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군 북창리의 머루와인 직판장 '마을기업'
정기석
그런데 기존의 마을이나 권역 단위의 농촌지역개발사업, 또는 마을공동체사업은 의사결정구조와 책임소재 자체가 불명확한 게 화근이다. 주로 이장이 겸직하는 위원장 중심의 위원회(추진 및 운영)가 주도하는 마을공동체사업은 책임주체가 모호하고 불분명하다. 책임을 지고 싶어도 책임을 질 수 없는 무책임한 구조다. 따라서 일이 잘 되든 못 되든 사전에 법적, 도의적 책임소재부터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가령 법인격을 갖춘 마을기업 등 마을공동체사업 협동경영체 설립이 가능한 마을에 한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 책임주체가 명확해지는 효과가 있다. 마을기업에 출자와 참여를 결심하고 결행하는 과정에서 심기일전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부여된다. 이제 아무나, 아무런 마을이나 마을공동체사업에 함부로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특히 농촌이나 도시 할 것 없이 마을공동체와 사회적 경제가 유행인 요즘, 행정이나 현장에서는 마을공동체 사업과 사회적 경제 사업이 따로 겉돌고 있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띈다. 마을을 기반으로, 마을사람을 중심으로 서로 연계하고 융합하면 사업의 명분도 더 강화되고 실질적인 시너지효과까지 거둘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자면 우선 사회적 경제의 목적을 일자리나 소득을 늘리는 단기적인 목표에만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는 사회적 경제를 마을·지역공동체 재생과 활성화를 수단이나 방법론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이때 전략적으로 '마을기업'을 사업의 출발지점과 중심에 놓으면 된다.
즉, 마을·지역사회 공동체사업의 사전 준비, 그리고 입문단계에서부터 마을기업 등의 사회적경제 조직에게 학교로서, 실습장으로서 역할을 부여하면 된다. 그리고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과정에서는 공동체사업의 관리·경영의 책임 주체로서 사회적 책무를 감당할 수 있다.
결국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조직이 마을공동체(community)와 사회적경제(business)를 유기적으로 연계·융합하는 '고리'로서의 역할만 충실해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셈이다. 소득도 창출하고 일자리도 늘리는 마을공동체사업이나 사회적 경제의 정책적 목표는 자생 동력을 어느 정도 축적한 다음 단계쯤에서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마을기업' 중심의 마을공동체 사업 모델은 완주군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완주군은 2010년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현 완주공동체지원센터)를 설립, 전국 최초로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분야 중간지원조직의 모델을 제시했다.
완주군의 마을만들기 수행방식은 '마을회사' 등 커뮤니티비즈니스(C.B) 중심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실행 주체들과 행정주체, 지역사회 단체들을 지원하는 특징을 띤다. 이를 위해 당초 마을회사육성센터,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로컬푸드센터, 도농순환센터, 공감문화센터 등 5개 지원조직을 통해 완주군의 마을공동체사업을 실행했다.
특히 전담 행정조직(구 농촌활력과)를 신설하고 순환보직제가 아닌 전담공무원을 고정 배치해 정책과 예산 지원을 담당하도록 했다. 또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중간지원조직 설치·운영 등을 위한 지역공동체활성화사업(커뮤니티비즈니스) 육성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아울러 2007년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희망제작소, 2012년에는 서울시와 우호교류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마을기업'의 운영 및 관리 주체는 '마을주민'이다. 마을기업을 설립하고 마을공동체사업을 능히 경영할 수 있을 만큼 농촌마을 주민들의 조직적인 자치역량이 먼저 갖추어져야 한다. 결국 마을기업을 기반으로 한 마을공동체 사업의 성패는 마을주민의 손에 달려있다.
이때 주민 개개인의 개별 역량 뿐 아니라 마을기업이라는 사업조직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 공동 책임 사업조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민들이 서로 신뢰하고 협력·연대할 수 있는 토대가 더 중요하다. 마을기업 내부에 그러한 인적, 사회적 자본이 우선 충분히 축적되어야 한다. 마을공동체나 사회적경제 사업은 그 이후에 시작해야 한다.
공동체로 탈바꿈하자, 23년 만에 아이가...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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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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