠시 들러 목을 축이는 명소 역할을 하던 곳이다. 팔달산에서 내려오다 서북각루에서 화서문으로 가는 답사로 길목에 있어 날씨가 좋을 때면 쉬어가기 안성맞춤인 주점이었다.

지난 6일 화서문에 갔다가 주점에 들어가 보니, 원두막 지붕은 없어졌고, 평상 위에 있던 밥상은 부서져 나뒹굴고 있었다. 초가 앞 큰 평상과 그 옆의 작은 평상, 바닥에는 온통 쓰레기로 뒤덮여 있어 흉물스런 폐가로 변해 있었다. 아마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관리주체가 어디이기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답사로 안마당에 이렇게도 흉물스럽게 방치하고 있는 것인가?

2016년 수원화성 방문의 해 중심에는 수원화성이 있다. 수원화성과 그 주변이 완벽하게 보존되고 관리되고 있을 때 그 부수적인 콘텐츠들도 빛을 발하는 것이다. 수원화성은 수원시민과 방문객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지만, 관리기관에서도 수원화성을 답사객 입장에서 답사를 하면서 꼼꼼하게 관리하고 보존해야 살아있는 문화유산이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원화성 #화서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2. 2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3. 3 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4. 4 어떤 고위 공직자에게 하고 싶은 말 "ㄱㅈㄱ ㅅㅅㅇ ㅈㅋㅈ"
  5. 5 윤석열 정부, 가나 빚 상환유예... 가나 전 대통령 '땡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