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교사 사건을 계기로 본 비교육적 학교 현실

등록 2016.01.12 10:25수정 2016.02.0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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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도 모 고교에서 학생들이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고 놀리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방송에 알려져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교실붕괴, 교권추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적이 있었지만, 평소 표면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잠재되어 있던 것이, 급기야 최악의 형태로 드러난 느낌이다. 이 사건 이후 수년간 묶여 있던 교권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교권 강화론과 학생 인권 관련 논란이 벌어졌다. 교권문제는 단순히 교사의 권한이나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할 수 있느냐를 의미하는 교육권의 문제이다.

교육은 자신과 모두를 위한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다운 사람의 이상은 '건강한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주의라기보다, 특권층이 아닌 대다수 보통사람들에게 옳고 좋은 것이 이루어지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교육, 민주교육에 입각하지 않은 지식이나 시험점수 위주의 교육은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아니다.

학교는 이러한 인간교육과 민주시민 육성을 위해 존재한다. 교장, 교감, 교사, 학부모 모두 이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 승진이나 자리 보전을 위해 학교가 있는 것이 아니다. 교권, 교육권, 학교구성원 모두의 인권 등은 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중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전체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교육의 근본인 인성교육, 민주교육이라는 교육목적을 상실한 체 점수만 올리는 교육, 주어진 교과지식을 기능적 기술적 방법론적으로 쉽게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세계적인 고학력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대학 나와서 나라와 사회의 일을 맡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반하고, 부정과 편법을 일삼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 기관이나 사회 기관들이 부실과 부패, 무능 무책임, 그로 인한 각종 사고의 연속을 드러낸다.

지금 학생들은 학교에서 인간교육, 민주교육을 잘 받으며, 더 사람다운 사람, 바람직한 민주시민이 되는 자질을 기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지금 그런 교육은 자취를 찾기 어렵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바람직해 지는 게 아니라 불량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들을 철저하게 지도하고자 하면 문제교사가 되기 십상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도 자기 자녀가 인간교육, 민주교육을 철저히 받아 정의롭고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기보다, 자녀가 잘못을 해도 혼나지 않고, 무슨 피해만 안 생기면 문제없으며, 점수만 잘 올리면 된다는 입장을 갖게 된 경우도 있다. 인간교육, 민주교육의 과정에서 교사나 학교가 좀 엄격한 지도를 가하면 반발하고, 그 과정의 실수나 사소한 잘못을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전교조 설문 조사에도 나타나는 것처럼 수많은 교사들이 교육다운 교육하기를 포기하고 있다.


교사 73% "교권침해 심각"·61%는 "그냥 참고 넘긴다" (경향신문, 2015.5.14.)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차라리 맞기라도 하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지만 일상적인 수준의 폭언은 하소연할 데도 없다", "교권보호에 대한 교육청과 학교장의 책무를 강화하는 교권보호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그냥 참고 넘긴다는 말은 단순히 교권침해를 참고 넘긴다는 뜻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교육계에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연말에 국회를 통과한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도 일정한 의미가 있다. 다만, 전교조도 지적한 바이지만, 학습권, 교권을 포함한 교육권이 법률 규정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교권법과, 헌법,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학생인권조례, 교권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악용되거나 유명무실화되지 않고, 본래의 취지에 맞게 교육적으로 올바르게 제대로 적용되고 활용되도록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 생활지도도 이러한 기준에 의거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입시와 점수 경쟁, 단순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을 타파하여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 평가 등은 앞서 말한 철저한 인간교육, 민주교육이라는 교육목적을 추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부와 교육청이 이러한 교육을 지원하고, 교사들이 이러한 인간교육 민주교육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학부모들이 그와 뜻을 같이할 때 교사는 바람직한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질 때 우리나라 교육의 수준은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교육을 통해 사람다운 사람으로 훌륭하게 성장한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사회는 민주와 정의, 평등과 평화, 자유와 진리를 꽃 피우고, 바람직한 번영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매 맞는 교사 #교권과 교육권 #참 교육 #인간교육, 민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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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서울교육대학 졸업. 한국학중앙연구원대학원 교육사회 전공 수료 ·1986년 12월 시험점수경쟁위주 교육 반대와 이승만대통령 묘소에 대한 무조건적 묵념 비판 등으로 해직, 1987년 복직. ·1988년 이후 전교조 정책연구원,초등기획실장등 역임. 20여년간 참교육을위해노력하고 학교 교장등의 불합리,비민주,비교육과 싸워온역사가있음. 현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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