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3선 주승용 의원이 지난해 여수 종화동 해양공원에서 실시된 불가사리퇴치 바다 살리기 행사에 참석해 진행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심명남
"저는 호남 정치의 중심에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여는 '청지기'가 되겠습니다 이제 민심의 바다로 배를 돌리겠습니다."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주승용 의원의 말이다. 그는 민심을 핑계로 당을 박차고 떠났다. 민심이 '배반의 정치'를 주문한 적은 없지만, 민심의 바다로 배를 몰고 가겠다는 그.
예부터 어촌마을에는 유독 과부가 많았다. 업으로 이어온 고기잡이가 한 가정을 풍비박산 낸 탓이다. 출어를 나가 폭풍을 만나 돌아오지 못한 집이 몇 집 걸러 몇 집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을 잃어도 어촌을 떠나지 않았다. 가족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이런 삶에 길들여진 기구한 인생 탓에 뱃사람들은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먼저 배신하는 법이 없다. 어민들이 채득한 우직한 삶 속에 세속의 때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의 탈당을 지켜본 지역민들의 심정은 지금 허망하다. 마치 남편을 잃은 미망인처럼.
화려한 탈당사 1991년 무소속으로 전남도의회 의원에 출마해 정계에 입문한 그는 도의원 선거에서 군수, 통합 여수시장 선거까지 호남 내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여러 번의 탈당과 입당을 반복하며 열린우리당에 입당 후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3선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그의 탈당사는 화려하다. 잦은 탈당 이력으로 '2004 총선시민연대'로부터 낙천 대상자로 지목된 바 있다. 당시 시민연대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주 의원은 도의원 경선 실패 후 처음 탈당했다. 이후 도의원 당선 후 복당하여 여천군수 보궐선거 경선에서 탈락하자 두 번째 탈당했다.
세 번째는 통합시장 경선에 탈락하자 탈당, 시장선거 낙선 후 국민통합21 탈당하여 열린우리당 입당이 네 번째였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 탈당 2번을 포함하면 6번째다. 4번의 당적 변경과 두 번에 걸친 도지사 출마를 위한 국회의원 사퇴 번복, 최고위원 사퇴 번복 등으로 정치적 불신을 낳은 그는 이번에 '7번째 탈당'을 결행했다.
이날 주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은 매우 두렵고 고통스럽지만, 그동안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다"며 "1년 내내 당의 혁신과 통합을 가로막는 계파 패권정치와 맞서 싸우며, 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의원, 군수, 시장을 거쳐 3선의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제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은 민심이었다"면서 "당을 떠나는 제 결단도 지난 한 달 동안 지역에서 보고, 듣고, 느낀 민심에 따른 것이었다"라며 민심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남 민심은 이미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불신임하고 있다"면서 "야권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 놓으라는 호남민심이 공천이나 요구하는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 당하고 있다, 한번 돌아선 민심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지경 지역정치... 정치 신인까지 '호남민심 악용'해 탈당 러시