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떠넘긴 박 대통령, 잘못된 판단"

김지철 충남교육감 "여고생 한 명 위해 문 연 일본의 시골 기차역에서 배워야"

등록 2016.01.11 20:46수정 2016.01.1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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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 오마이뉴스 장재완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누리 과정(만3∼5세 어린이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비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 남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라며 "시도교육청은 세금 받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토해냈다.

김 교육감은 11일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충남도의회가 누리 과정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교육환경개선비와 행복나눔학교(충남형 혁신학교)를 위한 교무행정사 운영비 등 교육 활동에 꼭 필요한 예산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리과정 예산 부담으로 2012년 0원이던 도 교육청 부채가 5200여억 원대로 늘어났다"며 "재작년에는 부총리가 직접 '이자라도 갚아준다'고 약속했지만 거짓말이었다"고 비판했다.

애초 충남도 교육청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올해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본회의에서 도 교육청이 편성한 예산에서 328억 원을 삭감하고 이월금을 더해 6개월 치 536억 원을 편성했다. 김 교육감은 '교육감의 동의 없이 예산을 편성한 것은 지방재정법에 어긋난다'며 도의회에 재의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김 교육감은 "최근 한 신문에서 '일본의 한 기차역(카미시라타키역)이 1명의 여고생을 위해 (역을 폐쇄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는 내용을 접했다"며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기고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려는 한국의 교육부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충남도 교육청의 역점 사업으로 "국·영·수 점수를 합산해 내는 학력이 아닌 소통·배려·나눔·민주성·시민성·신체적 능력 등 미래 핵심역량을 키우는 참 학력 신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김 교육감과 나눈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 행복나눔학교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21개, 올해 18개 학교를 선정했다. 교사는 물론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 (행복나눔학교) 아이들의 표정이 다르다. 교육공동체의 권한·책임·발언권이 똑같다."


- 지난해 말 행복나눔학교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초등은 행복나눔학교인데 중학교는 행복나눔학교가 아니라며 아쉬워 했다. 같은 지역 내 초등학교, 중학교, 고교를 연계망을 구축할 수는 없나?
"행복나눔학교가 100개 학교쯤 되면 그런 고민이 해소된다. 그래서 지역을 행복나눔학교로 클러스터화하려 했다. 시·군에서 대응 투자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도의회에서 올해 행복나눔학교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어려운 실정이다. 추경 예산에 반영되도록 노력해보겠다."

"누리과정 예산 떠넘긴 박 대통령의 판단,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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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 오마이뉴스 장재완


- 교무행정을 지원하는 인력을 늘려달라는 교사들의 요청도 많았다.
"지난해 교무행정을 지원하는 인력(교무행정사)을 110명 발령했다. 잘하는 분도 있고, 아직 헤매는 분도 있다. 그런데도 늘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도 의회에서 관련 예산을 전액 (27억5000만 원) 삭감했다. 추경 예산에 행복나눔학교만이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도 의회에 요청할 생각이다."

- 도 의회에서 누리 과정 예산을 세우기 위해 다른 예산 328억여 원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6개월 치를 신설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방금 말한 대로 교무행정사운영비 등 교육 활동에 꼭 필요한 예산이 삭감됐다. 학교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환경개선(대응투자) 100억 원, 유치원 방과후 교사인건비 등 운영비 32억4300만 원, 교무행정사운영 27억5000만 원, 교원인건비 20억 원 등 교육에 필요한 예산이 삭감됐다. 유치원 등하교 차량비도 삭감했다. 학교의 교수학습 활동을 위축시켜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

- 다른 대안은?
"추경 때 다시 충분히 설명해 예산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는데?
"시·도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긴 박근혜 대통령의 판단은 잘못됐다. 시·도 교육청은 세금 받는 기관이 아니다. 100% 교부금에 의존한다. 게다가 지금 충남도 교육청 부채가 3년 만에 5284억 원이다. 3년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빚이 한 푼도 없었다. 신설학교를 짓는데 많은 빚이 들었지만, 누리과정 예산도 빚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여기에 BTL(민간이 자금을 투자해 건설한 후 교육청에 시설을 임대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방식) 사업으로 인한 부담까지 포함하면 8000억 원이 된다. 지난해 경우 이자만 146억 원이 나갔다. 올해 누리과정 예산까지 떠안으면 빚만 1조 원이 된다. 더는 누리과정 예산을 떠안을 형편이 안 된다."

-재작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족한 부분을 시도교육청에서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면 이자를 보전해주는 이른바 '우회 지원'을 약속하지 않았나?
"이자라도 갚아준다고 약속했지만 거짓말이다. 지금까지 이자를 보전해 준 적 없다"

-정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계속 유도하고 있는데?
"충남은 지역 주민 60% 이상이 원하는 경우만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한 신문에 일본의 한 기차역(카미시라타키역)이 1명의 여고생을 위해 문을 열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유일한 이용승객이었던 여고생이 졸업하면서 오는 3월 말에 폐쇄를 결정하기로 했단다. 한 명의 여학생을 위해 3년 동안 역을 운영한 거다.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기고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려는 한국의 교육부가 배워야 할 일이다."

-올해 도 교육청의 역점 사업은 ?
"'참학력 신장'이다. 참된 의미의 학력 신장이라는 말이다. 국·영·수 점수를 합산해 내는 학력이 아니다. 교과서가 아닌 소통·배려·나눔·민주성·시민성·신체적 능력을 포함한 미래 핵심역량을 키우겠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배움이 즐거운 수업혁신을 이루어내겠다."
#누리과정 #충남도교육청 #박근혜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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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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